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회 들꽃인문학 강좌 2강 지면 소개: ‘법과 인간 І’- 신양균 교수(전북대 명예교수) ◈
1. 법이라는 안경
<통조림 뚜껑 따기> 배가 난파되어 물리학자, 화학자, 그리고 경제학자인 세 사람 아무런 식량도 없이 무인도에 표류하게 되었다. 며칠 후에 콩 통조림 하나가 해변가로 밀려오자, 어떻게 통조림을 따서 서로 나눠 먹을지를 고민했다. 먼저 물리학자는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통조림을 여는 것이 좋다고 주장했다. “제가 계산한 바에 의하면, 통조림의 무게는 1파운드인데, 1파운드짜리 물건을 20피트 상공에 던져 올리면, 그것이 지상에 떨어지는 순간의 낙하 속도는 초당 183피트입니다. 그것이 떨어진 지점에 바위를 놔두면 결과적으로 조금도 콩을 흘리지 않고 깡통의 솔기를 터뜨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자 화학자는 다음과 같이 주장 했다.
“우리는 통조림 깡통을 정확히 20피트 상공에 던져 올릴 수 없기 때문에 그 방법은 위험합니다. 제게 보다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불을 피워 통조림 깡통을 1분 37초만 가열합시다. 제가 계산해보니 그렇게 하면 솔기는 정확히 터집니다. 솔기가 터지기 시작하자마자 곧바로 통조림 깡통을 불에서 꺼낼 수 있기 때문에 이 방법이 더 안전합니다.”
두 사람의 말을 들은 경제학자는 다음과 같이 반론을 제기했다. “두 분의 방법은 모두 원하는 결과를 가져다주겠지만, 너무 복잡합니다. 제 방법은 훨씬 더 간단한데, 깡통따개가 있다고 가정하는 것입니다.”(A. M. 폴린스키의 통조림 뚜껑 따기 중에서)
이 대화에 법학자가 끼어들었다면 무어라고 할까?
자연법칙으로 해결하지 못할 때 규범에 의한 문제해결, 그렇다고 규범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나? 여전히 통조림을 따지 못했다!
⑴ 법은 사회 규범의 일종
<생각해보기> 여대생 A는 어느날 전날 과제 준비 등으로 늦게 잠자리에 들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등교 준비에 쫓겨 화장을 하지 않고 학교로 갔다. 강의실에 들어가자 친구들이 그에게 ‘오늘 얼굴이 그게 뭐니, 화장좀 해라’는 말을 들었다. 여기서 학교 갈 때 화장을 하는 것도 일종의 규범이라고 할 수 있을까?
① 규범의 의미
행동의 준칙/규준(마땅히 해야 하는(당위: 마땅히 그렇게 하거나 그렇게 되어야 하는 것/should, ought to): 당위법칙으로서 규범(목적률, 목적의 세계)
- 존재와 당위의 구분을 전제로 하며, 자연법칙(존재, 필연(must), 인과법칙)과 구별되는 당위법칙
자연법칙의 예: 봄이 되면 들꽃 카페에는 많은 들꽃들이 핀다, 통조림을 높은 곳에서 떨어뜨리거나 센 불 에 가열하면 솔기가 터진다. - 원인의 필연적 결과로서 인과율이 지배(할아버지의 역설)
- 자유의사를 전제로 한 목적률이 지배(이성에 따라 스스로의 행위를 스스로가 통제할 수 있는 자유의사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 의하여 사회생활의 질서유지와 그 조화라는 목적 달성을 위하여 복종 되는 목적률)
- 시대, 장소, 세대에 따라 변화하고 그것을 지키지 않을 수 있지만, 실현되지 않을 것을 예상하면서 (위반가능성) 실현되도록 지시하는 것(발생하는 일과 발생해야 하는 일의 불일치)
- 인간의 행동 자체는 존재의 문제이지만, 그것을 규율할 필요에서 나온 것은 당위이다. 따라서 규범은 존 재에 기반을 둔 당위를 출발로 함(라드부르흐: 문화 규범)
② ‘사회’ 규범으로서 법: 법은 사회 규범의 일종(개인 규범과 구별)
- 관습, 종교, 도덕, 법은 사람들간의 관계로서 당위법칙의 성격(마땅히 해야 하는 행위)을 가짐
ex. 거짓말해서는 안 된다, 신호등을 지켜라, 부지런해야 한다, 줄을 서라,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라, 십계명(출애굽, 자유인, ~말라, ~하라: 하나님과의 약속이라는 점에 특징).
