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7일 (달날) 비님 오락가락
"막내~ 사랑이 남자친구가 메리야!"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아이들이 제보를 해 줍니다.
그간의 정황으로 미루어 아마 그럴것이다 하였지만
눈앞에서 이렇게 생생히 공개할 줄은... 우리 사랑이가 벌써...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
'우리 이대로 사랑하게 해 주세요'
제법 잘 어울리는 사랑이와 메리
메리는 요즘 아이들에게 '감 할아버지'로 인기절정이신
구빈이 할아버지(증조할머니의 동생분)댁의 개랍니다.
※ 메리 : 학처럼 긴 다리와 노루처럼 슬픈 눈망울 그리고 유난히 겁이 많은 게 특징
※ 사랑이 : 긴 허리에 비해 턱없이 짧은 다리, 헐리우드 액션(심한 엄살)과
똘망이 밥까지 해치우는 먹성 그리고 넘치는 애교가 특징
그런데 오늘따라 늠름해 보이는 메리와 다소곳해 뵈는 사랑이..!
(짝을 찾으려면 저 정도의 내숭은 기본인가싶어 살짝 자괴감이...ㅋㅋ)
"우린 이 결혼 찬성일세!"
다리가 길다는 이유 하나로 몇몇 어머니들 쌍수들어 환영하는 분위기
'이제 둘만 있게 해 주세요'
우리들 앞에선 내내 튕기는 척하다
먼저 산길로 눈을 피해 달음질치는 우리 사랑이와 쫒아가는 메리.
한참만에 온몸이 도깨비풀과 빗물 범벅이 되어
학교로 돌아온 우리 사랑이는 밥도 안먹고 내내 잠만 잤더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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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8일 (불날) 입동(入冬) EBS 벗님들 오신날
오늘도 선호는 아빠와 함께~! 멋져요.
오늘은 EBS 촬영이 있는 날,
뭘 아는지 오늘따라 우리 아이들 색색옷이 화려하고 기대로 한껏 부풀어 있습니다
(누구는 인터뷰 사전연습을 했다하고, 또 누구는 엄마에게 가장 튀는 옷을 골라달라 했다죠? ㅎㅎ)
새벽에 도착하자마자 우리에게 달려오신 비에마로님~
오늘 촬영에 지대한 공(?)을 세운 정민 ㅎㅎ
오랜만에 통통도 함께 걸어요~
"제가 할아버지한테 감 따주시라고 했어요~!"
오늘은 메리 할아버지께서 특별히 아이들에게 직접 따도록 허락해 주셨대요.
고맙습니다....!
우리 아이들 잔치때 메리 할아버지는 꼭 모셔와야 한다네요. (역시 먹을것에 약한... ㅋㅋ)
손에 손에 감 하나씩 들고~
때아닌 하얀 동백꽃이 만개하였어요.
"눈으로만 봐도 될걸 왜 땄어요?"
"너무 예뻐서요. 그런데 꽃한테 따도 되냐고 물어보고 땄어요!"
"오, 그랬어요? 꽃이 뭐라고 그러던가요?"
"따도 된대요. 그런데 다른 친구들도 봐야 하니깐 한송이만 따래요"
"오~~"
감탄하시는 PD 비에마로님,
바로 이 때 찬물을 끼얹는 말 한마디가 있었으니...
"정민이 언니 두 송이 땄잖아!"
이것도 저것도 모두 동심입니다. ㅎㅎ
이 날은 두더지와 개구리의 벗님인
영원한 방랑자님도 함께 걸으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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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일 (쇠날) 청암대 걷기
비님이 오락가락 했지만 그래도 걷기로 했어요.
당연한 거 아니냐는듯 활기차게 걷기 시작하는데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걷기 싫다며 집에 가겠다는 허준
대략난감...
때마침 곁을 지나는 신난다,
"난다, 준이가 집에 가고 싶대요"
"그럼 두고 가시면 돼요"
"아, 그렇구나! 준아, 너 여기서 기다려. 학교까지 걸어갔다가 차 가지고 와서 데려다 줄게"
"싫어 싫다구~~"
모른척 걷다가 힐끔 돌아보니 쭐래쭐래 따라오는 허준
걷기 싫다는 녀석이 언제 그랬냐는듯...
