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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불암 올라가는 도로에서 바라 본 우리 동네 풍경
우리는 이곳 산골오지의 배짱이다. 이웃들은 새벽부터 일어나서 눈코뜰새 없이 바쁜데
우리는 신선놀음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체험마을에 숙박객이 올 때를 제외하고는 늘
좋은 자연속에서 배짱이처럼 시를 노래하고, 책을 읽고, 정자에 앉아 바람이나 쐬고,
낮잠 자고, 비오는 날이면 가까운 곳에 있는 지인들을 만나 노래하고 춤추고, 술마시고...
하지만 좋은 일도 한다. 귀농자들에게 빈집도 소개해 주고,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이곳
관광 안내도 해 드리고, 마을 대청소에도 참여하고, 또 할머니들의 말벗도 해 드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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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측에서 반대해서 도로가 끊긴 곳으로 십여분 숲길을 걸어가면 해인사 가는 도로가 나옴
주말 점심은 앞으로 고불암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우리가 생각해도 얼마나 우습던지...
'고불암'은 해인사의 암자 중 하나로 700년이 넘은 오래된 청동 불상을 모시고 있다.
우리집에서 해인사로 가는 도로가 있는데 해인사측에서 반대해서 길이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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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불암 가는 소나무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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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질풀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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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의 장풀
우리는 그 끊어진 길 종점에 차를 주차하고 고불암을 향한다. 점심을 먹기 위해 산고개를 넘다니...
하지만 가는 길이 기가 막히다. 15분 정도 숲길을 걸으면 고불암이 나오는데 가는 길엔 닭의 장풀,
이질풀, 짚신나물, 달맞이꽃, 물봉선화, 마타리, 취나물꽃, 싸리꽃등의 야생화가 피어 있고, 숲은 온통
오래된 소나무다. 신선이 걷는 길이 따로 없다. 맨발로 걸어도 좋을 만큼 땅이 푹식하고 보드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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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불암 들어가는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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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불암 연못 어리연꽃, 그 옆 야외 차탁이 운치있게 놓여 있다.
숲길이 끝나면 도로가 나온다. 그 길을 따라 아래로 한시간 정도 내려가면 해인사가 나오고
위로 5분만 가면 고불암이 나온다. 암자라기에는 규모가 굉장하다. 입구에는 커다란 바위와
돌탑들이 많다. 작은 연못에는 어리연꽃이 한창이다. 그 곳에 앉아 가을날 차 한 잔 마신다면 그 곳의 가을을 다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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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웃동네 고불암에서 주는 맛있는 산채 비빔밥
드디어 우리의 목적지인 고불암 공양간에 도착했다. 많은 분들이 단체로 와서 공양을 하고 간다. 산채비빕밥이 주로 나오는데 특히 나물도 맛있지만 담백한 국과 김치의 맛이 일품이다. 일찍 가면 맛있는 전과 떡도 먹을 수 있다. 서너 번 찾아 오시는 손님들에게 고불암을 소개해주다 알게 되어, 앞으로 주말엔 이곳으로 소풍와서 점심도 해결하자고 우스게 소리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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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년이 넘은 나무의 밑둥으로 만든 차탁위에 놓인 후식, 고불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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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불루에서 바라 본 풍경
점심을 맛나게 먹고, 커피도 한 잔 뽑아먹고, 그 곳 약수터에서 물도 한 잔 마시고, 고불루에 앉아 있으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도인이 따로 없다. 부처님이 혼낼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좋은 이웃이니까 예쁘게 봐 주실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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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로 가는 길 고시텔. 이렇게 좋은 자연에서 공부가 될까? 연애하는 이들이 많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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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에서 주관하는 요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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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비구니스님의 모습이 참 평화로워 보인다
오늘은 해인사 가는 길로 내려가 보기로 했다. 어라, 세상에 가는 길에 요양원도 있고, 농장도 있고, 고시텔도 있고 기가 막히다. 가는 길 비구니 스님이 오두막집 같은 곳에서 정답게 이야기도 나누고 있다.오늘은 주변만 둘러보고 다음엔 배낭하나 메고 해인사에 걸어가보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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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고 있다.
우리 주변에 좋은 사람과 좋은 곳이 너무 많아 참 행복하다.
용암초등학교의 효소전문가와 판화가 부부, 두곡산방의 육잠스님, 우리마을 용암선원에 정묘스님, 노래하는 시인 법린, 아름다운 계곡과 풍경이 있는 의인마을, 고비마을, 민간요법으로 병을 치유해주는 산양삼아저씨와 박종기 아저씨, 석가지 선생님, 그리고 우리 앞집 할머니.......
우리는 여름 내내 놀고 먹으면서 풍요로운 여름을 보냈다. 가을 지나 겨울 오면 어떡하나?
눈속에 푹 파묻혀 좀 배가 고픈들 어떠하리?
욕심만 버리면 더 많은 풍요로움이 찾아온다는 걸 사람들은 알라나?모를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