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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만화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되었지만, 과거에는 만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던 시대가 있었다. 만화평론가로 활동하는 저자는 과거의 그러한 상황을 돌이켜보면서 아버지와 함께 만화를 보던 추억을 떠올리고 있다. 심지어 저자를 위해 아버지께서 만화를 사다주기까지 했다니, 아마도 그러한 우호적인 환경이 저자를 만화에 빠져들고 만화평론가로 활동할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고 이해된다. 저자는 ‘모든 사람들이 공유하는 만화에 대한 친근한 기억에 주목’하여, 평론가로서 만화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펼치고자 하는 의도로 이 책을 기획했다고 밝히고 있다.
크게 2부로 구분된 목차에서 1부는 만화와 사람들에 주목하여 논의를 펼치고 있다. 그 가운데 첫 번째 ‘만화 보는 사람들’은 ‘불량만화’라는 표현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듯이 ‘만화에 찍힌 주홍글씨’로 인식되던 과거의 상황에 대한 논의로부터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대학에 만화학과가 생길 정도로 사회적으로도 전문분야로 인정되고 있다. 저자는 그러한 상황에서 대중화된 만화의 다양성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 이어서 ‘만화를 얘기하는 사람들’이라는 항목에서는 만화의 역사와 갈래 구분은 물론, ‘전달의 매체와 감동의 미학’이라는 측면에서 그 의미를 정리하고 있다. 이와 함께 만화가 역시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신이 발딛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기에 ‘현실반영으로서의 만화’의 의미를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지금도 여전히 만화에 대한 수식어가 통용되기도 하는데, 예컨대 ‘상업만화’라는 표현에 대해서 자본주의 하에서 모든 문화가 다 상품화되었다는 견지에서 그 의미를 새롭게 따져보기도 한다. 이와 함께 과거 ‘만화방’으로 통칭되던 대본소 만화의 시대가 저물고 인터넷과 단행본으로 출간되는 상황에까지 이른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 만화 역사에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추구해 온 이른바 ‘작가주의 만화’를 소개하고, 이와 함께 만화의 제작과 작품화 방식에 대한 친절한 설명도 덧붙이고 있다. 예컨대 ‘만화에서의 형상화’에 대해서, ‘만화에서의 칸과 사이’라는 문제와 ‘칸과 미장센’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예로 들어 소개하고 있다. 만화 제작의 세세한 부분을 설명하면서, ‘만화기획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뤄지는가에 대해서도 논하고 있다.
2부에서는 평론가로서 현재 통용되고 있는 만화에 대한 갈래 구분을 시도하고, 각각의 갈래에 대해서 구체적인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하고 있다. 저자가 소개하는 만화의 갈래들은 ‘성인만화’와 ‘아동만화’, 그리고 ‘리얼리즘 만화’와 독립만화‘ 등이다. 실상 이러한 구분의 매우 자의적이기에, 이러한 구분의 전제가 일관되지 않다는 의미를 함유하고 있다. 각각 독자층으로 구분되는 성인만화와 아동만화의 분류가 모호할 수밖에 없으며, 내용과 형상화를 통해서 드러난 ’리얼리즘 만화‘에 대비되는 갈래는 설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주류 출판사를 거치지 않고 출간되는 ’독립만화‘라는 개념도 하나의 갈래로 성립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드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하겠다. 하지만 이러한 구분은 한국 만화의 흐름에서 존재했던 현상이기에, 그러한 실체를 소개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여겨진다.
21세기 들어 과거와는 달리 책이 아닌 온라인을 통해서 만화가 소비되는 시대에 돌입했다. 이른바 ‘웹툰’이라는 갈래가 그것이라고 하겠는데, 전문적인 만화 사이트와 그것을 유료로 구독하는 소비자들도 존재하고 있다. 이 책은 그러한 현상이 보편화되기 이전에 출간되어, 인터넷 환경의 만화 소비와 웹툰에 대한 내용은 반영되지 못했다. 아마도 저자가 이 책의 개정판을 낸다면, 최근의 이러한 현상까지를 포함하여 보다 풍부한 내용으로 ‘만화 이야기’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와 영화까지 등장할 정도이니, 분명 만화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은 ‘천덕꾸러기’로 여겨지던 과거의 상황과는 분명히 달라졌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여전히 만화를 즐겨 보는 독자로서, 만화를 긍정적인 시선으로 보는 문화에 대해서 공감할 수 있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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