걷는 아이들의 뒷모습은 언제나 예쁩니다.
오늘 태현인 감기로 걷기 힘들었지만 잘 걸어주었어요.
가을입니다.
시몬 너는 아느냐 낙엽 밟는 소리를...
어느새 우산은 놀잇감이 되고
씨앗들의 대장님 은혁인 요즘 즐겁습니다.
'그런데 준아, 어디 가니?'
"막내, 이거 클로즈업하면 안돼요. 알았어요?"
새빨간 열매를 만납니다.
"이거 먹어도 돼?"
직접 먹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마을 어귀에 도착했는데 아이들이 몰려있습니다.
"여기 아기 고양이가 갇혀있어"
요약인즉슨, 자기들이 길을 걷는데 야옹야옹 소리가 들려 가보니
저 풀섶에 갓 태어난 고양이가 갇혀있었고 어미는 도망가서 며칠 굶었다며...
언제까지 저러고 있을지 몰라 저는 가던 길을 갔습니다.
우리 메리네요~
메리가 겁이 많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유일하게 만만하게 보는 아이 두 명이 있는데요... 얘하고...
얘래~~요! ㅎㅎ
하하하!!! 왜 이리 웃음이 나죠?
제가 도착한 지 한참만에 들어오는 아이들.
아, 그런데 저 품에 안긴 저건....
"우리가 얘 구해줬어"
아뿔싸...
아... 귀엽긴 귀엽네요
안타깝게 사진은 없지만
아기 고양이를 너도나도 만지는걸 보호하기 위해
줄넘기로 포토라인을 쳐 놓고 선 안으론 절대 못들어가게 하더라구요.
"똘망이가 여기 있어!"
아이들 말론 새로 온 아기 고양이땜에 서러워
똘망이가 집을 나갔다고도 하고,
요즘 바람이 나서 집을 자주 나가는데
그러기 시작하면 안들어오니 아기 고양이를 대신 키워야한다고도 하고...
교사일기에서 읽으셨죠? 승희 눈이 퉁퉁 부은 이유...
아기 고양이를 주말 동안 데려가고 싶었는데 태연이가 데려간 것도 그렇고,
아기 고양이에 정신 팔려 운동화가 든 저 쇼핑백을 풀섶에 두고 왔는데
그 사실조차 까맣게 잊고있다 집에 갈때 갑자기 생각이 난거죠.
부랴부랴 민들레차로 달려가 겨우 찾았는데 이런...
강다은양 역시 저 보라색 쇼핑백 두고 오셨다지 뭡니까.
그 사실조차 모르고 먼저 집에 가버린 다은. 모르는 게 약...
긴긴 하루를 보낸 승희와 준이가
각기 다른 얼굴로 집에 돌아갑니다.
그나저나 우리 아기 고양이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요?
(승희는 '귀여미'라고 이름도 지었던데요)
아이들을 보내고 올라오니
(유아학교 설명회 땜에) 잠시 가택연금 신세가 된 똘망이와 사랑이
오늘은 또 어딜 싸돌아다녔는지
네 발이 진흙 투성이네요.
특징이 헐리우드 액션이라고 했죠?
목줄만 감아놓으면 금세 저리 불쌍한 표정과 자세가 됩니다.
자유를 빼앗긴 생명의 당연한 반응인지도 모르겠네요.
보는 우리도 맘이 착잡했으니...
이런 사랑이와 똘망이를 두고
샘들은 고흥 송성영 선생님댁으로 교사연수를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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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무리...
저렇게 커다랗고 신비로운 달무리는 처음이라
하염없이 바라보았습니다.
달과 별 그리고 하늘...
보이지 않는 우주의 질서가
자연스럽게 그러나 도도하게 흐르고 있더군요.
저도 그렇게 살고싶다는 마음이 절로 들었습니다.
달무리가 서서히 걷히고 드러난 환한 보름달,
"달따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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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유쾌하게 바쁜 한 주가 마무리되고 있네요.
평화로운 쉼의 시간 가지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