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거짓말(박홍윤)
“오늘도 괜찮아라고 하는 당신, 잘 지내나요?”
오는 13일 개봉한다는 영화 ‘우아한 거짓말’예고편에서 주연 여배우 김희애가 하는 멘트이다. 영화가 개봉 전이니 구체적인 줄거리와 관객의 반응이 미지수이지만, 대략의 줄거리는 세 모녀가 살다가 막내딸(천지)이 죽었다. 아무도 이유를 알지 못한다. 엄마와 언니에게는 더없이 살갑고 착한 막내 천지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 천지는 무엇을 물어보면 항상 ‘괜찮아’라고 대답하니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는 모든 것이 정상으로 생각하여 무관심으로 천지를 대하였다. 이러한 무관심과 소통의 부재가 어린 막내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한다.
거짓말이란 사실과 다르게 꾸며서 이야기하는 것을 말한다. 자연생태계나 인간사에서 거짓말이나 속임수는 일상적이다. 터너(Turner)는 동료와의 연구에서 미국인의 일반적 대화에서 62%는 거짓말이거나 속임수로 분류할 수 있고, 38%만 완전히 정직하게 이야기한다고 한다.
영화 ‘우아한 거짓말’은 타인에게 해가 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여 우아한 이란 형용사를 붙이고 있다. 이러한 유형의 거짓말을 영어권에서는 ‘악의 없는 거짓말(white lie)’로 표현한다. 이 악의 없는 거짓말 또는 선의의 거짓말은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품위를 존중해주기 위해서 사용하고, 사회적으로 관습화되기도 한다.
직업상 필요해서 초대에 응했지만,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한다. 모임에 가고 싶지 않다면 “선약이 있어요”라는 핑계로 거짓말을 한다. 별 도움이 없는 사람을 만나면, “다음에 술 한 잔 합시다”, “다음에 식사 한번 합시다”라고 한다. 십중팔구는 인사치레의 말이다. 이에 대꾸하여 언제 할까요? 하면서 시간을 잡고자 한다면 상대는 당황하게 된다. 한국 사람에게 관습화된 거짓말이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이렇게 관습화된 거짓말이 늘어나고 있다. 관습화된 거짓말이 늘어나게 되면 진실한 소통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거짓말에 무감각하게 되며, 선의의 거짓말과 악의의 거짓말을 구분하지 못하고, 거짓말에 대한 책임과 죄의식도 줄어들게 된다.
지금 6·4지방선거에서 선량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표심을 잡고, 공천을 받겠다고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는 것은 주민을 속이고, 국민에게 거짓말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 정치판에 이러한 의도적 거짓말이 관습화되다 보니 거짓말하는 사람이나, 거짓말을 듣는 사람이나 거짓말에 무관심해지고 있다. 정치적 무관심은 정치적 거짓말을 자기 파괴적인 병적 거짓말로 만들어 정치가뿐만 아니라 국민과 주민을 죽음으로 이끌 수 있다. 그 죽음으로도 이끌 수 있는 관습화된 거짓말로부터 자유로운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2014년 03월 10일 (월) 19:57:12 충청매일 [박홍윤 교수의 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