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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지루한 시간을 보낸다.
뭐 특별한 것도 없고 만날 사람도 없고..
지난 주간부터 감기 증세가 있어 나갈 수도 없었다.
기침이 심해서(아직까지 낫지 않았지만), 이게 감기 때문인지 요즘 유행하는 신종플루에 감염된 것인지 걱정도 했다.
워낙 신종플루가 세계적으로 창궐하다 보니 어디가서 기침도 함부러 하기 무섭다.
특히 내가 현재 늘 다니던 국립도서관은 정숙한 곳이다 보니 가기도 그렇고 해서 집에 있었다.
몸도 그리 좋지도 않고해서.. 그러다 보니 더 쳐지는 것 같아 힘들었다.
선교사의 삶을 현재 경험하고 살아가지만, 지루한 삶이다.
아직까지는 나에게는 그렇게 느껴진다.
정말 말씀과 기도로 무장하지 않는다면 늘 낙심할 수 밖에 없는게 지금 선교사의 삶인 것 같다.
아무도 나를 간섭하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또 눈에 달성해야 할 목표도 보이지 않는다.
나 혼자 세상이다. 이 말은 좋은 점도 있지만, 한편으로 큰 부담이기도 하다.
혼자이기에 편할 수도 있지만, 또 혼자이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주의 종이 가는 곳마다 사람들을 만나 복음을 전하고 성령의 능력으로 모든 것을 이기고 파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아는데, 살면서 느끼는 것은, 하루가 정말 짧으면서 단순하고 지루하며, 특별히 신경써지 않으면 하는 일 없이 후딱 지나가 버린다.
그런날이 하루로 끝날때도 있어 어떨때는 며칠동안 그럴때도 있다.
그럴때는 시편의 말씀이 정말 실감난다.
"주께서 사랑하시는 자에게 잠을 주시는도다"
제대로 하는 것 없을때에는 밤에 잠도 잘 안온다. 그리고 멍청하다.
이리 저리 뒤척이다 도저히 안되면 성경을 집어 들고 본다.
그제서야 놀랍게도 잠이 온다. 책을 읽어 피곤해서 잠이 오는 게 아니라, 평안이 와 잠을 자게 한다.
하루 하루가 끊임없는 전투다.
어떻게 낙심하지 않고, 소망가운데 이곳에서 설 수 있는지에 대한 영적 전투다..
주위에 둘러싸인 여러가지 모든 문제들 가운데 어떻게 하나님만을 의지하는냐? 라는 전쟁이고 전투다..
마치 625 전쟁당시 국군과 인민군의 철의 삼각지를 수차례 빼앗기고 빼드는 것 같은 치열한 전투가 이곳에서 하루의 영적 삶이다.
말씀과 기도로 무장하고 일어서면 승리하지만, 반면 곧 주변의 환경으로 인해서 두려움에 부딪히면 한없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이런 영적인 쓴잔과 단잔을 번갈아 마시면서 하루 하루 깨어 있으려고 노력하는게 이곳에서 삶이다.
수백번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기를 다짐한다.
그 다짐이 온전히 지켜지길 소망하며... 말이다.
이런 삶속에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있다.
나는 선교사가 먼저 사람들에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곳에 와서 살아보니깐 그 반대다..
사람들을 만나 나 자신을 정직하게 소개하면....
사람들이 나를 찾는다..
특별히 내가 그들에게 잘 대해 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관계가 이뤄진다.
난 이게 하나님의 예비하심이라고 믿는다.
내가 무엇인가 하는 게 아니라..
하나님의 인도하심 가운데 만남이 이뤄지고 사역이 이뤄지는 것..
그 가운데서 내가 성실하게 감당하기만 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믿는다.
이곳에서 내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근데, 요즘에 계속적으로 사람들이 나에게 다가온다.
물론 이 관계가 더 온전하게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제자화까지 이뤄져야 하겠지만..
단순히 관계성만 보더라도 놀랍다.
먼저 몇사람을 소개 한다면..
1. 다니엘
이 친구는 현재 우리집에 가장 많이 찾아 온 집 근처에 사는 30대 후반의 남성이다.
아내와 함께 살고 있는데, 첫 만남은 내가 야구를 하던 도중 만났다.
야구는 이곳에서 선교적으로 접촉점을 만드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기도하는 중이다.
