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에 대한 감사...

[바바스 신부]

*** 신비에 대한 감사

신비(神祕)란 우리가 알 수 없는 비밀스러움을 말합니다. 우리의 이성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뜻합니다. 신비란 눈에 보이는 세계, 지각할 수 있는 세계를 초월한 세계를 말합니다. 신비의 세계는 신령하고 미묘한 세계입니다. 신비의 세계는 깊이를 다 헤아릴 수 없는 그윽함의 세계입니다. 하느님은 신비로운 분이십니다. 하느님은 신비의 본체이십니다. 하느님은 우리 인식의 대상이 아니라 신앙의 대상이십니다. 물론 어느 정도 지성을 통해 하느님을 인식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하느님은 우리가 모두 이해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십니다. 하느니은 우리가 다만 믿고 신뢰해야 할 대상이십니다. 하느님의 신비를 모두 이해하려고 하지 마십시오. 진정한 지혜란 하느님의 신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신비는 깊음에 있습니다. 측량할 수 없음에 있습니다. 하느님의 지혜와 지식은 깊고 오묘하며 풍부합니다. 그런 까닭에 바오로는 “오! 하느님의 풍요와 지혜와 지식은 정녕 깊습니다. 그분의 판단은 얼마나 헤아리기 어렵고 그분의 길은 얼마나 알아내기 어렵습니까?”(로마 11,33)라고 찬양했습니다. 과학은 그동안 신비의 세계를 파헤치는 데 주력해 왔습니다. 자연의 신비, 우주의 신비, 그리고 생명의 신비를 분석해 왔습니다. 그렇지만 과학이 어찌 하느님의 신비로움을 다 파악할 수 있을까요? 진정한 과학자는 신비 앞에 머리를 숙입니다. 아인슈타인을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신비는 우리가 체험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일이다. 신비는 모든 진정한 예술과 과학의 원천이다. 신비를 알지 못하는 사람, 더 이상 놀라움에 멈춰서거나 경이에 넋을 잃을 줄 모르는 사람은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의 눈은 감겨 버렸다.

우리가 하느님께 드려야 할 감사는 신비에 대한 감사입니다. 신비의 세계는 경이로움의 세계입니다. 진정한 부요는 하느님께서 만드신 자연 속에 담긴 경이로움에 감탄할 줄 아는 것입니다. 키에르케고르가 남긴, 마차에 탄 한 부자의 예화를 통해 우리는 진정한 부요가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습니다. 부자는 불 켜진 마차 안에 앉아 있었고, 마부는 차가운 바깥바람을 쐬며 말을 몰고 있었습니다. 부자는 불빛 아래 앉아 있었기 때문에 바깥에 펼쳐진 별들의 전경, 즉 마부는 결코 놓칠 수 없었던 그 영광스러운 광경을 보지 못했습니다. 마부는 가난했지만 하늘의 신비를 누렸고, 반면에 부자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는 마차 안에서 자연의 경이로움을 볼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과학이 만들어 낸 전깃불을 통해 모든 것을 봅니다. 그런데 그 빛 때문에 오히려 하느님의 신비로운 세계가 흐려져 가고 있는 것은 비극입니다. 

우리가 회복해야 할 감각은 경이에 대한 감각입니다. 경이로움은 놀람입니다. 신비 앞에 감격하고 감탄하는 것입니다. 봄이 오면 꽃이 피고, 호랑나비가 꽃을 찾아다닌다는 것을 봅니다. 저는 꽃과 함께 호랑나비를 관찰하던 중에 하느님의 창조의 신비, 그 경이로움에 감탄하고 말았습니다. 호랑나비의 신비로운 색상과 섬세함, 그리고 그 움직임이 매우 신비로웠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외에 누가 그런 색상을 만들 수 있을까요? 하느님 외에 누가 이토록 섬세한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요!

사람이 만들어 놓은 것이 정말 사람을 유익하게 하는 것인지 살펴보십시오. 이 말은, 사람이 만든 것이 모두 나쁘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유익을 주는 많은 것을 부인하려고 하는 말도 아닙니다. 그렇지만 실상을 보십시오. 처음에는 사람을 유익하게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인간의 행복을 빼앗아 가 버린 것이 얼마나 많습니까! 사람이 만든 것이 사람을 유익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더욱 불행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원자폭탄이, 원자력 발전소가 인류를 두려움 속에 집어넣었습니다. 빠르고 빠른 인터넷이 인간을 더욱 조급하게 만들었습니다. ‘빨리 빨리’ 문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기다림의 맛과 멋을 상실하게 만들었습니다. 인내하면서, 절제하면서 나누는 사랑의 아름다움을 빼앗아 가 버렸습니다. 

아브라함 헤셀은 감사하지 못하는 마음(ingratitude)이야말로 현대 문명의 불협화음의 원천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는 무은(無恩, ingratitude)이 무경이(無驚異, no-wonder)와 관계 있다고 말합니다. 경이의 감각이 소멸됨에 따라 은총을 깨닫는 감각이 쇠퇴하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은총에 감사하는 감각이 쇠퇴하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경이로움을 느끼지 못하는 삶은 불행한 삶입니다. 우리는 신비로움을 받아들이는 믿음을 회복해야 합니다. 경이로움에 감동할 수 있는 감각을 회복해야 합니다. 그것은 영성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신비로운 영성의 세계 속에서만 경이로움의 감각은 회복될 수 있습니다. 

우리 인간은 자신을 신비롭게 여겨서는 안 됩니다. 오직 신비로우신 분은 하느님 한 분뿐이십니다. 오늘도 하느님의 신비에 감사하고, 하느님께서 만드신 자연과 생명의 경이로움에 감격합시다. 그것만이 우리 영혼이 누릴 수 있는 기쁨이요, 내면의 행복입니다. 

[김주예마리아]

아멘.
아멘.
아~~멘.

“오! 하느님의 풍요와 지혜와 지식은 정녕 깊습니다.
그분의 판단은 얼마나 헤아리기 어렵고
그분의 길은 얼마나 알아내기 어렵습니까?”(로마 11,33)

[21세기모나리자]

오늘의 눈을 뜨고,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이 것이 오늘 저에게 일어난 첫 번째 기적이며 주님의 신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