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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편리하게 활용될 새로운 물건이 등장하면 그로 인해 사람들의 일상이 달라지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예컨대 스마트폰이 일상화되고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컴퓨터와 카메라의 역할을 전화기로 대신하는 시대가 되었다. 실제로 신용카드와 신분증까지 내장되어 있으니, 이제 스마트폰은 단순히 전화를 거는 것이 아닌 더 많은 용도로 활용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것을 당연시하며 활용하고 있음을 목도하게 된다. 아마도 휴대폰이 일상화될 즈음에는, 많은 이들이 그저 전화기를 들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놀라워했을 것이다.
근대로 접어들던 무렵 서양의 발달된 기술에 의해 개발된 ‘근대 사물’들 역시 처음 선보였을 때, 당시의 사람들 역시 신기하고 그 편리함에 놀랐을 것임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저자는 전차와 무성영화를 비롯한 8개의 ‘근대 사물’이 처음 도입되던 때의 상황과 당시 사람들의 반응 등에 대해서, 다양한 자료를 통해서 그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그렇게 도입된 ‘근대 사물’들은 ‘근대의 풍경을 혁신적으로 바꿨다’고 강조한다. 저자가 소개하는 ‘근대 사물의 발명은 입는 옷부터 먹는 음식, 사는 공간까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삶을 바꾸었’지만, 이후 더욱 빠르게 변화한 기술로 인해 지금은 그 흔적을 찾을 수 없을 정도라고 말하고 있다.
아울러 그러한 ‘근대 물건’들로 인해 ‘사람들의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인간의 삶이 더 나아졌는지는 의문’이라는 물음을 제시하기도 한다. 앞에서 언급한 다양한 기능을 포함하고 있는 스마트폰이 시람들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과연 그것을 통해 행복하거나 만족스러운 삶으로 이끌었다고 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 누군가는 긍정적으로 대답하겠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 더욱 바빠지고 오히려 스마트폰으로 인해 통제를 받는 듯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분명 기술 발전으로 인해 탄생한 문명의 이기는 사람들의 삶에서 명암이 함께 존재하기 마련이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느끼고 활용하는지에 따라서, 각자 느끼는 ‘명(明)’과 ‘암(暗)’의 비중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하겠다.
이 책에서 소개된 ‘전차’와 ‘무성영화’는 이제 자동차와 영화로 인해 현실에서는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근대 사물’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그것들이 처음 도입되었던 무렵에는 당시 사람들의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고, 전차 안내원이나 변사와 같은 새로운 직업이 등장하여 각광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부싯돌로 힘겹게 불을 붙여야 했던 시대에 간단한 조작으로 블을 켤 수 있는 ‘성냥’의 등장 역시 일상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었다고 하겠다. 또한 손바느질에서 벗어나 기계를 통해 바느질을 할 수 있는 ‘재봉틀’의 등장은 편하게 옷을 만들거나 수선을 할 수 있도록 했으며, 기술의 발달로 인해 이제는 디지털 기능을 첨부한 새로운 재봉틀이 활용되고 있기도 하다. 저자는 이러한 ‘근대 사물’의 도입으로 인해 당시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소개하고 있다.
여기에 일본에서 시작되어 조선으로 들어온 사람의 손으로 끄는 ‘인력거’의 등장이 가져온 변화상을 서술하고, 부엌 문화를 바꾼 ‘석유풍로’는 내가 어린 시절에도 여전히 각 가정에서 아주 유용하게 사용되던 물건이었다. 사람의 목소리를 녹음했다 들려주었던 ‘축음기’는 카세트테이프와 CD 시대를 지나, 이제는 MP3 혹은 음원을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 연결해 듣는 것으로 변화하였다. 짚신을 대체했던 ‘고무신’ 역시 오랫동안 서민들의 일용품으로 애용을 받다가, 이제는 관광지의 상품으로나 만나볼 수 있는 ‘근대 사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당시에는 ‘혁신적인 문물이었지만 지금은 우리의 기억으로만 남은 것, 혹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뀐 근대 문물’을 소개하면서, ‘그것으로 인해 변화된 생활상과 새로운 물건으로 대체되고 소멸하는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그리하여 독자들이‘근대 사물의 역사적 의미를 조명해보는 일, 그 과정을 통해 우리가 누리고 있는 오늘날 과학 기술의 미래가 어떤 형태로 전개될지 가늠해보’기를 희망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편으로 씁쓸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러한 ‘근대 사물’의 도입과 사용이 주로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적 배경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한 문명의 이기를 도입하면서 당시 사람들이 일상에 변화를 가져왔지만, 결국 경제적 이익과 그 혜택을 독점했던 것은 일본인 혹은 일본의 자본들이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당시 조선 사람들은 헐값에 노동력을 착취하는 대상으로 전락하는 상황이 초래되었다고 하겠다. 박한 임금으로 ‘성냥공장의 노동자’나 ‘인력거꾼’으로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야 했던 이들은 대부분 힘없고 가난한 조선인들이었다. 문명의 이기로 여겨졌던 ‘전차’ 역시 주로 일본인들이 이동했던 노선에 집중적으로 배치되었고, 새로운 공장이 건설되었지만 결국 자본을 제공한 친일파나 일본인들이 그 이익을 독차지했음은 물론이다. 비록 그러한 아픔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지만, 이러한 ‘근대 물건’들이 결과적으로 사람들의 일상을 보다 편리하게 변화시켰다는 사실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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