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래 시인의 〈오솔길 따라〉는 산길을 걷는 물리적 행위를 통해 자연과의 일체감을 느끼고, 마침내 내면의 자유를 회복해 가는 과정을 잔잔하고 순리대로 풀어낸 서정시입니다.
자연스러운 순리에 대한 감각적 포착 1~2연에서 시인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곧은 신작로가 아닌, 장애물을 비켜 가며 "물처럼 흐르는" 오솔길의 형태에 주목합니다. 오솔길은 거창한 계획이나 토목 공사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소박한 발길이 겹치고 겹쳐 "빗물이 흘러 개울을 이루듯" 자연스럽게 형성된 길입니다. 시인은 이 길을 순리와 시간에 맡겨진 아름다운 결실로 바라봅니다.
육체와 자연의 동화(同化) 3연은 시각, 청각,嗅覺(후각)이 입체적으로 어우러지는 대목입니다. "흙냄새 풀냄새 나무냄새",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라는 나열을 통해 길을 걷는 행위가 단순히 이동에 그치지 않고, 감각이 완전히 자연을 향해 열리는 과정임을 보여줍니다. 산토끼나 다람쥐가 달아나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발걸음 따라 몸이 흐르는" 경지, 즉 인간의 육체가 자연의 일부가 되어 나아가는 감각적 동화를 경험합니다.
내면으로의 회귀와 정신적 해방 4연은 이 시의 가장 아름다운 감흥을 담고 있습니다. 외부의 오솔길을 따라 걷던 발걸음은 마침내 "몸 속에 길이 있었네"라는 깨달음으로 이어집니다. 밖으로 난 길을 좇아 걸었을 뿐인데, 실은 그 길이 내면의 숨길이자 마음의 길이었음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억눌리고 갇혀 있던 마음이 오솔길 위에서 비로소 "마음대로" 흐르게 되는 결구는 걷기가 주는 궁극의 치유와 자유를 명징하게 나타냅니다.
이 시는 무리하게 길을 개척하려 애쓰지 않고, 자연스럽게 트인 길을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무뎌진 감각이 살아나고 마음이 순수한 자유를 되찾는다는 고용한 진리를 담백하게 전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