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두번의 메이져 마라톤대회를 참가하여 계속 개인 PB를 달성하였지만,
뭔가 꽉 채워지지 않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건 바로 레이스 후반에 장에 문제(ㅜㅜ)가 생겨 페이스를 유지하거나 끌어올리지 못해
결과가 썩 만족스럽지 못했던 것이다.
기록을 떠나 정말 끝까지 가볍고 편안하게 달리는 것이 내 달리기의 꿈이다^^;
그런 연유로 올해 마지막 풀코스대회인 진주마라톤을 신청하게 되었다.
남강댐으로 인해 인공으로 조성된 진양호 수변을 뛰는 코스로 대체로 평이하다는 평가가 많았고,
지역주민의 자원봉사로 끈끈한 정이 느껴지는 요즘 좀처럼 보기 힘든 대회같은 느낌이었다.
경남진주라 처음엔 버스와 ktx 뭘로 이동할까 고민하다 불현듯 혹시 공항이 있나 검색해보니 인근 사천공항이
있는것이다 ^^ 올커니 시간도 아끼고 어마어마하게 쌓여있는 마일리지 이럴때 써야지 ㅋ
그렇게 전날 itx타고 서울가서 다시 전철로 김포가서 뱅기타고 진주에 도착하니 저녁6시경이 되었다.
6시30분에 저녁미사가 있는 역사가 100년이상된 옥봉성당에 택시로 가 무사히 미사까지 보게 되었다. ㅋ
신부님이 약간 목사님 스타일이신데 가볍지 않으시고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전달력이 좋으셨다^^
미사마치고 진주하면 육회비빔밥이라 중앙시장에 위치한 '제일식당'에 들러 곱배기로 한그릇 뚝딱 해치웠다. ㅋ
뭐랄까 일반 비빔밥에 비하여 육회때문인지 질퍽한 식감이었다 ^^;
오히려 함께 주는 선지해장국이 추운 몸을 내장부터 녹여주면서 온몸을 따스하게 해주어
한그릇 더 청해 깨끗이 비웠다 ㅋㅋㅋ
후반 장문제 때문에 대회당일 아침엔 가볍게 먹기 위해 인스턴트 호박죽을 사서 숙소에 체크인했다.
객지에 오면 매번 숙면이 힘들었는데 다행히 이번 숙소에는 욕조가 있어 반신욕을 했더니 모처럼 숙면을 취했다.
새벽 4시경 깨어났는데 주먹이 잘쥐어지는게 컨디션이 좋다^^
영국 대 프랑스 월드컵 경기를 보면서 몸도 풀고 테이핑도 하고 호박죽도 먹고 ㅋ 잠시 다시 눈도 붙이고 ㅋㅋㅋ
드디어 시간이 되어 7시30분경 체크아웃하고 대회장으로 이동하였다.
올해 마지막 대회라 그런지 전국에서 많은 달리미들이 모여 주차장뿐 아니라 2차선 도로까지 다 점령해버렸다.
덕분에 대회장까지 꽤 긴거리를 걸어서 가야만했다. ㅋ
남쪽이지만 영하1도의 기온이라 응달에 서있기는 한기가 들어 햇볕이 드는 양지에서 출발 총성을 기다렸다.
드디어 출발!!!
42.195의 준비가 잘됐다면 짧고, 준비가 소홀했다면 무지 긴 레이스가 다시 시작되었다.
풀코스를 올해 수회 뛰어본 결과, 그날의 페이스는 2~3키로정도 뛰어보면 알 수 있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는데 3키로를 지나면서 줄곧 4분40초가 찍힌다. ^^
조심스럽게 오늘은 320 언더를 기대해본다 ㅋ
평가대로 코스는 12키로 정도에 긴 오르막 하나만 있고 대체로 얕은 오르막 내리막으로 구성되어 평이했다.
다만 반환점 갈때까지 맞바람이 많이 불어 힘들었지만 돌아올때는 뒷바람이 되어주길 바라며 참고 뛰었다 ^^;
12키로 지점의 오르막을 넘어서니 거의 평지라 4분30초 초반대까지 찍히며 속도가 난다.
그러면서도 무리하지말자 리듬으로 뛰자, 32키로까지 힘을아끼고 마지막 10키로에 힘을 쓰자, 등등
그동안 실패를 통해 깨달은 나만의 마라톤 경구들을 되뇌이며 매순간 집중하며 달리려 애썼다 ㅋ
반환점을 돌고 37까지 줄곧 4분40초 안팎의 페이스가 유지되었고, 남은 5키로는 시간상 5분 페이스만 유지해도
320 언더가 가능해 보였다. 야호~^^;
그러나 그게 섣부른 쾌재를 부른건지 그 이후로 또 배가 살살 아파온다 ㅜㅜ 젠장~
호박죽으로 아침을 간단히 먹었는데, 호박아~ 벌써 세상을 보고 싶은게냐? ㅠㅠ
아랫배가 묵직하니 차오르면 가스가 차니 페이스가 5분대까지 떨어진다 ㅜㅜ 이러면 나가린데 ㅜㅜ
이젠 멘탈을 총동원하는 수밖엔 없었다. 배출하고 가고 싶지만 1~2초가 아쉬운 마당에 1~2분을 까먹으면
여기 진주까지 내려온 이유가 없는 것이었다 .
마지막 고비인 결승선 넘어가는 고갯길에서 5분10초가 찍히고 남은 1키로에 320 언더를 하려면 5분30여초가 남았다.
그래~ X가 나오던 말던 여기 진주에 아는 사람도 없고 달리자!!! ㅋ
드디어 골인!!! 3시간 18분59초 ㄷㄷㄷ
여기서 오늘의 만족감 100배 상승한건 역시나 18분 59초라는 사실이다^^; ㅋ
18분대로 들어옴으로써 턱걸이 320이 아니라 진정한 310대 주자가 되었다 ㅋㅋㅋ
마라톤은 좋은점이 완주자체로 만족감이 크다보니 기록이 좋건 나쁘건 간에 골인후에 밀려오는
행복한 안도감은 다른 어떤것에서도 느끼지 못하는 성취감을 준다.
그 성취감에 취해 대회당일날만 허락한 막걸리에 또 취해본다 ^^;
대회장을 떠나 진주 또하나의 대표 음식인 냉면 먹으로 하연옥으로 고고~
비빔냉면, 육전 시켜놓고 막걸리 한잔 기울인다^^;;;
실상 마라톤후에는 어느곳이나 맛집이 되는것이니 굳이 맛집을 찾아올 필요까지는 없지만,
멀리 진주까지 와서 도장은 찍어야겠기에 온것이다 ㅋㅋㅋ
이후 근처 사우나에서 시원하게 냉온욕 하고 진주에 왔으니 진주성은 보고 가야겠기에 또 이동~
뉘엿뉘엿 해 넘어갈 즈음 도착한 진주성에 오르니 앞으로 흐르는 남강으로 저무는 해가 막걸리로 발그스래해진
얼굴을 더욱 붉게 만든다 ^^;;;
비행기시간이 빠듯하여 남강을 바라보며 긴 여유는 갖지 못하고,
그저 내년에 다시 올것을 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