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월드컵에 빠져 정신이 없다는 강우석 감독은 영화인 입장에서 한국팀의 16강 진출을 간절히 기원하고 있다. 국민들의 '기'가 살아야 흥행도 함께 잘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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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석 감독은 자신감에 넘쳤다. 민족 혼을 일깨우는 동시에 할리우드 대작들이 점령했던 5~6월 극장가를 탈환해야 하는, 온 국민이 안겨준 '소명'을 기꺼이 받아들이려는 듯했다.
오는 7월 13일 공개될 제작비 100억 원의 블록버스터 '한반도'(제작 KnJ엔터테인먼트)는 그만큼 여름 스크린의 화두다. 통일을 앞둔 가상의 한반도를 배경으로 일본과 한국의 한판 대결을 그린 영화는 월드컵으로 달궈진 애국심에 불을 댕길 것으로 보인다.
강우석 감독은 "나 아니면 도저히 만들 수 없고 만들려고 하지 않을 영화"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한반도'의 기획 배경은
-역사는 반복된다. 언제라도 외세의 침략을 다시 받을 수 있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환경이 그렇다. 영화를 통해 그런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싶었다. 건방질 정도로 이야기를 너무 크게 벌려놓은 듯하지만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해 만들었다.
▶처음엔 시나리오를 반려했다던데
-일단 규모가 커서 찍기가 만만치 않았다. 또 인물들이 피상적이고 깊이가 떨어졌다. 촬영하기로 맘먹고 나서 김희재 작가에게 많은 걸 주문했다. 표피적이던 민족주의가 좀 더 어른스러워졌고, 인물들도 입체적으로 변모했다. 작가가 고생을 많이 했다. 완성된 시나리오는 처음과 완전히 다르다.
▶민족주의를 흥행에 이용했다는 비판에 대해선
-애국심이나 민족주의를 자극한 게 잘못됐나? 민족주의를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생각해왔다. 우리가 언제부터 세계화됐다고.(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중국이나 일본을 보라. 더 똘똘 뭉칠 필요가 있다. 영화는 메시지를 강요하지 않는다. 선과 악을 나누지 않았다. 일본을 옹호하는 배역에도 정당성을 부여했다. 말하자면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당신을 어떤가'하는 식이다.
▶작품마다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데
-과거 하이틴물('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이나 코미디('투캅스')를 만들 때부터 사회적인 메시지를 생각했다. 영화에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담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나 싶다. 사회성은 내가 영화를 만드는 원동력이다.
▶평소 일본의 침략 가능성이 있다고 봤나
-그렇다. 평소 일본에 대해 감정이 좋지 않다. 그들은 얼마나 뻔뻔한가. 위안부, 신사참배, 최근의 독도 문제까지 반추해보면 충분히 가능하다. 그 때문에 항상 분노가 치민다. 이런 분노가 없었다면 '한반도'는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캐스팅은 어떻게 했나
-철저히 시나리오를 생각하고 배우를 골랐다. '이 이미지에 누가 가장 설득력 있는 배우인가'. 난 작품마다 특출한 티켓파워는 없어도 제 몫을 다해주는 배우를 만난 행운아다. 이번에도 '이들이 아니었으면 어떡할 뻔했나' 생각한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과 대결구도인데
-젊은 층에 호응을 얻을 '괴물'과 달리 '한반도'는 장년층으로부터 아래로 관객 층이 형성될 것이다. 더욱이 '괴물'은 '한반도' 2주 뒤에 개봉한다. 윈-윈이 가능하다. 오히려 '괴물'이 좀 터져 줬으면 좋겠다. '실미도' 때도 뒤에 개봉한 '태극기 휘날리며'가 잘 되니까 흥행의 힘을 받더라.
▶독자에게 전할 말은
-러닝타임이 2시간 24분이다. 지금껏 내 영화는 재미없단 얘기는 들었어도 지루하단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좀 긴 듯하지만 강한 코믹 요소의 인터미션도 간간이 마련해뒀다. 드라마로 승부할 자신이 있다. '울컥' 하고 돌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