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11일 토요일
삼현거사님과 옥호광보살님의 초대
6월 둘째주, 불자님들의 가정방문 날이다. 이번에도 스님께서는 몽이 불편하여 모임에 참석하실 수 없다고 하신다.
남편은 지난 주부터 명상 집중 훈련에 들어가기 때문에 오늘 제석사 기초교리강좌에는 참석하지 못하고 바로 광주 삼현거사님댁으로 가기로 한다. 마침 군대에 간 아들과, 집에서 직장에 다니는 딸이 함께 있었는데, 옥호광보살님께서 가족이 함께 참석해주면 좋겠다고 하여 5:30쯤 함께 집을 나선다. 딸과 아들이 저녁을 먹고 나서 터미널 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싶다고 한다.
‘27년 전통의 오리집’으로 들어간다. 옥호광보살님과 함께 교육청에서 근무하신 분들도 함께 초대되었다. 유란이와 승을 위해서 훈제를, 대부분 어른들을 위해서 백숙 두 가지로 시켰는데 둘 다 맛있다. 특히 백숙은 정말 부드러워 살살 입안에서 녹는다.
어느 정도 음식을 먹고 나자, 정처사님의 사회자끼가 발산되어 나에게는 시를, 딸과 아들에게는 판소리를 시킨다. 주저없이 즐겁게 나는 시 두편을 낭송한다. 최두석 시인의‘미소’와 로버트 프로스트의‘가지 않은 길’을 낭송하는데, 약간 가지않은 길을 낭송하다 주츰거린다. 승은 자신에게 노래를 시키자 미리 준비했다는 듯이 자신은 군인이므로‘적벽가’를 부르겠다며, 적벽대전에서의 싸움장면을 씩씩하게 부른다. 유란이는 아빠를 비난한 듯한 눈빛을 보내더니 어쩔 수 없었는지 흥부가 중에서 ‘돈 타령’한 장면을 부르다 중간에 생각이 안 나서, 다시 주변의 요청에 의해 민요 ‘금강산’을 불렀다. 그리고 둘은 영화를 보겠다고 먼저 나간다.
교육청 직원들은 바쁘다며 먼저 가시고, 우리는 식당 근처에 있는 옥호광보살님댁으로 옮긴다. 사무실 겸 살림집을 겸하고 있는 건물은 대부분 세를 내주고 5층에는 사무실, 6층엔 살림집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 건물을 보니 예전에 계림동에 있던 시댁 건물 ‘청운회관’이 생각난다. 5층 건물이었는데 지금은 팔아버리고 없다. 시댁 갈 때마다 계단을 오르내렸던 기억도 난다. 그때는 부자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그 많던 돈들은 돌아가신 시아버지와 함께 다 어디로 갔을까? 참으로 물질은 영원한 것이 아님을 실감한다.
삼현거사님도 자주 말씀하신다. 인생에서 돈이 최고는 아니라고. 중요한 것은 불교의 진리를 알고 그것을 삶 속에 실천하는 것이며, 그날그날 최선을 다해서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맞는 말씀이다.
삼현거사님 사무실을 보고 나서 6층 살림집으로 간다. 전에 한 번 온 적이 있는데, 다시 보아도 하늘이 보이는 넓직한 거실과 부엌이 멋지다. 그리고 거실에 걸려있는 보살님의 묵향이 배인 난과 대나무, 멋진 붓글씨 시들에서 예술인의 집 분위기가 그대로 난다. 조금 전에 그리다 멈춘 듯이 벼루에는 아직 먹물이 마르지 않고 있다. 다시 한번 좁은 우리집이 생각나며, 나 스스로 위로한다. 그래 중요한 것은 물질이 아니라 정신이지. 부처님의 진리를 마음에 담고 있는 마음의 법당이 훌륭해야 진정한 부자이지.라고 스스로 가난한 내 마음을 애써 위로해 보는 것이다.
정성스럽게 차려진 과일접시가 예쁘다. 사진이라도 찍어둘 걸. 반듯하고 네모지게 잘라진 수박 몇 쪽, 곶감 몇 쪽, 말린 산수유 열매, 호두열매 두 쪽. 그리고 직접 만들었다는 도라지차. 음식도 예술이 될 수 있구나. 먹기에 늘 허겁지겁이던 내게 이 과일접시는 말한다. 천천히 우아하게 먹으라고. 쌉스름하고 달콤한 도라지차도 몇 모금 소리없이 마시고.....
우리는 거실 옆방으로 난 계단을 통해 옥상으로 올라가 밤하늘과 전기불이 화려한 도시의 밤풍경을 구경한다. 옥상에서 내려다보니 거실과 부엌이 다 보인다. 하늘의 햇빛을 받아 잘 크고 있는 있는 스킨다비스 식물이 냉장고 위에서부터 아래로 푸른 잎줄기를 싱싱하게 내밀고 있다. 건축 설계사님의 집답게 개성적이고 튼튼하고 멋진 집 구조에 감탄하며 옥상에서 내려온다.
집으로 돌아갈 때 미리 준비해두신 듯 옥호광보살님은 각각 양말, 내의, 감자 등을 선물로 주신다. 잘 먹고, 잘 구경하고, 선물까지 받아가니 마음이 한껏 풍성해진다.
첫댓글 짝짝짝...
귀한 손님 접대를 위해 여러날 고민하고 애쓰셨을 삼현거사님과 옥호광 보살님- 제마음까지도 한껏 풍성해집니다요() 아~ 옥호광 보살님의 호쾌한 웃음소리 그리워라~ HA~ HA~ H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