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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패왕별희
1.개요
《패왕별희》(Farewell My Concubine, 覇王別姬)는 1993년 중국의 천카이거(陈凯歌, Chen Kaige) 감독이 연출했다. 이벽화(영문명 릴리안 리)의 동명소설[1]을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원작자가 각본에도 참여하였다. 패왕별희는 사면초가와 함께 항우와 우희의 비극적인 죽음을 담고 있는 고사를 바탕으로 하는 경극 작품이며, 이 영화의 중요한 소재이자 곧 영화의 제목이다. 제46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작품이며, 국내엔 1993년 12월에 개봉되었다.
2.출연진
장국영(청데이程蝶衣[2] 역), 장풍의[3](단샬로段曉樓[4] 역), 공리(주샨菊仙[5] 역), 갈우(원 대인 역)
3.줄거리
1925년, 베이징 경극학교에 두자(도즈豆子 = 콩)라는 소년[6]이 들어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창녀였던 도즈의 어머니는 아이를 데리고 매춘일을 할 수가 없어서 경극학교에 맡기려고 했지만, 본래 6손이였기 때문에 경극학교에서 도즈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어머니는 그의 손가락을 강제로 잘라낸다.[7] 도즈는 내성적인 성격이라 다른 아이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데 단지 성격 때문만은 아니고, 창녀의 아들이라는 이유도 있었다. 그런 도즈를 석두(시투石頭 = 돌머리)라는 소년이 곁에서 보듬는다. 그리고 드디어 두 사람에게 경극 배역이 주어지는데 도즈는 여자 역을, 시투는 남자 역을 맡게 된다.
처음에 도즈는 여자 역할을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지만, 뒤에서 자신을 돌봐주는 시투와 배려받는 자신의 관계를 전쟁터의 장수와 그를 기다리는 여인의 관계에 대입하기 시작하며 결국 여자 역을 해내기 시작한다. 데이가 경극단의 후견인 앞에서까지 여자 역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실수를 하자, 바로 그 시투가 직접 나서서 입을 담뱃대로 쑤셔가며 해내라고 윽박질렀기 때문이기도 하다. 데이의 실수 때문에 중요한 후견인을 놓치게 될 상황이었고, 게다가 체벌이 당연시되던 경극단 분위기상 데이는 정말 맞아죽거나 쫓겨날 수도 있었다. 결국 시투를 위해서 모든 걸 시작하게 된 것이다. 때문에 극 내내, 도즈=데이가 가진 동성애 성향은 몹시 애매하게 그려진다. 자신을 보호해준 시투에 대한 애정인지, 극 중 언급되는 것처럼 극에 미쳐서 현실과 분간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인지, 아니면 그저 본래 동성애 성향이 있었던 것인지 정확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청나라 시절에 궁중 내시었던 부유한 노인 장 대인의 집에 불려가 공연을 하게 되는데, 데이는 그의 미모를 눈여겨 보던 장 대인에게 강간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한다. 스승이 상납한 것이나 다름 없었으며, 데이의 유년시절이 끝남과 동시에 사실 그들이 패왕과 우희로서 무대에서 존재하기 위해선 처음부터 데이의 희생과 더러운 뒷거래가 있었어야 함을 뜻하는 장면이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데이는 경극학교 앞 마당에 버려진 아기를 보고 스승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서 라고 이름붙이고 데리고 와서 키운다. 후에 경극학교가 망해도 경극배우를 포기하지 않는 서를 보고, 후배로서도 양성하게 된다.
10여 년이 흐른 1937년 중일전쟁 시기에 청데이(도즈의 예명)와 단샬루(시투의 예명)는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경극 배우가 되어 있었고, 샬루는 홍등가의 유명한 창녀인 주샨(공리)과 사랑에 빠져 결혼을 약속한 사이가 되어 있었다. 그런 그들을 시기와 질투의 시선으로 바라보던 데이는 보란 듯이 경극 애호가이자 부유한 후원자였던 원 대인에 의지하며[8] 그의 애인이 되고, 샬루는 데이와의 약속마저 깨뜨리며 주샨과 결혼하게 된다. 점점 틀어지는 두 사람의 관계, 그리고 지울 수 없는 배신감을 느낀 데이는 결국 아편에도 손을 대기 시작한다.
