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오디는 내 마음을 알기나 했을까? 나쁜 오디 같으니라구...>
<저 딸기는 큰애 입으로 들어갔다. 근데 맛이 별로 없단다. 괜히 줬어... 내가 먹을 걸...>
<놀고 있는 땅에는 어김없이 개망초가 수북히 피어 있었다. >
<저 다리는... 내게 아픈 기억이 있는 다리다. 어린 시절 저 곳에서 헤엄쳐 놀다가 떨어져서 육 개월간 다리 기부스를 했었다. 학교도 못 가고...
막내가 신나게 놀리더니 한 컷 찍어 달란다. 이 사진, 엄마가 올린 걸 알면...!>
올 때 아카시아 줄기를 한 웅큼 따 가지고 왔다.
우리집 막내랑 동생네 막내에게 파마를 해 줄 요량이었다.
쨔잔... 제법 그럴 듯하게 폼을 잡고 두 녀석 머리를 능숙하게 돌돌 말아 주었다.
옆에서 보시던 엄마가 감탄을 하신다.
한 시간 후에 풀었는데 정말 뽀글 뽀글 제대로 나왔다.
주위에서 또 감탄.
뭘 이런 걸 가지고... 난 요런 것만 특출나게(?) 잘 한다.
다음 날인 주일엔 읍내에 있는 교회에서 예배를 드렸다.
그리고 아이들을 위하여 사천에 있는 <항공우주박물관>을 갔다.
꼼꼼하게 보는 녀석은 동생네 첫째 녀석뿐이었다.
나머지 녀석들은 대충 힐긋 보곤 놀기 더 바쁘다.
그래 놀아라. 늘 얘기하지 않든? 잘 노는 것도 잘 하는 거라고.
그 대신 정말 잘 놀아야 한다는 걸 잊지 말아라.
그렇게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이른 저녁을 먹은 후, 동생네 식구들과는 작별을 하였다.
<아이들한테 몇 번을 강조해서 설명을 했는데 제대로 귀담아 들었는지... 나는 우리나라 대한민국을 열렬히 사랑한다.>
월요일, 아이들을 먼저 올려 보냈다.
열심히 일 한 나에게 하루쯤 온전한 내 시간을 주고 싶었고
아이들끼리 지지고 볶을 시간도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물론 올 해 처음 시도해 보는 일이다.
계획은 야무지게 이틀을 세웠었는데 아직 그렇게까지는 못하겠더라.
내년쯤엔 이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중.고등학교 때 제일 친했던 내 단짝 친구를 만나러 진주행 버스를 탔다.
봉천동에 내리니 친구 차가 보인다.
"야, 타."
반가운 얼굴.
자주 만나지 않아도 어제 만난 친구처럼 편안하다.
타자마자 쇼핑백 하나를 건넨다.
"산딸기다. 살구도 있고 토마토도 있으니까 먹고 싶은거 꺼내서 먹어라."
"우~와!"
당연히 산딸기를 꺼냈다.
<원 없이 먹었다. 그러나... 그 맛은 아니었다. 정말 내 입 맛이 변한 걸까?>
여행지는 남해로 미리 정해 놓았기 때문에 바로 출발하였다.
비가 와서 들락날락 자유롭지는 못했지만 나름 운치 있었다.
창선.삼천포 대교를 지나 독일마을에 도착.
지면에서 몇 번 본 적은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담하니 잘 꾸며져 있었다.
뜻밖에 본 코스모스에 환호도 지르고 연신 사진도 찍었다. 실비를 맞으며...
그 곳에서 점심으로 장어구이를 먹고 분위기 좋은 곳에서 커피도 마셨다.
우정은 이런 것인가 보다.
새벽에 출근해서 막 일 끝내고 온 친구가 운전까지 하고 있으니 행여 피곤하지나 않을까 나는 그것이 염려되었고
친구는 이런 날 비가 와서 속상하다며 연신 나의 여행을 걱정하였다.
<이것도 친구가 설명을 해 줬는데 기억이 안난다. 저렇게 해 놓으면 저 곳에 고기가 걸린다고 했는데... 아, 죽방이라고 했던 것 같다.>
<창선.삼천포 다리, 섬과 섬을 연결해 주고 있었다.>
<흐린 날씨로 인해 잘 보이진 않지만 오른쪽에도 하얀 등대가 있다. 둘이 나란히 마주보고 있었다. 재네들은 외롭지 않겠다.>
<코스모스야, 너무나 반갑고 좋았는데... 그래도 넌 가을에 피어야지. 뭐랄까... 아뭏든 넌 가을에 피어야 해.>
다시 출발.
사실 여행지를 남해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바다도 보고 싶었지만 <편백나무자연휴양림>에 꼭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비가 와서 입장료를 안받겠단다. 배려에 감사 드리고 작은 돈이지만 비용절감에 한 번 더 감사 드린다.
쫙 뻗어있는 편백나무를 보며
"누가 이 곳에 심었을까?"
"개인이 심었을까?"
"몇 년 된 나무일까?"
우리 둘이서는 답을 얻을 수 없음에도 연신 서로에게 질문을 했다.
초입까지만 걸었다.
다음에 올 때는 제발 화창한 날씨이기를...
<편백나무 숲은 처음 보았다. 다음에 꼭 한 번 더 가고 싶다. 꼭 가 봐야지.>
그렇게 해안도로를 따라
가다가 놀다 가다가 놀다를 반복하며 달렸다.
저녁 늦게 진주에 도착을 했다.
우리는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저녁과 수다를 즐겼다.
친구 남편 만나 잠깐 인사하고
친구가 챙겨준 오디즙 한 박스 들고
눈은 무겁지만 한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산청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걱정이 되셨는지 엄마가 마을 어귀에 마중을 나와 계셨다.
