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책을 도서관에서 보고는 '사야겠다'란 생각을 했습니다.
표지를 보고 재미없을 거란 선입견에 잡혀서 좋은 책들(예를 들면 '뛰어라 메뚜기')을 놓친 경험이 많은 저는 또한 표지만 보고도 책을 덥석덥석 사버리기도 합니다.
앤서니 브라운의 책은 색채가 화려하잖아요, 옷이나 집안의 가구나 집기들이 모두....이 책의 표지는 연필로 세밀하게 그린 숲 속이 배경이고 색이 있는 아이 하나가 숲 속으로 들어가고 있어요. 그래서 더욱 내용이 궁금했답니다.
앤서니 브라운의 책은 그림 하나하나가 버릴 것이 하나도 없어요. 이 책은 유럽의 옛이야기들이 곳곳에 숨어 있어 재미를 더해주고 있어요. 혹시 '마지막 휴양지'라는 그림책을 보셨는지.
그 책은 '백경'이나 '인어공주' 등의 등장인물들이 나오는데 이 책에서는 '신데렐라', '빨간 모자', '헨젤과 그레텔', '라푼젤' ...등에 나오는 소품들이 곳곳에 숨어 있고 그림들이 얼마나 기묘(?)한지 몰라요.
현대의 한 가족의 냉랭한 분위기에서 출발해서 숲 이라는 공간을 거치면서 옛이야기의 주인공들과 만나고 할머니 댁을 거쳐 다시 돌아온 집은 바로 화해의 공간이 됩니다.
혹시 이 책을 보신 분은 등장인물의 '눈'에 대해 이야기를 좀 나누고 싶어요.
그리고 돌아온 집이 정말 화해의 공간인지, 아버지의 존재는 뭔지...
첫댓글 단추구멍처럼 점찍힌 눈이 정말 특이하지요? 속상하고, 마음이 닫혀 있다('눈은 마음의 창'?)는 걸 뜻하는 거겠지요. 나중에 남편과 아들을 맞으며 활짝 웃는 엄마 눈이 제대로 그려진 것과 대비되는 표현이긴 하지만, 제 생각에도 너무 작위적이라 느껴지더군요. 집.......아버지......함께 얘기할 기회 마련해볼게요.
저는 주인공 아이가 입었던 빨간 외투의 행방이 너무 궁금하답니다. 하늘로 솟았나? 땅으로 꺼졌나? 그리고 부부싸움하면 대개 여자가 친정으로 가는데, 이 책에서는 반대더군요. 재밌네요. 서양이나 동양이나 부부사이를 이어주는 끈은 자식인가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