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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 속 이름난 여성들을 만나다’라는 부제의 이 책은 다양한 기록 속에서 산발되는 여성들에 관한 기록을 엮어 소개하는 내용이다. 주지하듯이 남성 중심의 문화와 관습이 지배적이었던 시대에 여성들의 사회 활동은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예컨대 과거에는 ‘여자의 목소리가 담장을 넘으면 안 된다’라는 말이 널리 통용되었고, 여성들이 외출할 때 머리부터 상체까지 덮는 쓰개치마를 이용하는 등의 문화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러한 상황임에도 우리 역사에서 뛰어난 여성들의 기록을 적지 않게 찾을 수 있고, 그동안 그들의 활동을 발굴하고 소개하려는 노력들이 지속적으로 전개되었다. 이 책은 다양한 기록에 이름을 남겼던 여성들의 활동을 소개하려는 목적으로 엮은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원저의 제목은 <해동염사>이며, 저자는 일제 강점기에 언론인으로 활동했던 차상찬이라는 인물이다. ‘해동(海東)’이란 중국의 동쪽 바다 건너편에 위치하고 있다는 의미로 우리나라를 가리키며, ‘염사(艶史)’란 여성들의 역사를 의미한다. 이를 현대어로 옮기면서, 역자들은 ‘한국 고전 여성 열전’이라는 수식어로 원저의 성격을 명확히 했다고 이해된다. 원작의 저자인 차상찬은 다양한 기록들을 토대로, 야담이나 역사에 관한 내용을 풀어서 소개하는 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했다고 한다. 당시 발행되었던 <신여성>이나 <부인>이라는 잡지에 여성에 관한 글을 기고하면서, ‘과거 우리나라의 정사, 야사, 문집, 설화, 야담 등의 자료를 망라하여 <해동염사>’라는 책으로 집필하였다고 한다. 여성들만의 역사를 다룬 기록이라는 특성을 고려하여, 역자들은 원저의 내용과 특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현대적 표현과 문법에 맞도록 어휘를 풀어 쓰고 문장을 가다듬었으며 알기 어려운 용어에는 주석 및 설명을 달아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했’음을 밝히고 있다.
전체 6개의 항목으로 구성된 목차를 통해서, 저자의 저술 의도를 뚜렷이 드러내고 있다고 하겠다. 먼저 ‘후비, 여왕, 공주, 궁인’이라는 제목의 제1편에서는 왕족 혹은 궁궐에서 생활했던 여성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음 항목에서는 ‘이름난 부인들과 첩’(2편)을 다루고 있으며, ‘열녀, 열부, 효녀’(3편)에서는 전통적인 관념으로 칭송을 받았던 여성들을 소개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어 ‘투기한 여성, 못생긴 여성’(4편)과 ‘이름난 기녀’(5편),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성에 관한 전설, 민담, 괴담, 민담, 희담’(6편) 등이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자료에 소개된 여성들의 사람을 통해서, ‘전통 시대를 넘어 새로운 시대로 변화해 가는 상황 속에서 여성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다만 저자가 활동한 당대에도 여전히 여성들의 삶을 흥미롭게 대상화하는 관념이 지배적이었기에, 일부 내용들에서는 여성들의 주체적인 면모가 부분적으로 드러나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여성들의 일화를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남성 중심의 과거사 속에서 여성들의 역사가 매몰되고 사려져 버린 데 대해 유감을 표하며‘ 이 책을 저술했다는 점은 저자의 업적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하겠다. 더욱이 ’중학생 이상이라면 충분히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정확하면서도 친절한 번역‘을 위해 새롭게 가다듬은 번역자들의 역할도 적지 않았음을 적시하고자 한다. 이러한 저술들을 토대로 이제는 현대적 시각에서 새롭게 역사에서 활동했던 여성들의 활동을 정리하는 작업이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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