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여론조사 믿을만 했나
여론조사 그대로 믿기보단 구분하는 능력 필요
지난 3월 9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득표율은 윤석열 후보가 48.6%, 2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47.8%로 역대 가장 적은 차이를 보였다.
이에 더해 지상파 방송 3사가 공동으로 실시한 출구 조사 결과가 실제 결과와 매우 근접했다는 사실이 화제가 됐다. 방송 3사 출구 조사 결과 윤석열 후보 48.4%, 이재명 후보 47.8%로 실제 결과와 거의 비슷한 수치였다.
출구 조사의 경우,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유권자에 대한 광범위한 대면 조사와 함께 나이, 지지 후보 등 간결한 질문으로 비교적 정확한 표본을 확보한다. 여기다 앞서 실시된 사전 투표를 보정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매우 정확한 결과 예측에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여론조사의 경우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 전에 실시했던 마지막 조사에서 실제와 비슷한 결과를 예측한 기관도 있었던 반면, 실제와 다소 큰 차이를 보인 기관도 존재했다. 전체적인 정확도 측면에서 들쑥날쑥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여론조사 기관들마다 정확도에 차이를 보인 이유는 다양했다. 기관마다 표본, 질문, 콜백 여부 등이 달랐던 것이다. 조사결과,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전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실제와 가장 비슷한 결과를 예측한 조사는 4개 기관(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 등) 합동 NBS 조사(이하 NBS)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이하 KSOI)’의 조사였다. 특히 KSOI의 경우 공표 금지 전 마지막날이었던 3월 3일 발표된 조사(무선 ARS 자동 응답 조사 100%)에서 윤 후보의 0.7% 우세를 점치며 당일 발표된 여론조사들 중 대선 결과에 가장 가까운 정확도를 보여줬다. NBS 역시 같은 날 발표된 조사(무선 전화 면접 100%)에서 두 후보의 동률을 예상하며 두 번째로 높은 정확성을 기록했다.
이 두 조사는 어떻게 실제에 가장 근접한 결과를 예측했던 것일까. NBS와 KSOI의 여론조사 방식과 데이터를 분석해본 결과 두 조사의 공통점은 표본 내 응답자의 성별, 연령대, 지역 등이 실제 비율에 맞게 분포돼있다는 점과 더불어 간결한 질문으로 객관성 확보를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었다.
3일 발표된 NBS 조사(무선전화면접 100%)를 살펴보면 대선 후보 지지도, 지지 이유, 당선 전망 등 간단하면서 조사에 핵심적인 질문만 던져 최대한 객관적인 수치를 얻으려 했다는 걸 알 수 있다. 또 KSOI와 NBS 모두 성별, 나이, 지역 등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주민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표본에 대해 가중값을 산출한 데이터를 사용했다.
그리고 응답에 실패한 경우 다시 연결을 시도하는 ‘콜백’ 역시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거절이나 부재중임에도 다시 전화 연결을 시도하는 과정을 통해 그동안 여론조사 참여에 소극적이었던 중도층과 정치 저관여층의 응답률을 높이면서 조사의 정확성이 높아진 것이다. KSOI 이강윤 소장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ARS 조사는 콜백을 3번 할 정도로 정치 저관여층의 의견을 수집하려고 노력한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NBS 역시 콜백을 5번까지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방송 3사의 경우 출구 조사 결과의 사전 투표 보정을 위한 여론조사 데이터 수집 과정에서 콜백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오차범위 안에서 대선 결과를 예측하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표본의 범위, 응답자들의 비율과 현 인구 모집단의 일치 여부, 질문의 투명성 여부와 정치 저관여층 참여 유도 여부 등 정확한 예측을 위해 여론조사 기관들이 고려해야 할 사항은 다양하다. 수용자들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유권자의 선택과 여론 형성에 있어 선거 여론조사는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다수의 여론조사 기관들이 자기 입맛에 맞는 조사 결과들을 무분별하게 쏟아 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유권자의 올바른 권리 행사를 위해선 선거기간 발표되는 다양한 여론조사들을 수치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논리적으로 구분하는 능력이 더욱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