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인생의 시즌을 분별하라
*** 영적인 복기(復棋)를 하라
바둑기사들은 대국이 끝난 뒤에 바로 승자와 패자가 같이 복기를 합니다. 복기란 방금 두었던 판을 그대로 한 수씩 다시 두면서 재현하는 것입니다. 어느 시점에서 승부가 갈리는 패착이나 실수가 있었고, 어느 시점에서 판세를 뒤엎는 신의 한 수가 두어졌는지를 공부하는 것입니다. 우리 같은 일반인들이 보기에 그 많은 수들을, 자기와 상대방이 두는 순서까지 그대로 기억해 다시 재현해내는 것이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한번은 기자가 프로기사들에게 가능한 이유를 물었더니 이런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대국할 때 한 수 한 수 모두 의미를 가지고 두었기 때문입니다. 첫 수만 기억하면 나머지 수는 저절로 따라오게 되어 있습니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은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되는 것입니다. 특히 하느님의 사람은 자신의 인생 하루하루 순간순간이 하느님께 기도하며 말씀에 순종하며 살아온 여정이기에, 다시금 복기할 수 있습니다.
한국 바둑의 살아있는 전설 조훈현 9단의 책에 보면 이 복기가 패자와 승자 양쪽에 다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합니다. 경기에 진 사람은 지고 나서 안 그래도 비참하고 우울한데, 한 돌 한 돌 다시금 패배의 기억을 떠올려야 하니까 심적이 부담이 큽니다. 어떤 기사는 복기 도중에 화장실로 달려가서 울음을 터뜨리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아픔을 견디면서 복기를 잘해서 다시는 같은 실수, 같은 패착을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배움의 기회로 삼아야 발전하는 것입니다. 승자의 경우는 승리에 도취되어 자만에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복기를 하다보면 자신이 잘해서가 아니라 상대의 실수로 판세가 뒤집어진 것도 발견하게 되고, 자신도 결정적 위기가 몇 번 있었다는 것을 되새기면서, 변하지 않는 겸손과 절제로 다음 대국을 준비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이렇게 믿음의 눈으로 우리의 과거를 복기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묵상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약속의 땅 입성을 앞두고 모세는 신명기 말씀을 통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느님께서 그들과 어떻게 함께해오셨는가를 복기하게 했습니다. 신명기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말씀은 “기억하라.”입니다. 단순히 사건들만 떠올리게 한 것이 아니라, 그 사건들에 담긴 영적 의미들을 깨달으라는 것입니다. 실패하고 실수해서 치른 대가를 통해서 그들은 겸손해야 했고, 하느님만 붙잡아야 함을 배웠습니다.
이제 가나안으로 진입하고 나면, 그들은 계속 승리하고 땅을 차지하는 승리의 시즌을 살게 될 것입니다. 이때 그들은 자신들이 아닌 하느님의 힘으로 성공했음을 알아, 감사하고 더욱 하느님을 신뢰하고 믿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그들도 가나안 백성들처럼 망할 수 있다고 모세는 경고했습니다. 우리는 인생의 시즌이 변할 때, 이렇게 하느님의 눈으로 과거를 돌아보며 미래를 준비하는 영적인 복기를 제대로 해야 합니다.
인생의 시즌 분별
우리는 지금 인생의 어떤 시즌을 지나고 있을까요?
“하늘 아래 모든 것에는 시기가 있고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코헬 3,1)
여기서 ‘때가 있다’는 말을 영어 성경에서 보면 ‘season’이라고 합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지혜로 가득 찼던 솔로몬은 이 코헬렛 말씀을 통해서, 인생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일직선으로 쭉 흐르는 시간이 아니라,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처럼 각각 특유의 의미가 있는 시즌의 연속이라고 보았습니다.
인생은 결코 우리가 예측한 대로, 우리 마음대로 풀려가지 않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인도하심으로 어떤 시즌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고, 그 시즌은 때로는 몇 주, 몇 달 혹은 몇 년씩 가기도 합니다. 이 시즌이 언제 어떻게 시작해서 언제 어떻게 끝날지는 오직 하느님만이 아십니다.