- 사회 규범이 추구하는 공리성만으로 개인이 희생될 수 있는 문제를 염두에 두어야 함(인간의 자 기 목적성) <참고> Trolly Dilemma: 광산에서 운영하는 트롤리(갱도열차)의 브레이크 고장으로 선로 위에 작업하던 광부 5명이 죽을 위기에 처하게 되자, 이를 발견한 전철수가 선로를 바꾸어 다른 선로 위에 있던 1명만 죽게 하고 사고를 막았다.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자율주행차의 윤리 적 문제도 유사)
③ 법규범의 특성: 법은 유일하게 국가권력에 의해 강행되는 규범
- 법은 스스로 목적을 관철시키기 위해 개인에게 강제(compulsion: 법의 본질적 속성)를 과할 수 있는 규범
- 정신적 제재보다 물리적 제재에 중점
- 사적 제재와 구별: 남아프리카의 목줄(necklacing) 살인: 범법자(절도나 좀도둑까지)의 목에 타이 어를 걸고 휘발유를 뿌린 다음 불을 붙여 살해하는 것
우리나라에서도 전통적인 멍석말이나 근자에는 종종 발생하는 사이버불링(Cyberbullying:온라 인 왕따?- 가상공간에서 약자를 괴롭히는 집단따돌림. 예컨대, 학교폭력. 단체 욕설, 단톡방에 서 단체 탈퇴, 지속적 초대 등, 데이터 탈취, 기프티콘 갈취 등
⑵ 법은 다초점 렌즈
<동물학대 사례> 갑은 옆집 을이 기르던 개를 죽였다. 평소 갑은 자기 집에서 기르던 닭을 여러 차례 죽인 개를 단속해줄 것을 ‘을’에게 요청했지만 ‘을’이 아랑곳하지 않자 닭을 보호하기 위해 개를 죽인 것인데, 그날 갑은 술에 잔뜩 취해 마침 길에 나와 있던 그 개를 보고 홧김에 수 차례 발로 차서 잔인하게 죽였습니다. 갑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법은 하나의 사실을 여러 관점에서 보기도 한다.
자율적 해결: 법 이외의 규범(윤리, 관습 등)에 따른 해결
법의 시각: 정의의 관점 – 옳은 행동인가? 옳지 않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민사적 해결 – 자율적 해결이 되지 않는 경우: 손해배상청구
• 형사적 해결 – 형벌권 발동이 필요한 경우: 고소 및 입건, 기소 내지, 재판을 통한 형벌 부
- 원칙 「죄형법정주의」 「겸억성의 원칙」 「비례의 원칙」
3) 법은 시대정신을 반영
<퀴즈> 혼인빙자간음죄(형법 제304조), 간통죄(형법 제241조), 영아살해 및 유기죄(형법 제251조, 제272조)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시대정신이란, 한 시대에 지배적인 지적·정치적·사회적 동향을 나타내는 정신적 경향
국가나 사회가 움직이기 위해선 제도가 필요 → 제도 운영에 따른 결과적 단점 → 국민들의 요구(시대정신: 공정, 상식, 정의)→ 법에 적용(헌법에 반영) → 제도로 구체화
우리 제헌헌법의 입법자들은 (복벽주의에 기초한 입헌군주제를 배척했던) 임시정부의 정신을 이어받아 헌법 제1조를 통해 민주공화국을 선포하였는데, 이는 군주제에 대한 부정뿐만 아니라 나아가서 주권의 소재와 행사 방법에 관한 원칙을 명시한 것이다. 즉, ‘민주’를 통해서 국가 주권이 국민에게 있음을 확인하고 ‘공화’를 통해서 주권의 행사가 전제주의나 독재적 방식이 아닌 헌법적 권력분립의 구조원리에 의해 조직된 국가체계를 통해 이뤄져야 함을 선언한 것이다.
