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화 시인과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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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고장에서 태어나, 여기에서 첫글을 내고 신포동 술집을 섭렵하던 ‘고향의 시인’ 조병화가 타계했다.
　6·25 전쟁통을 인천에서 고스란히 겪어내고 잠시 서울로 옮겨갔지만 결국에는 인천으로 돌아왔던 그였다.
　그리곤 이 곳의 젊은 이들에게 문학과 사랑을 전해주며 마지막 강단을 지킨 스승이었다. 　
　 중학교 교정에서 그에게 기하를 배우던 학생들, 그와 함께 어울려 밤새 술잔을 기울이던 지인들.
　 그의 부인이 경영하던 중앙동 병원에서 진료를 받던, 이제는 칠순이 넘어선 아낙들.
　 그들에게 조병화는 정감 넘치는 은사였고, 친구이자 이웃이었다.
　 그를 향한 인천과 경기도의 애정이란 이루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애뜻하다.
　 국민시인 조병화는 1921년 난실리라고 불리는 경기도 안성땅 산언덕배기에서 태어났다.
　 이어령 문화부장관 재직 때 문화마을로 지정한 이 마을에 들어서면 그의 호를 딴 편운재회관과 생가, 송덕비가 반갑게 맞이한다.
　 우리에게 ‘위대한 예술인’으로 기억에 남은 그의 첫 출발은 뜻밖에도 ‘과학도’였다.
　 45년 일본동경고등사범학교에서 물리학을 공부한뒤 귀국, 고등학교에서 물리학 교사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다.
　 신임 티를 미처 벗지 못했던 47년, 지금의 제물포 고등학교 전신인 인천중학교로 옮겨와 인천과 첫 인연을 맺었다.
　 수학을 가르치던 그에 대한 기억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분방한 젊은 교사’.
　수업시간 틈틈히 자신의 습작을 칠판에 적어 놓고는 학생들에게 읽어볼 것을 권하곤 했다.
　 하지만 수학분야에서는 전국에서도 알아 줄만큼 실력있는 교사였다.
　럭비를 유난히 좋아해 학교에 럭비부를 창설했고 그가 재직하는 동안에는 전국 최고의 실력을 뽐낼 수 있었다.
　그가 인천에 살던 49년, 첫 시집 ‘버리고 싶은 유산’이 나왔고, 두번째 시집 ‘하룻만의 위안’, ‘패각의 침실’ 등을 잇따라 내며 본격적인 ‘시인’의 길을 걸었다.
　그러는 동안 문학을 함께하던 이들과 어울려 신포동과 답동 주변 술집 골목 골목을 밤새 누비고 다녔다.
　인천 술을 동이라도 낼 작정인 양 술을 찾아대는 이들 때문에 술집들의 문턱이 닳아 빠질 지경이었다.
　본격적인 문학활동을 하던 한 동안, 그는 인천을 떠나 서울 혜화동에서 자리 잡고 살았다.
　하지만 조병화와 인천의 인연은 그리 쉽지 끝나지 않았다.
　81년 인하대학교에 국문학과가 신설되던 때.
　당시 재단 이사장이었던 한진그룹 故 조중훈 회장이 ‘문과대학장을 맡아달라’는 권유와 함께 다시 그를 인천으로 불러들였다.
　인천으로 돌아온 그는 공대 중심이던 인하대를 인문학 중심의 대학으로 키우는데 주력하다 82년 대학원장을 끝으로 강단을 물러났다.
　그의 타개를 접한 지금.
　조병화가 문학인생을 시작한 ‘문학의 고향’이자 40여년간의 교편을 마친 인천은 그를 ‘쉬’ 떠나보내기에는 너무나 짙은 애정을 가슴에 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