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게장(신영복)
얼마 전에 간장게장을 먹다가
문득 게장에 콜레스테롤이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검색하다가 '간장게장'에 관한 시를 발견합니다.
시제는 '스며드는 것'이었습니다.
간장이 쏟아지는 옹기그릇 속에서
엄마 꽃게는 가슴에 알들을 품고 어쩔 줄 모릅니다.
어둠 같은 검은 간장에 묻혀 가면서
더 이상 가슴에 품은 알들을 지킬 수 없게 된 엄마 꽃게가
최후로 알들에게 하는 말입니다.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간장게장'은 이미 간장게장이 아닙니다.
그 시를 읽고 나서
게장을 먹기가 힘듭니다.
엄마 꽃게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첫댓글 안도현 <스며드는 것>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