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산불 89시간 52분만에 진화.. 기관별 대처 Good&Bad로는?
“평생 살아오던 내 집이 사라졌는데, 참담하죠.”
지난 8일 강릉·동해 산불이 89시간 52분 만에 진화에 완전히 성공했다.
지난 4일 밤 22시 성산면에서 먼저 발화했고, 5일 새벽1시 옥계면에서 60대 남성 A씨의 방화로 시작된 이번 강릉·동해 산불로 116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총 3천965ha의 면적과 196곳의 주택·농가가 소실됐다.
같은 시기 전국에 건조·강풍주의보가 발효돼 울진과 삼척에서도 산불로 20,923ha가 소실된 것을 감안하면, 이번 3월 초에 일어난 두 사건의 피해면적은 2만4천ha에 달해, 역대 최악의 피해를 낸 지난 2000년 산불에 육박한다.
해마다 전국적으로 큰 피해를 야기하고 있는 대형 산불 피해 대응과 복구 지원 과정 전반에 걸쳐, 공공주택 제공, 지방세 감면, 재난금 지원등 이재민 지원과 소방진화헬기 수급, 드론 활용 등 복구작업의 효율성의 측면에서 진단해보기로 한다.
◇ Good: 국토교통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강원도청
강릉·동해 산불에도 전국 각지의 기관에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국토교통부는 산불 피해를 이재민에게 부영그룹·강원도청·한국토지주택공사(LH)·주택도시보증공사와 협력하여 긴급으로 피해 지역 인근의 공공임대주택을 제공·2년간 보증금과 임대료를 지원하기로 22일 발표했다.
LH가 확보한 임대주택은 강릉과 동해시에 총 30가구로 즉각 입주 가능함을 알렸고, 구호 물품과 가전제품은 직방과 지역 공인중개사에서 지원한다고 밝혔다.
강릉시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30대 박모씨는 “부동산은 원래 동네장사다. 옥계면 주민은 아니지만, 이제부터는 우리 동네 분들이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현 시국에서 정부의 이런 대책은 칭찬해야 한다. 산불로 피해를 입으신 분들이 자기 집이라고 생각하시고 편히 머물다 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강원도청 청사. [자료제공=구글]
강원도청은 21일 이번 동해안 산불 피해 지역의 신속한 복구를 위해 국토지리정보원·한국국토정보공사 강원지부와 협업해, 드론과 위성 영상을 촬영해 재해 복구 업무를 돕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피해 지역 중에서도 주택지를 중점적으로 촬영해 이재민들의 주택 복구에 힘을 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B 건설사에서 측량업에 종사했던 50대 강모씨는 드론이 지역 복구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에 대해, “현장 측량을 할 때 드론을 이용하면, 지도와 좌표만 스캔(매핑)해도 소실된 현장의 위치 데이터를 복원할 수 있으며, 현장에서 불필요한 노동력과 시간 소요를 단축해준다.”며 도청의 드론을 이용한 대책을 호평했다.
또한, 강원도청의 산불 피해주민에 대한 지방세 감면에 대해 알고 싶어서, 세정과 직원과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이미 보도자료가 나와 취재에 응하지는 않았다.
20일 발표한 보도자료에 의하면, 강원도는 기존 행정안전부에서 하달된 지원금 외 추가적인 지방세 감면에 대한 토의를 18일에 개최했다고 밝혔다.
도는 당시 19년 강릉·고성 산불 케이스와 비교하여, 그때와 비슷한 규모의 지방세 지원 계획을 펼칠 것이라고 발표했다.
◆ Bad: 대한민국 정부, 산림청·소방청
정부는 10일 산불 피해지역에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해 이재민들의 생계와 주거에 대한 지원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임시 조립주택 수요를 파악해 강릉시에 34동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현재 체육관이나 주변 모텔 등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는 가림막이나 자원봉사자 수가 부족해 코로
나 확산에 취약하여 이런 대책을 내놨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조립주택 역시 1년 단기 임대이며, 7.3평의 좁은 면적이 평소 노인들이 생활하던 주택의 생활 방양식과는 다소 괴리가 있다.
이재민 A씨의 모친 C씨 할머니(86)는 “화장실도 불편하고,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도 쓰고있어야 해서 너무 불편해 잠도 안 온다. 옮긴다는 곳도 세 식구가 들어가기 좁을 것이다.”고 짧게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정부는 주택 복구를 원하는 이재민에게 융자로 8,840만원까지 지원해준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강릉 산불 이재민인 A씨(55)에 따르면 정부에서 지원하는 현행 재난 완파 보상금은 ‘완파기준’ 1,600만원 정도였고, 나머지 금액은 개인이 충당해 복구해야 된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산불이 난 강릉 옥계면과 동해시 이재민의 대다수는 농업에 종사하는 장년층과 노인으로 모두 전소된 논밭에서 농사를 지어 융자를 갚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히, 이재민들은 강릉 옥계면은 유명한 송이와 양봉 산지이나, 이번 화재로 근 10년은 제대로 된 생산이 불가하다며 송이 피해에 대한 지원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A씨는 “농기계 수리와 비닐하우스 신축은 고맙지만, 집 말고도 농가와 축사까지 새로 지어야하는데 턱없이 부족하다. 농사에 종사하다 보면 대출 받는건 기본이다. 지방세 유예나 기존 융자를 지원하는 건 고맙지만, 정부에서 지원하는 융자 액수를 더 늘려주거나 생활비 지원이 더 필요하다. 그리고 피해 사실을 직접 신고해야 하는게 번거롭다. 정부 관계자들이 와서 사진은 찍어가는데, 실제로 해결되는지 모르겠다.”고 입장을 발표했다.
또한, 산림청·소방청에게도 과실이 있었다. 바로 산불 진화헬기의 초동조치가 늦어져 조기진화에 실패했다는 점이다.
3월 초에만 강원권역에서 동시에 다섯 군데 지자체에서 화재가 났다.
하지만, 산림청은 산업시설이나 인프라가 덜 한 강릉·영월보다 원자력발전소가 위치한 울진과 삼척에 가용헬기의 대부분인 50대를 출동시켰다.
이번 강릉·동해 산불 현장에는 소방진화헬기 29대만이 투입됐다.
산림청 브리핑 자료에 따르면, 강릉·동해 현장은 초기 불씨가 미미해 중소형 헬기만으로도 초동 조치가 가능하다 판단했다고 밝혔다.
현재 산림항공본부가 보유한 헬기는 총 47대로 적은 수는 아니지만, 정비 소요로 인해 40%정도만 출동했으며 대부분이 담수량이 적어 초동 조치에 미흡한 중소형 헬기이다.
또한, 산지가 대부분인 강원지방은 초대형 헬기를 보유하지 못했으며, 가용헬기의 연식도 평균 40년으로 가동횟수가 증가할수록 정비 소요시간이 길어질 수 밖에 없다.
춘천소방서 예하 안전센터에 근무하는 D씨(24)는 “소방본부에서 예산이 편성돼도 주로 소방차나 시설에 대한 예산으로 가며, 헬기 쪽에 대해선 근무하면서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강원도시장·군수 협의회는 현재 강릉과 삼척, 동해 3개 시에 평시에 공동 배정된 헬기가 단 한 대임을 지적하며, 각 시군별로 헬기 지원을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23일 발표했다.
강재혁 대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