"아무도 안 잡아 가... 비도 오는데 뭐하러 나와 있어?"
부모님께 높임말을 써야 하는데 아직 잘 안된다.
계획대로 이틀은 쓰지 못했지만
천천히 해도 늦지 않으리라.
아이들 걱정에 마음 불편해 하며 눈이 즐거운 것 보단
아직은 마음이 편한게 좋으니까 어쩔 수 없다.
그렇게 해서 마지막 하루는 진짜 내 집에서 보내게 되었고
오전에 집안일을 끝내 놓고 오후에 친구 경희랑 커피 한 잔 마시고 불곡산을 다녀왔다.
내가 비를 몰고 다니나?
중간에 소나기가 한 두 번 쏟아졌다.
이 번 휴가는 다른 무엇보다 여유로워서 좋았다.
알차게 잘 보냈고 마지막 날엔 일 할 직장이 있다는 게 감사했다.
아버지, 어머니
안 아픈 곳보다 아픈 곳이 더 많은 나이시지만
그래도 곁에 계셔 주셔서 고맙습니다.
언니, 형부
아시죠? 제가 정말 정말 감사하고 있다는 거 말예요.
갈 때마다 아이들 곳 곳 구경시켜 주시고
마음 써 주시고
형부같은 사람, 전 아마... 아니예요.
언니야, 형부한테 잘 해라. 알았지?
동생, 제부
항상 고마워.
예쁘게 잘 살아줘서 더욱 고맙고.
알콩달콩 지금처럼 잘 살아야 해. 알았지?
친구야
학교 다닐 때는 둘 다 곰과 였는데
넌 점점 여우과 가 되어 가는거 같은데 난 여전히 곰과 인거 같아.
넌 옳은 변화, 난 옳지 않은 제자리.
아무튼 나는 점점 수다가 힘들어지는 건 사실이야.
너도 네 남편도 편안해 보여서 넘 좋았고
몇 년 전, 그 때도 둘이 신나게 하루 놀다 온 날이었어. 바래다 주면서 네가 그랬었지.
"친구야, 함 안아보자."
너의 용기에 눈물이 핑 돌았지 아마?
두고 두고 우리 우정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될꺼야.
산청.
이 곳에 가야 할 이유가 수 백가지다.
감사한 일이다.
<이 글을 다 읽으신 분이 계실까요? 그랬다면 정말 고생하셨습니다요. 마음으로만 드리는 시원한 음료수
한 잔 드세요. 자, 여기요...^^>
첫댓글 이른 휴가를 다녀 오셨네요..아부지가 걱정했던것 보단 좋아 보이셨다니 마음이 좀 놓이셨지요?..오랜만에 친구랑 회포도 풀고...그란데 자꾸만 산딸기에 눈길이 가니 어쩜 좋데요?...행복한 추억으로 한달이 넉넉하시겠습니다..^ ^
정말 탐스럽죠? 저걸 다 못 먹고 온게 두고 두고 후회돼요~
글고요, 한 달은 커녕 일주일도 못가는 것 같은데요?ㅎ
마치....나도 그 여행에 동참해서 같이 다닌 것 마냥 여정이 한 눈에 다 보이네요
정말 알뜰하게 가족과 우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셨네요
너무너무 이쁜 우리 예찬님,,,,
사는게 뭐 있나요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렇게 눈길을 나누고 마음길을 나누는 것
바로 그것이지요 참 잘 봤어요 글도 잘 쓰시는 예찬님을 수필가 여행가로 등업합니다~~!!!!
우후~
여러분? 저 이런 여자예요~~
이 글 하나로 수필가 여행가로 등업된 여자라구요~~ㅎ
시인님? 쫌만 기다리세요~ 너무너무 이쁜 얼굴(제가 한 얘기 아닌거 아시죠?)
곧 보여 드릴께요~ㅎ
예찬님~ 공주병이 다시 고개를 들었군요~~ ㅎㅎㅎ 사
실 이쁜데 고로키 야그항께 심술이 발동!
공주병이 아이라예~
여그서 제일 어리니께 재롱부리는거라예~
여우와 곰이라 ~~~ 코스모스는 철도 모르고 피고 난리야
나라가 어수선하니 정신줄을 놓고 아무때아 피는건가?
수년전 울릉도 갔을때 7월인데 아카시아꽃이 펴있어 묘한 느낌을 받았었는데 그 느낌이 스크린 되네유~
그건 더 묘했겠는데요? 7월에 아카시아 꽃이라... 참말러~
확실하게 코스모스가 예찬님을 알아봤군요~~ 예찬님을 국회로 보내면 가뭄이 해갈 될지도... 이쁜 얼굴 보여준다니 구경 가야겄쓰요~~ 날짜와 시간을 알려 주시면 도시락 싸서 갑니다~~
날짜와 시간은 제 메니저한테 여쭤보셔야 해요~
시인님껜 경호원이 있듯이 저에겐 메니저가 있거덩요~^^
휴가 참 일찍 다녀오셨네요ㅡ무엇보다 아버님께서 생각보다 건강해 보이신다는 말에 저도 기쁨니다ㅡ이 글을 읽으며 그곳에 함께 다녀온 느낌이 드네요 오디 산딸기 어렸을때 오디먹고 입주위가 까맣게 되었던 기억이 남니다ㅡ친구와의 재회~~어쩌다 보지만 늘 같이 있다는 느낌을 받는 친구라면 절친 맞습니다 행복한 시간 잘 나누어 알뜰하게 보냈네여~~그래여 예찬님이 바다의 막내라 예쁘네요~~막내라 그런가요 읽고나면 신선함으로 더 다가옵니다~~잘 보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