2. 본질적인 질문: 법(제도)은 인간을 보호하는가, 억압하는가?
<생각해보기> 야근을 하던 한 회사원이 아이가 아파 병원에 갔다는 아내의 연락을 받고 서둘러 병원으로 가기 위해 한밤중에 인적 없는 도로를 운전하고 가는데 교차로에서 빨강 신호등에 걸려 차를 멈췄다. 주위에는 운행 중인 차량도 보행인도 없었고, 다만 몰래 지켜보는 순찰자나 방범용 CCTV, 과속단속용 CCTV가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그는 왜 차를 멈추었을까?
제도는 사회의 구성원 사이에서 여러 가지 생활 영역을 중심으로 한 규범이나 가치 체계에 바탕을 두고 형성되는 복합적인 사회 규범의 체계: 제도란 규범의 복합체
⑴ 겔렌과 아도르노의 논쟁
제도의 낙관적 측면과 비관적 측면에 대한 논쟁으로, 인간에 대한 관점의 차이에서 출발하지만, 제도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일치
<겔렌(Arnold Gehlen)> “제도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
- 제도는 인간의 본성에서 출발하여 불안정한 인간이 자발적으로 선택한 것
- 제도, 사회적인 안전망은 아주 튼튼히 보호되고 설치되어야 하며 개인은 그 제도 안에 들어와 사는 존재로 보아. 개인의 자율성보다 공적인 제도 중시
<아도르노(Adorno)> “인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인간의 자발성과 창조성을 억압하는 도구로서 인간을 위협” : 근본적 변화 필요
- 인간은 거대한 제도의 권력에 저항할 힘을 잃고 스스로 복종
- 사회적인 안전망보다 개인의 주체성과 자율성을 훨씬 중요하게 여김(자율과 책임)
[결론] 제도는 본래 인간의 안전을 위해 설계되었지만, 현실에서는 그 안전망이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거나 침해할 수 있음
⑵ 가치를 바라보는 인간의 태도(Radbruch)
자연의 세계(가치맹목적)/이념의 세계(가치 평가적)/문화의 세계(가치 관련적)/종교의 세계(가치 초월적)
① 가치 맹목적: 자연의 왕국- 가치에 대하여 전혀 고려하지 않고 그저 사실적인 차원에서 보는 것
② 가치 평가적: 이념의 세계 - 세계는 가치와 반가치의 관점으로 구성되고, 가치의 우월성 으로 반가치로 오염된 현실에 대하여 초월적
③ 가치 관련적: 문화(文化) - 가치 맹목적 세계와 가치 평가적 세계를 가교 하는 세계
- 문화란 순수한 이념은 아니나, 단순한 현실만도 아니고 가치지향적인 현실(가치와 현실의 혼합물)
- 학문은 진리만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으며, 진리를 위한 의미 있는 추구는 모두 학문이라는 문화의 세계에 속하게 됨. 라드브루흐가 말하는 법은 이러한 문화의 세계에 존재
(”법은 법이념을 지향하는 현실“)
④ 가치 초월적: 종교
가치와 반가치를 초월하므로, 진위, 선악, 미추는 다시 동등한 지위에 서게 되지만, 이는 결코 가치 맹목적 세계에서의 동질성이 아니고 이미 가치평가를 거친 상태의 것으로서, 평가를 거쳐 이미 선과 악이 판명된 것을 전제
- 인간적 차원의 가치와 반가치의 대립은 초월적인 단계에서 보면 사소한 차이에 불과
(예컨대 태양 앞에서는 여러 전등의 밝기의 차이는 무의미!)
(* 2부는 다음 주에 계속 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