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내 이름 금세담의 세담이 ㅎ ㅎ
참 좋다. 교수님이 지어 주신 내 이름이다.
교수님~ 고맙습니다~
5ㆍ18에 아기 편지 당번이니 연관된 글을 써 보려고 한다.
오빠가 시골 서는 공부 시켜 볼 욕심이 들게끔 영리했었나 보다. 오빠 가르칠 이유로 고등학교 진학 무렵 광주로 이사 와 9살에 전학을 온 세담이~
엄마는 시골서 올라오셔서 300만 원을 주고 전대 후문 쪽 단층집에서 하숙집을 하셨다.
손 큰 엄마의 푸짐한 음식 솜씨로 서로 하숙하려고 대기할 정도로 인기 있었다.
세담인 전학 온 초등학교가 영 마음에 안 드는데 세담이 남동생은 재미있고 신나 했었다.
빵 모자와 하얀 셔츠에 멜빵 반바지와 스타킹을 신고 노란 유치원 가방을 메고 있었다. 남동생은 우리 집 자식들 중 유일하게 유치원을 다녔다.
틈만 나면 엄마는 유치원 행사 참여하느라 바쁜 날들이 많았다.
바리바리 음식을 싸가지고 유치원 야외 활동 행사를 늘 따라다니셨다.
그런 엄마와 남동생을 보면서 엄마가 남동생만 예뻐하는 거 같아 불만이었던 세담이다.
그래서 세담이는 외톨이처럼 담 너머 사람 구경 하는 날들이 많아졌다.
세담이 10살 되던 해 5월 길가 집이던 집 앞으로 군인 아저씨들이 떼를 지어 흙먼지를 날리면서 다녔다. 뻥 뚫린 집채만 한 트럭 뒤쪽으로 사람들이 태워져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지나다니고 있었다.
그때 우리 엄마 핏기 없는 하얀 얼굴에 놀라셔서 홀딱홀딱 뛰어 들어 오셨다.
“아야야~~~오빠 어딨냐~” 번개처럼 온 집 안 문들을 열고 다니셨다.
담벼락에 딱 붙어 있는 철 계단에 엉덩이 깔고 구경 중이던 세담이에게 물어보신 거다.
“엄마~ 아까 재식이 오빠 ( 큰언니, 작은 언니가 좋아했던 하숙생)가 학교 가면서 우리 오빠는 집에서 나오지 말라고 잡히면 끌려간다고 숨어 있으라고 해서 다락방에 오빠 있어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신발도 안 벗은 채 다락방 문을 열어 오빠에게 절대 나오지 마라 무섭게 말하고 엄마는 지키고 서 계셨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대문을 밀고 총부리를 어깨에 맨 두 명의 군인 아저씨가 들어왔다. 분홍, 하얀, 주황, 보라색 철쭉 꽃들이 피어있는 조그만 우리집 정원에서 허겁지겁 수도를 틀고 물을 마셨다. 그리고는 현관문을 열고 엄마에게 집에 대학생 있소 없소를 묻고는 뒤 방 쪽을 살피더니 후다닥 집을 나갔다.
세담이 눈과도 마주쳤지만 이게 무슨 일인지 아무런 이유도 모르는 어린 세담인 그날을 그렇게 보냈었다.
이튿날엔 야무진 여자 목소리가 쩌렁쩌렁 아침잠을 깨웠다.
“시민 여러분 맞서 싸웁시다~ 도청 앞으로 모입시다” 가 확성기로 울려 퍼지면서 사람들이 한 손을 들고 다짐을 하는 듯 사라지고 또 나타나고 했다.
앞 집 오돌이 오빠( 얼굴에 여드름이 많이 나서 붙인 별명 ) 엄마가 땅을 치며 길바닥에 엎드려 울고도 있었다.
전 날 우리 집에 온 군인들이 오돌이 오빠 집에서는 오빠를 데리고 갔다고 했다.
옆집에 살던 동창이 엄마는 (남동생 유치원 친구) 떡인가 주먹밥인가를 내 손에도 쥐여주고 어디론가 바쁘게 다녔었다.
동창이 집에서 기르던 큰 개가 남동생 다리를 물어뜯은 후 우리 가족에게 미안해서인지 동창이 엄마는 세담이한테도 친절하셨다.
우리 집 대각선으로 연정 슈퍼가 있었는데(남동생 유치원 여자 친구 이름이 연정 ) 그 즈음 연정 슈퍼는 셔터문을 내리고
물건을 팔지 않았다.
슈퍼 물건들을 누군가 다 훔쳐 간다고 닫아놨다고 했다.
더 큰 슈퍼가 그 옆으로 생겼지만 엄마는 유치원 친구 집이다고 계속 연정 슈퍼로 날 심부름을 시키셨다.
사실 외상장부를 달아놓고 아주 편리하게 이용하셨었다.
그래서 군것질을 못 사 먹어 힘들었던 기억도 있다.
그 후론 모든 사람들이 정신없이 사는 거 같았고 어디든 쓸쓸한 분위기가 맴도는 거 같았다.
몇 년이 지난 후에야 알았다. 그때 겪었던 세담이의 10살이 민주화 운동의 시작이였다는 걸
ᆢ해마다 이때가 되면 10살 세담이 가 소환된다.
함께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맛있는 점심 드세요^^~🍳🥘🥗🌮🍡🍣🍝🥙
첫댓글 우와! 나는 이틀 전 가족카톡방 통해 오빠 셋이 각지에서 5.18을 어떻게 맞이하고 느꼈나 살짝 설문^그 시절 나의 상황 정리해서 올리려했지요. 난 내일 할게요.
생생한 기억 대단하고 상황들이 머릿속에 영화처럼 재연됩니다. 잘 읽었어요. 귀여운 세담이의 아픈 기억.^
가슴이 계속 두근두근거립니다.
10살 소녀가 주인공이 되어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독립영화를 보는듯 합니다. 10살 때 일을 아주 또렷하게 기억하시네요.
5,18은 광주사람이라면 누구에게라도 어제같은 일로 뚜렷이 기억되는 참상입니다. 미얀마의 오늘들이 겹쳐 무섭고 안타깝기 이를데 없습니다.
남동생에게 엄마사랑을 빼앗기고 담 너머 사람구경하곤했던 세담씨의 모습이 어쩐지 짜~안해 눈물이 핑 도네요.
언니, 이야기꾼 재주가 있으시네요. 소설같아요. 소설로 생각하면 참 재밌는 전개인데 이게 80년 광주에서 실제로 일어난 살벌하고 무시무시한 현실이니.. 안네의 일기같은 느낌도 듭니다. 이야기 속에 언니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고요.
현경 세담님의 10살
참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 아직도 진상 규명이 밝혀지지 않고 있네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똘망한 10살 세담이 귀여운 모습 그대로 선명하게 그려집니다.^^
재잘대듯 일러바치듯 숨가쁜 이야기가 재밌기도하고 80년도의 아픔이 새삼 떠올라 착잡해집니다.
그때의 난 엄청 멋부리고 다닐때라 이 시국에도 멋부린다고 야유받은 기억 나네요.
재미난 이야기.
스토리텔러 로서 손색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