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낭만 사라진 지 오래...“학교 가고 싶어요” 코로나 학번의 설움
코로나 시국 비대면 수업 3년째, 높아지는 대면 재개 목소리
“고등학생 때로 다시 돌아간 것 같아요, 동기 없이 집에서 시험 준비를 하려니까 수능 준비할 때보다 더 외로운 기분이 들었어요”
대학생 한지수(22)씨는 코로나 학번이라고 불리는 20학번이다. 입학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MT는 물론이고, 과 활동도 하지 못해 제대로 된 대학 생활을 하지 못했다.
올해 입학한 새내기인 조예린(20)씨도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조씨는 “코로나가 점차 나아질 줄 알았는데 더 심해지고 있다”며 “동기들을 화면으로만 만나니까 사이버 대학을 다니는 것 같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코로나 학번은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수업을 시작한 20학번부터 22학번까지를 이르는 말이다. 올해 초 오미크론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코로나 학번에게 코로나19 이전의 대학생활은 그저 먼 이야기이다.
◇ 비대면 수업에 익숙해진 코로나 학번...그렇다면 학업 성취도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을 진행한 지 3년이 지났다. 그동안 학생들은 비대면 수업에 익숙해졌지만, 수업 성취도에 대해선 여전히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2022년 3월 13일부터 3월 15일, 3일 동안 코로나 학번을 대상으로 ‘대면 수업과 비대면 수업이 코로나 학번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문을 진행했다.
코로나 학번인 20학번 7명, 21학번 명, 22학번 명 총 32명이 설문에 응했다.
조사에 응한 학생의 79.1%가 ‘대면과 비대면 수업 중 어떤 수업 방식이 성취도가 높았냐’는 질문에 ‘대면’이라고 답했다.
학생들은 대면 수업을 선택한 이유로 ‘교수와의 활발한 소통’, ‘집중이 잘 됨’, ‘수업의 질’, ‘실습 수업’ 등을 꼽았다.
‘대면 수업이 성취도가 더 높았다’고 답한 박지민(22)씨는 “대면 수업이 훨씬 성취도가 높았다”며 “비대면 수업의 경우 녹화를 하거나, 처음부터 녹화된 강의의 경우 여러 번 돌려 들을 수 있기 때문에 틀어 두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 강해 잘 안 듣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상업교육학회에서 발행한 조성일 교수의 ‘대면수업과 온라인 수업의 학업 성취도 비교’ 논문에선 학년과 학과에 구분 없이 온라인 수업을 들은 학생들의 평균점수와 중위점수가 대면수업을 들은 학생보다 더 낮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반면, 비대면을 선택한 학생들의 경우 ‘녹화 강의라 여러 번 반복해서 들을 수 있다’, ‘신경 쓸 요소가 적다’는 등의 이유로 비대면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 대학가 대면·비대면 병행 방침 유지하기로
대학가는 이전부터 세운 대면·비대면 수업 병행 방식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대학교는 대면 수업 방식을 유지한다. 비대면 수업의 경우 교수와 학생 간 협의가 있을 경우 등에 제한해 운영하는 기존의 방식을 그대로 가기로 결정했다. 대신 비대면 수업의 경우 수업의 질을 위해 실시간 화상 강의 및 질의응답 등 교수와 학생의 상호작용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강원대학교는 2022년 1학기부터 대면 수업을 확대했다. 교과목 유형에 구분 없이 좌석 한 칸 띄어 앉기가 가능한 강의실이거나, 시설면적 4㎡ 당 1명이 가능한 강의실을 대상으로 대면 수업을 운영한다. 비대면 수업의 경우 녹화 강의와 실시간 강의를 병행해 수업을 운영한다. 다만 시험은 대면으로 치러야 한다.
◇ “학교 가고 싶어요”...대면 수업 원하는 목소리 높아져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대면 수업을 원하는 학생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설문에 참여한 학생들은 ‘대면과 비대면 중 앞으로 원하는 수업 방식은 무엇이냐’는 물음에 주저 없이 ‘대면’을 꼽았다.
대면 수업을 선택한 박현지(20)씨는 “등록금을 내고 사이버 대학에 다니는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며 “비대면 수업보다 온전히 교수님 말씀에 집중할 수 있고, 수업의 질을 생각해 대면을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한지수(22)씨는 “1,2학년 내내 비대면 수업을 하면서 코로나 때문에 대학 생활을 통으로 날렸다고 생각했다”며 “이제는 대면을 하면서 제대로 된 대학생활을 느끼고 싶다”고 토로했다.
이진근(20)씨는 “대학에서만 배우고 쌓을 수 있는 경험들이 있는데, 코로나로 인해 MT나 동아리 활동 등 못하게 되었다”며 “한시라도 빨리 대면 수업이 가능한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