1945년 일본군이 패전하여 중국 국민당이 대륙을 수복하자 친일 행위를 벌인 사람들이 간첩 혐의로 대대적으로 고발당한다. 데이의 경극 공연 중에 국부군이 몰려와 데이를 지목해 "저 놈 친일파다!"라고 비난하자 샬루가 국부군들을 말리다가 한패로 몰리는 바람에 싸움이 벌어졌고, 임신 중이던 주샨은 샬루를 찾다가 구타당해 유산하게 된다. 그 결과 데이는 모든 것을 체념한다. 어떻게 해서든 데이를 풀려나게 하기 위해 샬루와 주샨은 원 대인에게 사정사정하고, 원 대인 역시 데이와의 정을 생각하여 도와주려고 하나 정작 재판정에서 데이는 이 모든 것을 거부한다. 결국 원 대인과의 관계는 단절되고 데이에게 위기가 찾아오나, 국민당의 한 고위 장교가 데이의 연기를 보기 위해 베이징을 방문하자 다시 풀려나게 된다. 데이를 강간했던 장대인은 그 많던 재산들을 다 빼앗기고 결국 백치가 되어 길거리 담배 장수로 몰락해있었다.
1949년 국공내전이 공산당의 승리로 끝나면서 국민당은 대만으로 물러나고, 중국 대륙은 공산화되는데, 이 과정에서 결국 원 대인도 인민들의 손에 조리돌림당하고 처형되고 데이의 양자 서는 공산주의 사상에 물들게 된다. 그리고 데이는 경극 배우를 그만둔다.[9]
이후 데이는 아편을 끊기 위해 노력하지만 금단현상으로 정신을 못 차리는데, 우연히 엄마를 찾는 것을 들은 주샨은 데이에게서 모정을 느끼게 된다. 사실 여태까지 데이가 샬로를 위해 더러운 일을 한다는 것을 주샨은 알고 있기도 했었기 때문. 데이가 뒤에서 해왔던 일들 역시 결국은 창녀와 다를 바가 없었기에 데이가 쥬샨을 더욱 마음에 들지 않아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1966년 중국을 휩쓴 문화대혁명에 의해, 샬루와 데이가 몸담았던 경극단은 경극분장을 한 채 길거리 한복판에서 서가 이끄는 홍위병들에게 인민재판을 당한다. 고문을 견디지 못한 샬루는 단원들의 만류에도 데이의 동성애 성향을 폭로하고[10], 이에 맞서 데이도 통곡을 하며(사실 데이가 일본군 앞에서 노래한 것도 샬로와 주샨 때문이다.) "하지만 샬루, 넌 '패왕'을 버렸어!"라며 샬루를 비난한다. 거기다가 이를 말리려던 주샨을 가리켜 그녀가 과거가 창녀였다는 것까지 홍위병들 앞에서 폭로해버렸고, 홍위병이 이걸로 추궁하자 샬루는 견디지 못하고 단 한 번도 주샨을 사랑한 적이 없었다고 거짓말을 한다. 거기다가 한술 더 떠 이젠 우리는 남남이라며 이혼선언까지 하고 만다. 사실 문화대혁명 초반의 어느 날 밤에, 아내와 함께 집의 고물들을 다 부숴 없애던 샬루는 주샨과의 대화 중 반드시 주샨을 지켜주겠다고 약속했었다. 결국 그날 셋 다 살아서 풀려났지만, 충격을 받은 주샨은 데이가 샬로에게 주기 위해 원대인에게 몸을 바쳐 얻어낸 보검을 데이에게 돌려주고,[11] 집으로 돌아와 결국 목을 매어 스스로 자결하고, 이를 본 데이와 샬루도 그 충격으로 맛이 가게 되었다.[12]자결한 주샨을 본 샬로와 데이의 모습은 그야말로 실성한 이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을 배신하고 홍위병이 되었던 '서'는 어느 큰 방에서 혼자 데이의 분장품을 가지고 우희 분장을 한 채 도취되어 있다가, 갑자기 한손에 마오쩌둥 평전을 하나씩 든 홍위병들에 의해 잡혀가게 된다.[13]
세월이 흘러 문화대혁명의 영향이 거의 사라진 1977년. 데이와 샬루는 60에 접어들어 은퇴 직전 패왕별희의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연습을 하고 있었다. 영화 초반부와 같은 모습이며 일종의 수미상관 형식이다. 체육관 관계자는 요즘은 문혁의 분위기가 많이 누그러졌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한다. 그리고 데이는 마지막 경극 무대에서[14] 샬루의 허리춤에 꽂혀있던 검을 몰래 뽑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 직전에 데이가 샬루를 향해 굉장히 미묘한 표정의 변화를 보이는 장면이 있는데, 장국영의 연기력을 짐작케 하는 장면 중 하나로 손꼽힌다. 샬루의 그 검은 바로 데이가 샬루가 고발했던 '원대인과의 관계'를 대가로 얻어온 보검이었다. 여담이지만 원래는 장내시의 것으로 시토가 갖고 싶어했던 것이었다.
