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원 겨울 여행
2012. 1. 26-27일 목금
보성 강골마을과 순천만 갈대밭
1월 26일 목
아침 8시에 집에서 나온다. 제석사는 설 다음 날인 어제부터 앞으로 일주일간 정초기도회를 하는데, 스님을 도와드리기 위해서이다. 광주 사는 옥호광보살님을 태우고 간다. 가는 길에 남편은 의미 깊은 말을 한다.
“뿌리를 깊게 하면 무슨 일이든 행복하게 할 수 있을 거야. 지식이 부족해도 지혜로운 사람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삶의 자세로 살기 때문에 결국 잘 살게 되지. 그러나 요즘 사람들은 뿌리를 키우기 전에 먼저 곁가지만 늘리려고 하니 결국 중요한 일이나 힘든 일에 부딪히면 쓰러지고 마는 거지. 지식 중심 교육은 한계가 있어. 사람을 키우는 교육보다 입신양명에 치중하고 있는데, 이것은 영원하지 않아.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고 말아.”
제석사에 도착할 때가지 옥호광 보살님과 ‘숨과 명상’과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하였다. ‘우리 뇌는 생명의 역사를 그대로 담고 있어 파충류 뇌인 변연계에서부터 최근 인류의 뇌인 전두엽까지 있는데, 현재 순간에 집중할 때는 전두엽이 활성화되지만, 같은 경험을 몇 번 반복하면 해마로 이동해서 영구 기억이 된다. 그러나 한두 번 경험하고 안다고 착각하여 반복 연습하지 않으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여 뇌에서 지워버리고 만다. 우리가 현재 이 순간을 알아차리지 않으면 과거를 떠올리거나 미래를 계획하느라 현재를 놓치고 만다. 과거 중에서 안 좋은 기억을 자주 떠올리다 보면 뇌의 신경호르몬이 자꾸 나와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그쪽 호르몬이 고갈되어 노화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그러니 이 순간 집중하는 것이 중요한데, 가장 좋은 방법이 호흡에 집중하는 것이다. 물론 몸의 감각인 眼耳鼻舌身意를 순간순간 알아차리는 방법도 있다. 명상이란 바로 집중과 알아차림이다. 명상을 통해 질병을 예방할 수도 있고 집중력을 키울 수도 있으며, 무엇보다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현재 순간순간 변하는 숨에 집중하다 보면 모든 것은 변한다는 ’무상‘을 깨닫게 되고, 나 또한 여러 가지 조건이 결합된 것으로 ’무아‘임을 알게 된다. 나가 없다는 것을 알면 진정한 나라는 것은 주관과 객관의 구별이 없는 존재로서 “더러운 것도 깨끗한 것도 아니고 태어남도 죽음도 없고, 수행도 깨달음도 없다”는 <반야심경>의 진리를 깨닫게 된다. 이런 이야기 끝에 옥호광 보살은 “선생님에게 배우는 학생들은 좋겠어요. 이런 말을 자주 들을 수 있어서. 이렇게 깨달음을 주는 사람이 참 스승이지요”한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이런 말을 자세히 하기가 힘들다. 종교와 이해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제석사에 도착하여 정초기도비를 컴퓨터에 입력하는 것을 돕는다. 그리고 10시 법회가 시작되기 전에 절에서 나온다.
평소 사람의 의식은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혼돈된 상태라 꿈속처럼 절반은 잠든 것과 같다고 한다. 어려서는 하루가 길게 느껴지는데, 어른이 될수록 짧게 느껴지는 것도 어려서는 호기심이 강해 매순간 집중해서 강렬하게 보기 때문인데, 어른이 될수록 다 안다고 생각하여 대충 보기 때문에 뇌에 기억되는 부분이 별로 없어 짧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 가능한 매순간 깨어있기 위하여 순간순간이나마 사물을 그림 그리듯이 자세히 봐야겠다고 마음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