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무더위의 상징과도 같은 삼복(三伏) 더위는 7얼 한달을 꼬박 달굴 것이다
그 중에서 처음 맞는 초복(初伏) 날
그치지 않는 장마가 희부연 구름으로 하늘을 뒤덮었지만
차라리 햇볕이 쨍쨍한 폭염보다는
그래도 흐린 하늘이 한결 나을 것 같아 좀 이른 시간에 집을 나섰다
늘 다니는 영인산을 다녀오려는데 오늘은 대중교통이 아닌 자전거를 이용하려 한다
제비와 더불어 새벽잠이 없는 왜가리가 일찌감치 수로에 날아왔다
방긋 웃어주는 노랑범부채는 긴 밤을 지새웠고!
집으로 부터 약 10km쯤 떨어져 있는 삽교천 제방을 지난다
제방의 길이는 약 3.5km 정도로
민물과 바닷물이 양옆으로 갈라서 있다
항상 물이 그득한 담수호인 민물과는 달리 연신 바닷물이 드나드는 갯펄에는
물길을 따라나가지 못한 조각배 하나가 몇년째 외로이 묶여 있다
인주면 문방리의 푸른 들판을 부지런히 지나면서
이른봄에 부화한 백로 새끼들이 어미들을 따라 볏논으로
생존 실습을 나온 광경을 목격한다
현대자동차 공장 앞의 대음리를 거쳐
게바위(蟹岩)가 있는 해암리를 들려 가기로 했다
하천의 둑방길과는 약간 떨어져 있으나
부여 - 포승간 도로가 생기는 공사장 옆이라 주변이 좀 어수선하여
애써 조성한 옛 역사의 현장이 어쩐지 쪼그라 든 느낌을 갖게 한다
이 곳은 이순신 장군과의 인연이 있어 '백의 종군 효의길'에 해당하는 곳으로
현충사와는 15km 가량의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게바위
게바위에서 터를 잡아 살고있는 바위 채송화
게바위를 떠나 하천 제방을 따라 강청리 마을로 들어서서 산속으로 길을 따라 들어오면
길 끝에 예쁘게 정원을 꾸민 식당이 있는데
주인 허락도 없이 식당 뒷켠의 목련 나무에 자전거를 비끌어 매놓고 산행을 시작한다
풀섶을 헤치고 약 500m쯤 올라오면 비취빛 물을 가둔 사방댐이 나타난다
내가 즐겨 반영 사진을 찍는 곳!
다리를 건느면 이내 닫자봉과 신선봉으로 갈리는 사거리에 이르게 되는데
직진하여 다시 500m쯤 올라가면 신선봉 956계단밑에 서게 된다
각시 원추리
956계단 초입의 영인산성 안내판
956계단 중간쯤에서 쏟아지는 비를 만나게 된다
서둘러 신선봉 정상의 대피소로 뛰어 가던 중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다행히 큰 부상은 없었지만 요즘 설핏하면 넘어지기 일쑤이니
아마도 내 발걸음이 가볍지 못한 탓일게다
겨우 대피소로 몸을 피해보니 대피소 안에는 이미 전지작업을 하던 관리소 직원들이 들어와 있었다
빗줄기가 멈칫해지자 그들이 작업을 위해 밖으로 나가자
음료수와 빵으로 간단히 아침 요기를 했다
신선봉 정상의 사진은 작업하는 그들에게 방해가 될 것 같기도 했고
폰이 빗물에 젖는 것도 조심스러워 그냥 패스해버렸다
깃대봉으로 아동하여 잡은 상투봉과 닫자봉
연화봉
고용산
아산호
입암산
온양 시내 뒤로 설화산과 망경산
가까이에 있는 산림박물관도 빼놓을 수 없지!
빗줄기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연화봉으로 내려왔다
사람과 산이 합치면 신선(仙)이 되는게야!
연화봉을 내려오며 도고산도 건너다 보고!
오래 머문 신선봉은 멀리서나마 한 컷으로 답례를 해준다
등나무 쉼터 주변은 가을에 임도 주변에 진열될 국화 화분이 몸을 키우고 있었다
산림박물관
박물관 앞을 지나 '스카이어드벤처'도 통과하고~!
바라봄 언덕의 꽃길에 들어선다
이 길을 조성할 당시에는 많은 꽃들이 길 좌우에 심어졌으나
적응을 하지 못한 외래종들은 거의 도태되고
지금은 생명력이 강한 몇종류만 남아 있다
일본조팝
산림복원지구의 2층 정자에 올라서니
구름이 몰려다니는 건너편의 신선봉에서는
예취기 소리와 작업인부들의 떠드는 말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신선봉과는 달리 연화봉에는 비가 그친 모양으로 하늘이 차츰 높아지고 있다
상투봉 능선 너머로 온양 시내에도 구름이 걷혀가며 약간씩 하늘이 드러나기도 한다
허나 곡교천이 삽교호에 흡수되는 하류 부근에는 빗줄기가 드세 보인다
신선봉의 운해는 아직도 산모룽이를 휘감고 있는데
제초 작업을 하는 인부들은 구름속인지 빗속인지 모를 곳에서 요지부동인 모양이다
신선봉의 956계단
산림복원지구에서 닫자봉으로 걸음을 재촉한다
곳곳에 피어있는 꽃구경은 설렁설렁하고
아무래도 몰려 다니는 구름이 언제 장대비를 쏟아낼지 모르겠기에
바쁘지도 않으면서 마음이 조급해져 안달 걸음이 됐다
닫자봉 가는 길에 신선봉 일원을 휘젓고 다니는 구름 바다에 다시 시선이 머물고!
닫자봉 정상
상투봉과 습지원 탐방은 생략한채 결국 닫자봉 서릉의 암벽으로 하산길에 든다
닫자봉 서릉의 중간쯤에 위치한 마당바위
날씨가 좋으면 신창 들녁을 바라보며 멍때리기도 괜찮은 곳이다
단골 포토죤을 지나면서...!
휘어진 나뭇잎 위로 빗방울이 다시 노크를 한다
버섯
습한 날씨에 버섯들이 여기저기 올라왔다
상투봉을 외면한채 사방댐으로 다시 돌아왔다
숲길에서 발걸음 붙드는 미국자리공
산초나무
강청골 식당(뒷모습)
정원
봄에는 많은 꽃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식당을 떠나 강청리 길섶에서 만난 범부채
마을에서 초복이라고 보신탕으로 점심을 대접한다는데도 불참했더니
안쥔이 초복을 그냥 지내기가 밋밋했던지
식당에 가서 쇠고기 한 점 먹자고 부추긴다
비교적 넉넉하게 먹은 저녁식대는 일금 99,000원!
자전거 왕복거리 54.1km(집에서 영인산 28.8km + 영인산에서 집 25.3km)
소요시간 3시간 35분(집에서 영인산 1시간 57분 + 영인산에서 집 1시간 38분)
영인산 산행 4.84km에 2시간 33분(휴식시간 포함)
산 정상에서와 귀가 중 소낙비를 만나기는 했지만 무덥지 않게
비 오시는 날 산행과 라이딩을 함께 즐긴 꽉찬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