한날, 이삭이와 우리집 앞 공터에서 야구를 하고 돌아오는데 그 친구가 먼저 나에게 말을 건넸다.
그게 첫 만남이다. 그는 야구 매니아였으며 또 크로아티아에서 흔하지 않는 야구를 하는 나를 보고 직접 자기 집에서 나와 나에게 온 것이다. 그를 통해서 나는 이곳 소프트볼 클럽과 베이스볼 클럽에 대해 알게 되었고 이후에 함께 소프트 볼 클럽에 들어가 연습할 수 있게 되었다. 이미 야구에 경험이 있던 나라 다른 선수들에 비해서 그리 뒤떨어지지 않게 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다니엘은 지금까지 내가 보기에는 사람이 진실하고 또 인정이 많다. 그가 우리 가족에게 대하는 것을 봐도 또 나에게 대하는 모든 행동을 봐도 좋은 믿음의 일꾼이 될 수 있는 재목이다. 그의 나이는 나 보다 한살 아래인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더 대할 수 있어 좋다. 그의 아내 또한 밝다. 이들 모두 카톨릭 신자이긴 하지만 교회는 나가지 않는다.
그래서 기도하기로는 좋은 관계로 성장해서 함께 말씀을 공부하고 나누길 기도하고 있다.
이미 그는 나에게 크로아티아어를 가르쳐 주고 있으며 계획으로는 기회가 닿으면 말을 배울때 성경을 통해서 가르쳐 달라고 할 생각이 있다. 그러면 나에게도 좋고 또 그는 성경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내가 이미 물어 봤지만 그는 성경을 읽어 본 적이 없다.
2. 수많은 청소년 아이들
내가 하는 일을 그리 많지 않는데, 그 중에 꾸준히 하는 게 있다면 아이들과 밖에 나가서 노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도 현재 근 9개월째 백수다. 학교를 안 다니고 늘 집에 있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내가 밖에 데리고 하루에 한번씩 나가려고 한다. 이 녀석들도 아직 말도 안 통하는 이 나라가 어색한지 한사코 내가 같이 가야지만 어디를 가려고 한다.
나가면 뻔하다. 놀이터 또는 야구하러 간다.
놀이터에 갔는데, 어느 한 청소년이 나에게 "곤니찌와" 크게 소리 지르면 부르는게 아닌가?
가만히 보니 삼삼오오 모인 청소년들인데 한눈에 봐도 건전한 아이들인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나이는 나중에 알고 보니 14살 짜리인데 담배를 피고 있었으니...또 침뺏고 말이다. 대충 상상이 가지 않나?
내가 한가지 잘 못 참는것은 가끔 외국인이 나에게 "곤니찌와" 또는 "니하오" 라고 하는 말을 할때이다.
그렇다고해서 내가 화를 내는 것은 아니고..
대게 유럽에 사는 애들은 동양인들을 보면 첫번째 중국인, 두번째 일본인, 마지막으로는 없다.
즉 한국인이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한국인이라고 말하면 나중에서야 놀란다. 10년전쯤에 그런 말을 하면, 다들 그런 나라도 있나? 하면서 의아해 하지만 지금은 한국이라는 나라가 이미 많은 곳에 알려졌으므로 한국인이라고 말하면 대게 좋아한다. 간혹 니가 북한에서 왔냐? 라는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특히 공항에선)
그때 이삭이랑 영진이를 데리고 갔는데, 부르는데 선교사가 또 그냥 지나칠수가 없어 그들에게 갔다.
그러니 그 인사자체가 사실 놀릴려고 부른 것이다. 이곳에서는 동양인을 보기 힘들다.
이삭이랑 영진이는 약간 기가 죽었다. 나이가 14살이라고 하지만 유럽인이기에 덩치가 컸다.
가자마자, 내가 크로아티아 말도 잘 못하는데..할 수 있나?
영어로 곧장 몇 마디 했다. 그러니 그들도 내가 온 것에 대해서도 좀 놀랬고 또 영어로 말을 하니...하여튼 분위가 어수선한 분위기가 되었다. 근데 그 중에 하나가 영어를 좀 할 줄 아는애가 있었다.
