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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정숙의 음악편지 원문보기 글쓴이: 산골아이
땡볕더위에 잃어버린 입맛을 되찾아줄 별미는 없을까. 무릎을 딱 치게 만드는 묘수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강원도 고성으로 가보자. 한 젓가락만 먹어도 등골이 오싹해지고, 두 젓가락이면 더위가 싹 달아나는 冷별미가 있다. 가자미, 오징어, 해삼 등 싱싱한 해산물을 매콤새콤 초장 양념에 무쳐내 얼음 동동 띄운 물회. 한번 맛본 사람들은 다시 찾지 않고는 못 배길 만큼 중독지수 100%! 겨울 동치미 동원된 메밀막국수가 빠지면 그 또한 섭섭할 일. 살얼음 낀 동치미 국물에 메밀향 가득한 국수를 합방시키면 시원하고 담백한 그 맛이 가히 감동이다. 거기다 백김치에 야들야들한 제육과 쫄깃한 명태식해 한 점 올려 돌돌 싸먹으면 입안의 호사가 따로 없다. 여름철 입맛을 확실하게 책임져줄 별미, 물회와 동치미 막국수를 맛보러 고성으로 지금 떠나보자.
# 빨간 국물에서 건져낸 바다, 매콤상큼 ‘가진항 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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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만 되면 물회가 생각이 나요.
그 칼칼하면서도 매콤하고 새콤한 그 맛이….
한번 맛본 후 중독(?)되었다는 가진항 물회 마니아 송영철(35세)씨의 말이다. 고성의 여름 별미 중 단연 첫손에 꼽히는 가진항 물회는, 원래 거친 바다와 싸우던 어부들이 요기삼아 먹던 음식이었다. 즉 가진 연안에서 갓 잡아 올린 가자미, 오징어, 멍게, 광어, 해삼 등을 회쳐 각종 야채와 함께 매콤새콤한 초고추장으로 양념을 해서 그대로 한 사발씩 퍼 마시고는 바다로 나가야했던 어부들의 습관에서 비롯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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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 미항 중 하나인 가진항에는 20여 곳의 물회식당이 싱싱한 횟감으로 손님들을 유혹한다
어부들의 요깃거리에 불과했던 가진항 물회가 이렇듯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팔딱거리는 싱싱한 해산물과 매콤하면서도 달콤하고, 새콤하면서도 칼칼한 초장양념맛의 묘한 조화에 있지 않나싶다. 특히나 여름철에 먹는 물회는 얼음까지 동동 띄워져 있어 더위를 쫓는데도 그만이니 한번 맛본 이들은 그 맛을 잊지 못해 언제라도 다시 찾고야 마는 것.
‘고성표 물회’ 를 탄생시킨 곳은 공현진과 간성읍 사이에 위치해있는 가진항이다. 조용했던 가진항이 매년 여름이면 사람들의 발길로 북새통을 이루는 이유는 바로 이 물회 때문이다. 항 주변에 줄줄이 늘어선 물회식당은 어림 잡아 20여 곳. 매스컴과 각종 언론에서 주목받고 유명세를 타면서 최근에는 ‘물회마을’ 이라는 어엿한 별칭도 붙었다. 만드는 방식과 맛은 대부분 비슷하지만, 가진항에서 오랜 단골들이 많은 맛집은 자매해녀횟집과 광범이네. 그 중에서 해녀 출신의 두 자매가 운영한다 하여 이름 붙여진 자매해녀횟집으로 가 바다가 보이는 바깥 쪽 평상에 자리를 잡는다. 하얀 모래가 깔린 가진항의 작은 해변은, 파란 빛깔의 바다와 하늘이 함께 어우러져 누가 찍어도 멋진 사진이 나올 만큼 아름다운 풍광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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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항 물회의 맛의 비법은 바로 재료를 절대로 아끼지 않는다는 것. 물회에 국수를 말아먹으면 더욱 별미다.
물회는 1인분에 1만원. 하얀 볼 가득 번지는 곱디고운 빨간색 국물이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리곤 빨간 국물 안에 퐁당 뛰어든 가자미, 오징어, 해삼 등 신선한 해산물 삼형제에 군침이 돈다. 쳐다만 봐도 배가 부를 정도로 양 또한 푸짐하다. 우선 얼음 동동 띄워진 물회 국물을 후루룩 마셔본다. 오장육부까지 시원해지는, 매콤하면서도 새콤한 맛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오도독 탱글탱글 씹히는 해삼과 뼈째 썰어 고소한 세꼬시, 바다내음이 코를 찌르는 멍게는 마치 동해바다를 통째로 집어삼키는 것 마냥 바다의 풍미가 가득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얼큰 시원한 물회에 국수 사리를 말아먹으면 그 맛 또한 기가 막힌다. 물회를 먹고 나면 소화도 시킬 겸 가진항을 둘러보자. 크기는 작지만 동해안 항포구 중에서도 아름다운 항으로 이름났다.
# 살얼음이 서걱서걱, 시원하고 담백한 ‘동치미 막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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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었던 여름 입맛을 되찾게 해주는 고성의 또 다른 별미는 동치미막국수다. 동치미 막국수의 탄생은 금강산의 어느 절집에서다. 육류를 금하는 사찰이기에 막국수를 만들 때 육수 대신 동치미 국물로 맛을 내기 시작했던 것. 특히나 겨울철에 동치미를 담근 독을 소나무 숲에 묻어두면 숙성이 잘 되어 시원하고 깊은 맛을 냈다. 여기다 강원도에서 많이 나는 메밀로 면발을 뽑아 말아먹었다. 이렇게 해서 유래된 동치미 막국수는 무엇보다 ‘막’ 만들어 먹기가 편해, 강원도 어느 가정에서나 기나긴 겨울밤 배가 출출해질 때면 국수를 삶아 훌훌 먹게 되었다고 하여 이름 붙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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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치미 막국수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백촌막국수. 각지에서 찾아온 식도락가들로 하루종일 북적된다
식도락가들 사이에서 동치미 막국수의 절대지존으로 꼽히는 백촌막국수. 평일인데도 각지에서 찾아온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메뉴는 오직 동치미막국수와 제육 뿐. 막국수를 주문하니 그릇에 둘둘 말아 올린 막국수와 굵직한 무가 먹음직스러운 동치미가 따로 담겨져 나온다. 어떻게 먹어야 맛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개인의 입맛에 따라 말아먹으면 된다는 다소 심심한 답이 되돌아온다. 허나 그게 정답이다. 동치미는 막국수에 넣어 먹어도 좋고, 따로 먹어도 좋고, 입맛대로 선택해 먹으면 될 일. 백문이불여일식(百聞不如一食)이라, 동치미를 떠서 국수에 부어본다. 살포시 살얼음이 떠 있어 미각을 더욱 자극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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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찾아가볼만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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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팁>
◎ 가진항 가는 방법
1. 대중교통 이용 : 서울→미시령터널→7번국도(해안도로)→가진항
2. 자가용 이용 : 서울→진부령→대대리검문소→거진→가진항
◎ 가진항 물회 맛집 : 가진항의 자매해녀횟집(033-681-1213), 광범이네 횟집(682-3665)등이 유명하다.
◎ 동치미 막국수 맛집 : 토성면 백촌리의 백촌막국수(033-632-5422)가 맛집. 거진읍 산북리에 있는 산북막국수(033-682-1733)도 맛있기로 유명하다.
<출처> 한국관광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