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이 넓은 집에서 살고 싶다. 파란 잔디 곱게 깔린 그런 마당 말고 덕지덕지 분칠한 여인네 얼굴같이 회색 시멘트 바닥은 더 더욱 말고 새벽마다 이슬에 촉촉히 젖어드는 황톳빛 흙마당이 너른 그런 집에서 살고 싶어. 아침 일찍 일어나 제일 먼저 쓱쓱 잘 매어진 싸리비로 흙마당을 쓸고 싶다. 한참을 쓸다가 문득 뒤를 돌아 보면 참빗질 잘 한 할머니 머릿결마냥 흙마당은 얼마나 곱디 고울까? 장미 넝쿨 우거진 높은 담은 답답해. 키 낮은 울타리도 필요치 않아라. 지나는 누구든 잠시 잠깐이라도 툇마루에 걸터 앉아 쉬어 간다면 안주 없는 탁주 한 사발인들 정겹지 않으리. 이름모를 야생화가 지천으로 널브러지고 산골처녀 속살마냥 흰 낮달이 수줍게 숨어들제 온갖 풀벌레의 화음은 어느 관현악에 비할까? 흙 내음도 구수한 마당 한 가운데 커다란 짚 멍석을 깔고 누워 하늘을 보면 쏟아지는 별빛에 눈이 멀어 버린대도 좋겠다. 마당 한 귀퉁이엔 개 한 마리 두고 싶다. 족보있고 사료먹는 그런 족속은 말고 아무거나 다 잘 먹는 누렁이라면 좋겠다. 밤중에 달을 보고 짖은들 무에 어때서... 함께 뒹굴며 뛰놀면 그만이지. 울도 담도 없는 집, 흙마당이 너른 집, 그런 집에서 내 좋은 님과 천년만년 살고 싶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