그래서 내가 다짜고짜 더 물었다. "곤니찌와" 가 어느 나라 말인지 아냐? 그건 일본말... 너희들이 보기에 내가 어느 나라 사람 같이 보이냐? 난 한국 사람이다. 한국 사람에게는 "안녕" 해야한다. 등등 말이다.
그러면서 그 애들 얼굴을 보니, 좀 건들거리긴 해도 아이들이 모두 순수하고 착해보였다.
그 중 한 녀석이, 나에게 소리 지른, 그 중에서 제일 건들거렸지만, 그래도 가만히 살펴 보니 그 녀석도 마음은 여리고 착했다.
또 그들 중에는 여자애도 하나 있었는데, 자기 따나는 친구들이 나를 불러서 놀리려고 한 것이 내심 불편했던지 눈빛 자체에서 그런 모습이 보였다.
이삭이는 나에게 그냥 가자고 했지만,
이삭이이게 "이삭아! 선교사는 이런 형들도 만나서 전도해야하는 것이란다" 라고 말하니.. 이삭이가 양같이 조용해졌다.
그렇게 만난 아이들이 네명이다. 제일 건방 떤 데오르, 필립, 크리스챤, 그리고 여자애 티나..
데오르가 계속 건방을 떨기에 이렇게 말했다.
"너 나이가 몇살이냐?"
"열네살"
"내 나이가 몇살로 보이냐"
그러니 그 중 한 녀석이 "사십"
"그래 맞다. 내가 거의 사십이다. 내가 너보다 나이가 이렇게 많은데도 너와 좋은 관계를 갖고 싶어 이렇게 말하는데, 너의 태도는 좋지 않다"
그러니 건방은 떨지만 순진한 데오르가 기를 죽인채 알겠다고 한다.
그래서 말했다.
"나 한국에서 온 목사다. 우리 다음에 만나면 더 많은 이야기 하자. 그리고 우리집에도 놀러오고..."
그러니 좋다고 한다.
물론 다음에 이들을 다시 만날지 모르겠다. 하지만 같은 동네에 있으니 또 보겠지..
난 찾아가지 않아도 날 부른다. 좋은 뜻이든 아니면 나쁜 뜻이든..
또 다른 기분 좋은 만남은 동일한 14살 짜리들이지만 야구할때 생긴 일이다.
이삭이랑 늘 나가서 야구를 하니깐 주변에 사람들이 안다.
야구를 하는데 또 날 부른다. 보니 아이들 6명이 나를 부른다.
그래서 갔다. 그러니 자기들도 야구 하고 싶단다.
이미 이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그래서 당연히 된다고 했다.
장비는 부족했지만, 함께 야구를 했다.
하지만 야구에 초자도 모르는 아이들이다.
아마 평생에 처음 글러브를 만졌거나 보았을 것 같다.
보면 안다. 공을 치는 모습이나 글러브를 끼는 모습을 보면..
자기들끼리 우왕좌왕하며...난리다.
그래서 대충 야구룰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시작했다.
그래도 신나게 놀았다. 그리고 또 볼 수 있냐고 한다.
그래서 매일 온다고 했지..그러니깐 자기들도 오겠다고.. 그래서 오기 전에 인터넷에서 야구룰에 대해서 공부하고 오라고 했다.
이렇게 또 아이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나이가 드니깐 내가 남을 찾아가는게 힘들다. 젊은 선교사가 이런 말해서 정말 죄송하지만, 사실 여호와의 증인이나 몰몬교도 같이 전투적으로 하는 게 꺼려껴 진다. 어쩌면 아직 영적 때를 못 벗어 그럴수도 있다. 물론 정작 필요할때는 먼저 뛰어 들어야하겠지..대신 하나님께서 가만히 있어도 사람들을 만나게 해 주시기 얼마나 감사한가?
원하기는 이런 만남들이 결실이 맺어지기 원한다.
모든 만남을 주님과 연결시키고 싶은 마음이다. 하나님께서 지혜와 성령의 충만함을 주셔서 이런 만남가운데 열매가 맺혀지길 소망한다.
또 이곳 교회의 방문과 만남에 대한 소식도 기회가 되면 함께 나누길 원한다.
아직까지는 미비하지만...또 하나님께서 좋은 만남을 주시줄 믿으며..
첫댓글 젊은 사람이 자꾸 나이 이야기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안 그러겠습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