인생은 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시즌이 끊임없이 열리고 닫히는 것입니다. 부모가 아이 키울 때를 생각해보면 쉽게 이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부모 말도 잘 듣고 귀엽게 굴던 아이들이 갑자기 무뚝뚝해지고, 부모에게 신경질을 내는 등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면, 우리는 그 아이들이 사춘기라는 시즌에 접어든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인생의 독특한 시즌으로 대처하면 됩니다. 여름에 반바지 입고 에어컨 틀고, 겨울에 코트 입고 보일러를 켜듯이, 거기에 맞춰 자연스럽게 대응하면 됩니다. 사춘기 아이 특유의 육체적, 정서적 변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기도하며 이 시즌을 잘 보내게 해야 합니다.
집안에서 귀한 도련님으로 자라나서 “나는 우주의 중심이다.”라고 믿고 살던 청년이 군대에 가면 논산훈련소 첫날부터 자신의 인생에 새로운 시즌이 열렸음을 알게 됩니다. 자기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믿고 살아온 수많은 다른 도련님들과 같이 부대끼면서, 자신을 죽이는 법을 배웁니다.
자유분방한 싱글 생활을 즐기던 자매가 결혼을 하게 되면 자신의 인생이 새로운 시즌으로 접어들었음을 알게 됩니다. 그토록 신사이고 왕자님 같았던 신랑이 그토록 정리도 안 하고, 매너 없고, 코골이가 심한 사람인 줄 알게 됩니다. 이제 그와 평생 한 침대에서 자야 하고 서로의 독특한 성격에 맞추어가며 살아야 합니다. 깨가 쏟아지는 신혼이면서 동시에 갈등의 신혼입니다. 그러다가 간신히 서로에게 적응할 만하면 아이가 태어납니다. 그때부터 신혼부부는 자신의 인생이 또 새로운 시즌으로 접어들었음을 알게 됩니다. 모든 것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돈 쓰는 것, 시장 보는 것, 가구 사고 집 정리하는 것 등 모든 것이 아기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아이를 보면 너무 귀엽고 좋은데, 동시에 키우는 일이 너무나 힘듭니다. 이전보다 두 배, 세 배 더 부지런하지 않으면 이 시즌을 제대로 견디지 못합니다. 첫째아이 기저귀 뗄 때가 되어 살만 하다 싶으면 둘째가 태어납니다. 그러면 또 전혀 다른 시즌이 시작됩니다.
안정적인 기업에서 일하다가 불혹의 나이를 넘어서,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야 하는 가장들은 그들이 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시즌으로 들어섰음을 알게 됩니다. 어떤 사람은 미리 준비하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갑자기 뒤통수를 맞은 듯 당하기도 합니다. 이때, 이전보다 훨씬 더 외로워질 각오를 해야 합니다. 눈높이를 맞추고, 이전보다 훨씬 더 겸손하고 부지런하게 살아야 합니다.
아내와 어린아이들이 있는 30대 젊은 가장이 갑자기 암 선고를 받고 투병을 시작합니다. 음식도 조절해야 하고, 고통스런 항암 치료도 해야 합니다. 온 가족은 자신들이 새로운 인생의 시즌에 들어갔음을 알게 됩니다. 이때는 전보다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을 더 많이 내고, 서로 더욱 이해하고 참아주어야 하며, 간절히 기도하면서 어려움을 이겨내야 합니다.
개인뿐 아니라 회사나 교회도 시즌의 변화를 계속해서 겪게 됩니다. 기초를 쌓아올리기 위해 1인 2역, 3역을 해가면서 정신없이 뛰어야 하는 때가 있고, 안정기에 들어서고 나서는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기 위해 몸부림쳐야 하는 때가 있습니다. 축복과 성장의 때를 누리는가 하면, 뜻하지 않은 시련과 아픔을 견뎌내야 하는 때도 있습니다. 때로는 나의 잘못으로 인해 폭풍의 시즌으로 들어가기도 하지만, 때로는 미국발 금융위기처럼 불가항력적인 사건이 터지면서 휩쓸려 들어가기도 합니다.
우리 인생 시즌의 변화들을 주도하시는 분은 하느님이시기 때문에 결코 도망가거나 싸워서는 안 되며, 파도를 잡아타듯 배우고 적응해가야 합니다. 아무리 힘든 시즌이라 해도 결국은 지나가게 되어 있으며, 아무리 좋은 시즌이라고 해도 영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어려운 시즌에 절망하지 말고, 좋은 시즌에 교만해선 안 됩니다.
첫댓글 아멘. 아멘. 아멘.~~
"오직 하느님만이 아십니다."
“하늘 아래 모든 것에는 시기가 있고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코헬 3,1)
아멘.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