한편 이미 이 자살에 대한 복선이 등장했었는데, 중반부에 샬루의 결혼식날 밤에 절망한 데이가 원대인의 집에서 패왕별희 놀이를 하던 중 원대인의 허리춤에서 이 검을 뽑아 자살하는 흉내를 냈었고, 순간 원 대인도 깜짝 놀라 "조심하시오, 그건 진짜 칼이오!"라면서 만류했었다.
4.기타
감독 천 카이거는 중학생 때 문화대혁명을 겪었고, 직접 홍위병으로 참가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아버지를 부정하는 행동을 벌였는데, 이러한 모습들을 영화 속 문화대혁명 시기 예술과 가족의 관계성이 탄압받는 모습으로 그려내었다.
샬루가 점점 힘과 권위를 잃어가는 모습은 벽돌을 머리로 깨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어린 시절부터 곤란한 상황이 닥칠 때마다 벽돌을 자신의 머리에 내리쳐 깨뜨리는 걸로 힘과 재능을 과시하며 위기를 넘겼던 그는(사부에게 경극 배우로서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짓이라며 혼이 난다), 문화대혁명이 발발하면서 힘을 잃자 벽돌도 결국 깨지 못하고 자기 머리만 다치는 지경이 된다.
배우 장국영은 중성적인 배역의 모습과 극 패왕별희 속 '우희'의 여성적인 모습. 그리고 동성애 성향을 완벽히 소화해냈다. 그가 훗날 동성애자(라지만 실제로는 아마 양성애자에 가까운것 같다)임이 세상에 알려졌던 것을 생각해보면, 흥미로운 부분이다.
[1] 원작 소설의 결말은 영화와는 다르다. 현재는 절판되어 구할 수 없다.
[2] 한국 자막을 정말로 기막히게 넣은 대표적인 사례. 중국어가 아닌 영어이름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흔하다. 원래 발음은 디에 이에 가깝다.
[3] 오우삼 감독의 영화 '적벽'에서 조조 역할로 나왔던 배우
[4] 데이와 마찬가지. 원래 발음은 샤오 로우에 가깝다.
[5] 역시 마찬가지. 원래 발음은 쮜 시엔에 가깝다.
[6] 청데이의 아명
[7] 이 장면을 두고 청데이의 성적정체성이 거세되었음을 의미한다는 해석이 있다.
[8] 처음에는 경극애호가 같았으나...어찌 보면 이 사람은 우희로서의 데이를 사랑한 유일한 사람.
[9] 양자인 서가 공산주의자가 된 계기가 뚜렷하게 묘사되어 있지 않은데, 사실 데이에 대한 질투심이 이유에 가깝다. 데이가 아편에 심하게 취했을 때 대역을 한 적이 있으며, 이 때문에 데이에게 심하게 욕을 먹는다. 결정적으로 마지막 장면 직전, 데이가 가졌던 우희의 장신구 등을 가지고 우희 분장을 한 채 도취되어 있다가 홍위병에게 잡혀가게 된다.
[10] 죄책감 때문에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고 원대인의 그 관계가 맞지 않느냐는 식으로 언급하지만 데이의 동성애 성향, 여성스러운 면 등을 종합하면 바로 답이 나오는 문제였다. 그래서 단원들도 절망했던 것이다.
[11] 그게 얼마나 데이에게 소중한 물건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
[12] 이때 목을 맨 주샨의 모습과 혁명을 찬양했지만 결국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는 노래가 나온다."할머니는 혁명은 악한 자를 처벌하는거라 했지만,그건 나의 착각이었네"
[13] 이는 서의 몰락을 보여줌과 동시에 현실에서 데이와 샬루의 설 곳이 점점 사라진 것과 마찬가지로 이제 데이가 무대에서의 우희로조차 있기 힘들어짐을 의미한다. 그래서 엔딩 부분에서 데이는 마지막으로 우희로서 삶을 마감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14] 경극 '패왕별희'에서 우희는 자결한다.
[출처] https://namu.wiki/w/%ED%8C%A8%EC%99%95%EB%B3%84%ED%9D%AC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7.04.15 08:41
첫댓글 영화를 보고 해설을 접하니..아하 그렇구나..더 이해가 됩니다.잘 봤습니다.사부 배역의 남자는 이소룡 영화의 악역으로 본듯.갸우뚱.용쟁호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