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 길에서 길로 </b></p><p><span data-ke-size="size14">모상철</span></p><p> </p><p>세월에 휘둘리며 떠밀려 다다른 곳</p><p>여기는 어디인가 땅거미 오는 어귀</p><p>팻말도 발자국도 없이 잿빛 고요 깔렸네</p><p> </p><p>길 찾는 푸른 꿈에 설렜던 봄 아득한데</p><p>메아리 멀어지고 그림자 가물거려</p><p>내딛기 망설이는 발길이 뒷덜미를 움킨다</p><p> </p><p>남들이 이미 간 뒤 허둥지둥 좇는 나날</p><p>앞길을 바라보니 전에 없던 깔딱고개</p><p>이제는 남은 힘 다해 나아가라 함이리</p><p> </p><p>시린 눈 부릅뜨고 거친 숨결 가다듬어</p><p>무릎이 무너지면 팔꿈치로 기더라도</p><p>막바지 갈 데까진 가야지 다시없을 나의 길</p><p> </p><p> </p><p><span data-ke-size="size14"><b>모상철</b> 2005년 《시조생활》 등단.</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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