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사랑과 헌신을 영원히 기억하며
- 『어머니의 수레』 - 이충재 시인의 제 13번째 시집/해드림출판사-
이충재(시인, 문학평론가)
지난 1월20일 어머니를 하늘 나라로 먼저 보내드렸다. 지병 판정을 받은 지 꼭 6개월만에 어머니와의 이별을 시작한 셈이다. 어머니를 보내드릴 때 힘들거라는 생각을 수없이 해왔지만, 현실로 다가서니 그 고통은 말로 할 수없이 크기만 했다. 며칠동안은 어머니의 병환을 생각하면서 시를 썼다. 그 다음부터는 어머니의 일생과 병중의 모습이 오히려 애타게 염려하는 마음의 주머니속으로 시가 되어 찾아와 송골송골 맺히게 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마음 먹은 것이 어머니를 향한 시집에 일련번호를 붙여가면서 시집을 준비하자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고, 그렇게 쓴 시편이 총 84편이다. 그 시들을 모아 이윽고 (『어머니의 수레』 - 이충재 시인의 13번째 시집/해드림출판사)라는 제목으로 지난 2월 17일 출간이 되었다. 시 쓰기와 더불어 일기에도 주제를 붙여가면서 쓰기 시작했지만, 양이 너무 많이서 먼저 시집만을 묶기로 한 것이다.
작은 딸과 큰딸이 이 시집을 받아들고 가슴 아프게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어머니와 할머니란 한 여성의 존재와 일생을 통하여 우리 가족애를 더욱 포근하고도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매개역할을 하게 되었음에 감사를 드린다. 누구에겐들 어머니가 소중하고 희생과 사랑의 대명사 아닌 적이 있었겠는가. 그럴지라도 필자에게는 어머니의 일생 가족을 위해서 하신 그 수고로움과 영적인 인연을 잊을 수 없어 그 어느 누구보다도 그리움을 자아낼 수밖에 없음을 고백한다. 아마도 이 시집이 내 일생의 또 다른 변화를 이끌어 주리라 생각하고, 조금은 더 최선을 다하되, 가족과 인류를 돌아보는 넓고 깊은 마음으로 남은 생애를 맞이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어머니
이삿짐 다 남겨두시고
2024.1.20
하나님 품에 안기셨다
천사들 분주했던 손놀림 멎은 후 문 열리는 날
어머니 자식들 손 놓으셨다
육 개월 남짓
일평생 다 못한 마음의 대화 나누고 돌아설 때
어머니 입 닫으시고
눈으로만 전해 주시는 안도감
천국에 문패 하나 달고 작별의 인사말 남기시고
천국 시민 되어 떠나셨다
어머니
고마웠습니다
사랑합니다
다시 만날 날까지 이 땅의 가련한 족속 위해
기도해 주세요
믿음의 소망 잡고 황량한 시대의 강 건너겠습니다
이토록
짧은 이별을 염두해 둔 것은 아니지만
속절없이 지나가 버린 모자의 정을 위해
남은 생애 영혼의 밭을 기경하겠습니다
시시때때로 일어나고 자는 일상 뒤에서
어머니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제는 편히 쉬세요
-<어머니의 수레 -영원한 이주> 전문
아직 어머니 소천 후 정리해야 할 것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어찌 그 마음이 정리 되겠는가? 그럴지라도 아들에게 시인의 업을 남기시고 가신 어머니를 위해서 가장 먼저 해 드릴 수 있는 것이 있기에 시집으로 어머니와의 거리를 좁히는 다리 하나 놔 드렸다. 이것이 아들 시인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임을 한하면서도 감사를 드린다.
어머니를 위해서 해드릴 것이 이렇게 없다는 것을 느끼고 맞이하는 허전함과 공허함 그리고 부끄러움을 남은 일생 더 열심히 더 잘 살아드려야겠다는 다짐의 징표로 남길 수밖에...
어머니 고마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땅의 많은 어머니와 아들들에게 이 시집을 바치렵니다. 함께 공유하면서 망가지고 무너진 인간애와 가족애를 다시 세우고 살릴 수 있는 생명의 울림이 될 수 있다면 아들시인과 어머니는 슬픔과 아픔을 조금은 잊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