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에게 저녁을 사겠다고 했으니
당연히 메뉴선택권은 그에게 주었다.
그러자 황제는 염소탕을 골랐고
이미 길상면에 위치한 맛집을 찾아
예약까지 하는 치밀함을 보인다.
나는 염소탕을 처음 먹는 거라고 했더니
역시 구황작물의 수준은
어쩔 수 없다며 신세계를 맛보라고 하였다.
오늘도 역시 그는 황제답게
생전 보도못한 희한한 과자를 사들고 왔고
나는 김장김치 몇 쪽을 담아주었다.
2차는 황제가 찜질방으로 가자며 차를 몰았다.
늦은 저녁이라 가족들이 대부분이다.
황토방에 사람수가 적어 조용히
삶과 죽음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데,
옆의 아주머니께서
두 분은 어쩜 그리 무거운 주제로도
편안히 대화를 나누냐며
얘기에 동참하셨다.
어쩌면 황제와 내가 아직까지 이어져 올 수 있었던 것도 서로에게는
(얘기가 좀 되는 사람)이기 때문이리라.
황제가 운전을 하니
나는 음악을 선곡하고
좋은 시를 읽어준다.
그러면 또 우린 감상평을 말하고
오늘 하루도 참 감사했다며
마무리 짓는다.
그러느라 황제는 평균 시속 35키로로 달린다.
나는 이것도 참 맘에 드는 것이다.
가끔 그의 태도에서
대화의 예의를 배운다.
상대가 다 말할 때까지 기다려주기
넋두리까지 끝나면
그제서야 자신의 의견을 넌지시
건네보기.
대화는 힝상 긍정으로 결말짓기.
그래서 늘 감사한 날들이라고
서로 인정하는 것.
우리가 늘 좋은 날만 있겠나?
궂은 날도 비바람도 불어오는데
그와중에도 감사할 것을 찾아내는 우리인 것에.
이런 얘기들을 서슴없이
편안히 건넬 수 있음에
그에게도 고맙다.
밥먹는 도중 그에게 전화가 왔는데
친구인 것 같았다.
응..나 지금 밥먹어.
강화에서 ..
응.응..이 친구 .전우야 전우.
아마도 황제가 강화에서 친구를 만난다 함은 나밖에 없을 일인데
나는 그에게 있어
전우인 것이다.
의리의 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