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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근 시조시인 문학평론가 문학박사. 한국문인협회 자문위원. 국립국어사전박물관 건추위 공동대표
무산 조오현 시인의 예술혼과 상생 화합 정신을 계승 선양하기 위해 무산문화대상을 제정 운영한다는 공고가 떴다. 무산문화대상은 매년 한국의 문학, 예술, 사회문화의 발전을 선도해온 중진 문화예술가의 활동과 업적을 널리 표창하기 위해 문학 부문, 예술 부문, 사회문화 부문으로 나누어 분야별 수상자 1인을 선정하고 상금 1억 원과 상패를 수여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시행하는 문화상의 규모로는 과히 파격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문학 부문은 시, 소설, 희곡, 아동문학, 문학평론 분야 등에서 우수한 작품을 발표하여 한국문학을 선도해온 중진 문인을 수상자로 선정한다는 대목에서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상도 아닌 무산문화대상 문학 부문에 시조가 빠지다니 이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무산 조오현 스님이 누구인가.
스님은 만해 한용운 스님의 사상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만해사상실천선양회를 설립하고 만해대상, 만해축전을 개최하는 등 포교 분야에서 큰 업적을 쌓아 조계종 포교대상 등을 받았다. 1968년 등단한 무산 스님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시조 시인으로, 한글 선시의 개척자로 꼽힌다. 시조집 『심우도』, 『아득한 성자』 등을 펴낸 스님은 가람시조문학상, 정지용문학상, 현대시조문학상, 고산문학대상 등을 수상했다.
2018년 5월 26일. 스님이 입적하자 《조선일보》는 올해 등단 50주년을 맞은 시조 시인이다. 속명 '조오현'으로 시조를 발표해왔다. 1968년 《시조문학》 추천으로 등단한 뒤 첫 시집 「심우도」를 비롯해 6권의 시집을 냈다. 조오현의 시 세계는 '시와 선이 하나'라는 시선일여(詩禪一如)의 길을 걸으며, 시조와 선시의 현대적 조화를 실천했다. 한문으로 쓰인 선시를 한글 시조 형식으로 지어 난해하게 여겨졌던 선시의 문턱을 낮췄다고 보도했다.
그렇다면 조오현 스님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문화상에는 당연히 문학 장르에 시조를 포함해야 한다. 한국문학진흥법 시행령 제2조 1항에 의하면. “문학”이란 사상이나 감정 등을 언어로 표현한 예술작품으로서 시, 시조, 소설, 희곡, 수필, 아동문학, 평론 등을 말한다〈개정 2021. 5. 18.〉라고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다. 현재 한국의 대다수 문학 장르의 갈래와 문학사에서는 시조를 독립된 장르로 구분하여 기술하고 있으며, 한국문인협회와 한국작가회의를 비롯한 각종 문학단체의 조직에서도 독립되어 있다.
따라서 시행 공고에 우리 민족 고유의 전통문학인 시조를 제일 앞에 삽입하여 ‘문학 부문은 시조, 시, 소설, 희곡, 아동문학, 문학평론 분야 등에서 우수한 작품을 발표하여 한국문학을 선도해온 중진 문인을 수상자로 선정한다’로 바꾸어야 한다. 스님이 살아 계실 때, 많은 시인과 평론가들은 시조가 중심 장르라는 글을 썼다. 작고하셨다고 생전의 업적을 도외시하고 이런 시상 규정으로 상을 제정하는 것은 도리가 아닐 것이다. 고인의 업적과 정신을 기리려면 제대로 기려야 한다.
시조는 고려 중반기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온 우리 민족 고유의 시 형식이다. 더욱이 대일항쟁기, 선열들은 서구화된 문학 형식에 대한 반성으로 민족적 시 형식인 시조를 다시금 창작하자는 시조 부흥 운동을 하였으며, 조선어 수난으로 옥고를 치르면서도 시조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각고했다. 이를 제대로 전승하기 위해 애써온 무산 스님의 행적과 노고를 도외시하는 문화상 제정의 잘못을 바로잡아 줄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출처 : 문학人신문, 2024. 1. 15.
첫댓글 ~~강력하게 촉구한다.
촉구한다.
조오현 시인은 사)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이셨습니다. 우리 협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바로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