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 25.

여수에 가면 꼭 들리는 곳이 있다.
<헤밍웨이>가 바로 그곳이다.
여수 돌산대교 근처에 있다.
그 카페 옥상에서 찍은 사진이다.
어제(25일) 여수고등학교에서 강의를 끝내고
우리 학교에 있다가 작년 11월에 여천에 있는 한 초등학교로 가신
원어민 알렉산드라를 불러내어 저녁을 같이 했다.
무슨 내용으로 강의를 했느냐고 물었다.
그 물음에 대답을 하다보니
한 시간 동안 영어로 강의를 하는 꼴이 되었다.
하지만 요약하면 이것이었다.
Man errs, till he has ceased to strive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Goethe's Faust, 괴테, 파우스트
강의 내내 맨 앞 자리에서
미안한 정도로 진지한 눈빛을 보이던 한 학생이 있었다.
그를 나오라고 해서 책을 선물해주면서 물었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는 말이 무슨 뜻이냐고?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 학생을 들어보낸 뒤에 이렇게 말했다.
"원어는 독일어지만 영어로 err를 방황이라고 번역을 한 것은 잘 한 것 같아요.
하지만 원래 이 단어에는 실수라는 의미가 있잖아요.
인간은 노력하는 한 실수한다. 이러면 조금 쉽게 이해될 것 같은데....
지금 열심히 주무시고 계시는 친구들이 몇 있는데 그 친구들은
왜 주무시고 계실까요? 그건 행복하기 위해서죠.
몸이 자연스럽게 거기에 적응한 거예요.
수업시간에도 주무시고 계시는 친구들이 있지요.
선생님도 사실은 수포자였는데 수학시간에 많이 잘 거예요.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으니까 눈을 뜨고 있으나 감고 있으나 달라질 것도 없겠구요.
그런데 어느날 어떤 계기가 있어선지 수학시간에 갑자기 눈을 뜬 거예요.
그래도 한 번 들어보자하고요. 그럼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눈을 뜨고 있는 학생을 보고 선생님이 나와서 문제를 풀라고 해요.
그럼 어떻게 될까요? 실수하는 거죠.
눈을 뜨고 있다고 정답을 알 수는 없으니까요.
중요한 것은 자고 있을 때는 이런 실수할 기회가 없다는 거죠.
결국 정답을 실수를 반복하면서 찾아지는 건데 말이지요.
진실을 찾는 것도 이와 비슷해요.
나이트클럽에서 손님들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수법으로 돈을 벌다가 교통사고를 당하잖아요.
그 친구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진실한 삶을 선택한 뒤로 어떤 일이 벌어졌나요?
진실했음으로 모든 것이 잘 되었나요? 환란이 닥친 거죠.
무슨 환난이었나요? 친구들에게 배척당하는 환란을 당한 거죠.
지금 선생님도 여러분에게 그런 환란을 당하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요.
아까 농담할 때는 눈이 번쩍하던 친구들이 정작 진실을 얘기하니까 눈을 스스로 감네요.
이렇게 진실은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나라가 그랬지요.
전쟁은 삶을 보편성을 파괴한다고 했지요.
여수는 바다가 아름다운 곳인데 세월호 참사 이후
바다가 아름답다는 생각을 한 동안 할 수 없었지요.
보편성이 파괴된 거지요.
지금 이 사회가 그래요.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나라 정부가 한 일을 생각해보면 알 잖아요.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그 물음이 중요해요. 진실이 파괴된 지점에서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입시교육으로 인해 진실보다는 점수가 더 대접 받고 있는 이 현실 속에서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여수고등학교는 인문계다.
요즘 인문계 고등학교가 진통을 겪고 있다.
전문계고에서 떨어진 학생들이 대거 인문고에 입학하게 되면서 생긴 일이다.
(덕분에 전문계고에서 근무한 나는 말년이 비교적 편했지만..)
다행히도(?) 그들은 인문고에서 기 죽지 않고 잘(?) 살고 있었다.
강의 시간에도 적극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바로 그들이었다.
객쩍은 흰소리가 대부분이었지만.
나에게 전화를 해주시고 여수역까지 나를 마중 나와주신
부장 선생님께서 그들을 제어하느라 진땀을 빼고 계셨다.
나는 빙그레 웃으며 그러지 마시라고 했다.
그 말에 몇 녀석이 부장선생님께 우~ 하고 야유를 보내자
그들에게도 그러지 마라고 했다.
강의가 끝나고 부장선생님이 마이크를 잡으셨다.
강사에 대한 박수를 요청한 뒤에 이런 말씀을 하셨다.
"여러분들이 강의를 어떻게 들었는지 잘 모르겠다. 솔직히 난 혼란스럽다만."
나쁜 의미로 한 말씀은 아니었다.
강의가 끝나고 너덧 명의 학생이 나에게 인사를 했다.
그들에게 물어보았다.
"강의 어땠어? 너희들도 혼란스러웠니?"
"아니요. 좋았어요. 생각이 많이 정리가 됐어요. 감사해요."
부장 선생님과 헤어지면서 이런 대화가 오고갔다.
"애쓰셨어요. 애들이 좀 더 집중했으면 좋았을텐데 제가 많이 부끄웠네요."
"아니에요. 오늘 저는 좋았어요. 선생님은 뒤에 계셔서 못 보셨겠지만 갈수록 학생들 표정이 진지해졌고요.
이것이 정답이야, 라고 말해주는 것도 좋지만 답이 무언지 찾아보게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조금 혼란이 올 수도 있지만요. 그리고 아이들이 진실을 낯설어하는 것도 알고보면
다 우리가 그렇게 만든 측면이 있잖아요."
"맞아요. 다음에 한 번 더 모실까 해요. 그땐 처음에 계획했던 대로 30명 정도 희망을 받아서 할 거고요."
"예. 그럼 또 뵐 수 있겠네요. 감사했어요."
첫댓글 돌산대교 고딩 때 처음 사귄 여친이랑 데이트 했던 곳인데 바람에 흔들려서 무서워 죽는 줄 알았습니다. 제 여친 저보고 무술을 그렇게 잘하는 사람이 왜이렇게 겁이 많냐고 놀리던 생각이....하하하 그 여친 여수시장님 딸이었는데 인연은 아니었나 봅니다.
선생님의 강의를 들은 학생들이 한명이라도 행복한 삶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제 큰 딸 윤아는 오늘 여주대 연극영화학과에 합격했습니다. 외국어고 다니다가 적성에 안 맞다고 때려치고 연기학원 죽자사자 쫓아 다니더니 오늘 작은 열매 하나 맺었습니다. 저도 아내한테 구박 많이 당했는데 이제 할말이 조금 생겼습니다 ^^
저도 여수시장 가끔 갑니다.
헤밍웨이 그 카페 저 21살 몇몇이 가서 거기서 전 혼자 시를 썻는디요^^ 세상에 그게 아직도 있나요...... 제 기억으론 밑으로 가서 창 옆에 앉았는데 바로 창 옆에 바다가 넘실 거렸는데...... 아님 말고요.... ㅎㅎ 더 솔직히 선 보는 자리였어요 아는 형이 동갑네기 유치원 선생을 소개 시켜 줬는데... ㅎㅎ 좀 내 마음에 안 들었어요 ㅋㅋ 그래서 미친척 시 쓰는 척 했죠, 우하하하하하하핳
시에 미처 시 쓰는 척 했더니 다음날 쿨하게 떨어 지던데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