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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81장으로 구성된 <도덕경>은 ‘도(道)’와 ‘덕(德)’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논의를 이끌어가면서, 인위적인 노력이 아닌 자연의 순리에 맞춰 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흔히 노장사상의 핵심이라고 지칭하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이라는 개념이 바로 인위적인 행동을 하지 않고 자연에 맡기고 지내라는 의미이다. 아울러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의미의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표현 역시 그저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의 성질을 예찬한 것이라고 하겠다.
따라서 중국 한나라 이후 정치사상의 핵심으로 자리를 잡았던 유가(儒家)와 더불어 도가(導駕)는 동양사상에서 두 축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하겠다. 특히 공자가 노자를 찾아 가르침을 청했다는 에피소드가 사마천의 <사기>에 기록되어 있는데, 그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노자의 사상이 당시에 널리 통용되고 있었다는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유가의 비조인 공자 역시 삶의 지향으로서 ‘도(道)’를 강조하고 있는데, 그 실질은 다르지만 이 개념이 노자의 용어를 받아들인 것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도덕경>을 ‘자연의 마음결’이라는 수식어로 이해하는 이 책은 저자가 바라보는 <도덕경>의 성격과 현대적 의미를 풀어내는 일종의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책의 구성은 <도덕경>의 1장부터 원문을 제시하고, 원문에 사용된 한자의 주석이 첨부되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짧지만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 적지 않음에도, 저자 자신의 해석만을 제시해놓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와 함께 각 장에 대한 저자 나름의 풀이와 그러한 생각의 바탕이 되는 내용들을 간단한 해설 혹은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는 점이 핵심이라고 하겠다.
그동안 원문에 대한 강독으로부터 다양한 해석본을 통해 <도덕경>을 접해보았기에, 저자가 제시한 풀이도 참고할 수 있는 내용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원문의 제시와 저자의 해석만을 제시해놓고 있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할 수 있는 ‘원문’의 의미를 넓게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좁히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도덕경>의 원문이 짧지만 비유적인 표현들을 많이 사용하고 있기에, 그 추상적인 사유를 어떻게 풀어내는가 하는 점은 오랫동안 학자들마다의 다른 해석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원문의 해석을 저자의 관점에서 현대적으로 풀어낸 것은 <도덕경>의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원문에 대한 해설을 풀어내면서 유가의 논리와 비교하는 내용을 제시하기도 하고, 전체적인 맥락에서 벗어나는 일부 구절들을 후대에 첨부된 것이라는 의견을 덧붙이기도 한다. 이것은 아마도 ‘순수하게 개인적인 성찰로만 글을 쓰기 위해 노력했다’는 저자의 관점이 ‘기존 도덕경의 책들과는 많이 다’른 이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도덕경>을 읽고 공부하는 이유를 저자는 ‘덕인, 우인, 철학자’가 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도를 체화해서 이 세상 속에서 조용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을 덕인’이라고 규정하며, ‘대도시의 빌딩 숲 속에서도 대자연을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을 어리석은 인물이라는 의미의 ‘우인’으로 지칭하고 있다. 이들이야말로 ‘말세의 세상에서 얽매이지 않는 삶을 사는 철학자’로 정의하면서, 자신의 논리로 풀어낸 ‘이 책을 통해 도와 덕이 갖는 실제적인 의미를 깨달아 덕인이 되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피력하고 있다. 분명 <도덕경>을 다룬 여타의 책들과는 다른 점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저자 자신의 논리에 따라 일관된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할 수 있다고 하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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