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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랑의 방정식’이라는 부제의 이 책은 저자 자신의 삶을 ‘수’ 혹은 ‘수학’이라는 관점에서 정리하여 소개하는 내용이다. 어려서부터 수의 의미를 생각하는 습관이 들면서 수학을 좋아했기에, 저자는 ‘수학은 관계와 사랑의 과정’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저자에게 ‘눈에 처음 들어온 숫자는 5’였다고 한다. 부모님과 언니 그리고 자신까지 4식구로 살다가, ‘아들을 귀하게 생각하던 집안에서 남동생이 테어나면서 ‘5가 존재하는 세상’을 비로소 알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했기에 주변의 물건들과 소통하며 놀면서, ‘같은 수를 여러 번 반복해서 더했고’ 이를 통해서 곱셈을 자연스럽게 이해했을 정도였다. 그렇듯 뿌듯함에서 시작한 수학에 대한 애착과 신뢰는 수학 공부를 하는 동안 성취감으로 이어졌‘고, 결혼 이후에도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며 지내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실상 누구에게나 좋아하는 수는 있을 수 있고, 그 숫자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거나 집착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종종 접할 수 있다. 숫자에 특별환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나로서는 낯설기는 하지만, 그러한 경우에도 그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받아들인다. 누구에게나 취향이 있듯이, 상대방의 관심이 수 혹은 수학과 관련이 있다는 정도로 생각할 뿐이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 자신의 지나온 삶을 수 혹은 수학으로 이해하는 관점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까마득한 시절 교과서를 통해 수학을 공부했고,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한 이후 수학은 나와는 접점을 찾을 수 없는 분야였다. 그렇기에 저자에게는 가장 아름다운 수식이라고 이해되는 ‘오일러의 항등식’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고, 책의 곳곳에 제시되는 ‘수식노트’도 이해할 수 없었음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물론 곳곳에 제시된 각종 수식이나 수학적 개념을 모르더라도, 이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에 큰 지장은 없다. 그 내용을 알면 더욱 쉽게 공감할 수 있을 터이지만, 실상 수학 혹은 수식들은 저자의 삶을 설명하는 두고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의 삶에 수학이 중요하다는 것을 전제할 수 있디면, 굳이 제시된 수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더라도 책의 내용에 공감할 수 있다. 책의 목차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저자에게는 ‘일상과 삶 곳곳에 숨어 잇는 수학의 의미를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요소라고 여겨진다. 저자 스스로도 '긴 시간 수학과 함께 하면서 한없이 무거웠던 관계와 가치가 조금은 가벼워졌다'고 밝히고 있다.
저자는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서 ‘완전수의 탄생’을 제목으로 삼아 풀어내고, 성장 과정에서 가족 혹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노릇이라는 좌표’로 설명하기도 한다. 그리고 일상에서 접하는 음식조차도 ‘해물칼국수의 항등식’과 같은 관점에서 생각하고, 사회에서 만난 다른 이들과의 관계를 ‘꼬인 위치로 바라본 세상’으로 여기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이 이 책에 특별한 성격이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물리를 전공한 사람에게는 물리 법칙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으로 작용하고, 문학을 전공하는 이에게는 문학 작품을 통해서 세상을 이해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수학을 좋아하는 저자에게는 수 혹은 수학이 세상을 이해하는 관점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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