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 ‘진심 상(盡心 上)’에는 맹자가 말했던 ‘군자의 세가지 즐거움(君子三)’이 실려 있다.
“군자에게는 세가지 즐거움이 있는데, 천하에 왕 노릇 하는 것은 그 안에 포함돼 있지 않다. 부모님이 모두 살아계시고 형제들에게 아무 탈이 없는 것이 첫번째 즐거움이다. 우러러 하늘에 부끄럽지 않고 아래로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것이 두번째 즐거움이다. 천하의 영재를 얻어 가르치는 것이 세번째 즐거움이다. 이렇게 군자에게는 세가지 즐거움이 있는데, 천하에 왕 노릇 하는 것은 그 안에 없다.”
맹자가 치열한 전쟁의 시대를 살아오면서 얻은 통찰로 새겨들을 만한 경구(警句)다. 먼저 가정의 평안을 군자의 즐거움 중 첫번째로 삼았다. 바로 ‘인(仁)’의 철학이다. 다음으로 맹자가 강조했던 것은 ‘의(義)’의 철학이다. 이는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사는 것이다. 위로는 하늘에, 아래로는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산다는 것은 큰 뜻에 맞게 사는 것 못지않게 평상시의 생활에서도 올바른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천하의 영재를 가르치는 것은 지혜로운 삶, ‘지(知)’의 삶을 사는 것이다. 제자를 가르치는 것은 반드시 스스로의 학문이 먼저 확립돼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예기>에 실려 있는 ‘교학상장(敎學相長)’이나 <서경>의 ‘효학반(斅學半)’은 모두 ‘가르침과 배움이 함께한다’는 뜻이다. 특이한 것은 ‘왕 노릇 하는 것은 군자의 즐거움에 속하지 않는다’를 문장의 맨 앞과 뒤에 실어 거듭 강조한 점이다. 백성들의 평안은 안중에도 없이 전쟁을 통해 다른 나라를 침탈하는 일에만 열중하는 왕들에게 하는 맹자의 질책이다. 오직 세상의 권세를 쥐고자 열을 올리는 사람들의 탐욕에 대한 일침이기도 하다.
맹자의 정신적 지주이자 유교의 시조인 공자가 특별히 ‘군자삼락’에 대해 말했던 것은 없지만 <논어>의 맨 앞머리에 실린 글에서 공자의 생각을 짐작할 수 있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않은가?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면 또한 즐겁지 않은가?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는다면 또한 군자답지 않은가?(學而時習之不亦說乎, 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 人不知而不慍不亦君子乎·학이시습지불역열호, 유붕자원방래불역락호, 인부지이불온불역군자호)”
이 원문도 익히 알려진 유명한 글이다. 배우고 때때로 익힌다는 것은 단순히 지식만 쌓는 것이 아니라 내 삶과 일에 적용할 수 있도록 생각하고 응용하는 것이다.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온다는 것은 학문과 마음을 같이하는 벗과 소통한다는 것이다.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는 것은 겸손이다. 이런 삶을 살 때 진정한 기쁨과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이것이 공자가 말했던 ‘군자의 세가지 즐거움’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공자와 맹자가 공통적으로 꼽았던 것은 바로 ‘공부의 즐거움’이다. 두 사람은 전쟁의 시대에 세상을 평화롭고 아름답게 만들어가려는 이상(理想)을 갖고 평생 노력했던 철학사상가였다. 이들은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부를 통한 성찰과 성장의 삶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공부의 즐거움을 알았기에 평생을 두고 공부할 수 있었고,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수많은 제자들을 키워냈던 것이다.
하지만 공부란 공자·맹자와 같은 탁월한 학자들만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필요하며 그때뿐 아니라 오늘날에도 반드시 필요하다. <명심보감>에 실려 있는 ‘사람이 배우지 않으면 캄캄한 밤길을 가는 것과 같다(人生不學 冥冥如夜行·인생불학 명명여야행)’는 구절이 잘 말해준다. 배움은 항상 처음일 수밖에 없는 인생의 길을 걸어갈 때 겪어야 하는 시행착오를 줄여준다. 또한 다가오는 인생의 장애물에 대처할 지혜를 주고, 쉽게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돼준다.
조윤제는… ▲인문고전연구가 ▲저서 <천년의 내공> <말공부> <인문으로 통찰하고 감성으로 통합하라> <내가 고전을 공부하는 이유> 등 다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