紀行一首贈淸州參軍
李 穀
古人重畫一이러니 今人好變更이라
法令이 牛毛細하니 黔蒼은 魚尾赬이라
嗟嗟 遠遊子여 爾心이 胡不平가
고인(古人)은 획일을 소중히 여기더니, 지금 사람은 변경하길 좋아하네.
법령은 마치 쇠털같이 까다로운데, 백성은 물고기 꼬리같이 붉구나!
슬프다 멀리 놀러 다니는 사람 네 마음은 어찌해 불평만인가?
* 획일(畫一): 한(漢)나라 초대(初代) 승상(丞相) 소하(蕭何)가 죽은 뒤에, 후임으로 조참(曹參)이 들어 와서 소하가 제정한 법을 그대로 준수하니, 백성들이 좋아하여 노래하기를, “소하가 법을 제정한 것을 획일(畫一)한 것 같은데, 조참은 그것을 잘 지키네.” 하였다.
* 검창(黔蒼): 백성. 곧 검수(黔首)와 창생(蒼生)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 어미정(魚尾赬): 물고기가 피곤하면 꼬리가 붉어지므로, 백성들이 고통받는 것을 꼬리 붉은 물고기에 비유하는 구절이 《시경》에 있다.
平生多爲口하여 慣作東南行이라
逶迤過上黨하여 千里到韓城이라
道途多所見하여 感嘆ㅣ 由中生이라
평생토록 구복(口福)을 위하여 동남쪽으로 익히 다녔네.
꾸불꾸불 돌아 상당(上黨:청주)를 거쳐 천리 길 한산에 이르렀구나!
도중에 보는 것 많아 감탄이 절로 생긴다.
* 관(慣): 익숙하여지다.
* 위이(逶迤): (에두른 길이)구불구불함
十里五里間에 馳傳ㅣ 紛可驚하여
下馬立道側이면 過眼이 如流星이라
十里 五里를 가는 동안에 역마 달리는 사신 하도 많아 놀라워라.
말에서 내려 길가에 섰노라면, 흐르는 별 같이 눈앞을 지나가네.
吾疑 將德音을 布玆南畝氓가
或云 筭閒口하여 抽錢及孤惸하고
내 의심하기를 장차 德音을 농촌의 백성에게 펴려고 하는가?
혹은 말하기를 빠진 인구를 조사해 알아내어 불쌍한 사람까지 돈을 물린단 말이 있고,
* 덕음(德音): 백성에게 은덕을 펴는 교서(敎書)나 명령.
* 산(筭): 산가지. 꾀. 계책. 셈하다.
* 경(惸): 독신자. 외로운 몸.
或云 籠山野하여 割地歸兼幷이라
訟牒은 方組織하고 逃戶는 連欹傾이라
혹은 말하기를 산과 들을 모두 빼앗아 세력가에 합친단 말도 있네.
이제 소송장이 바야흐로 짜여지니, 빠진 호는 연달아 쓰러진다.
* 롱(籠): 휘감다. 제압하다.
* 의(欹): 기울다.
皇華ㅣ 豈謂是아 聖人著之經이라
忽詠大東詩하니 兀如未解醒이라
先王勤且儉하여 四方을 始經營에
山川各有界한데 租稅ㅣ 豈無程가
황화가 어찌 이것을 이르는 것일까? 성인께서 《시경》에 기록한 것이로다.
갑자기 대동시를 읊조리노니, 마치 멍하니 술에서 깨지 못함 같도다.
선왕은 부지런하고 또 검소하여, 사방을 처음으로 경영함에
山川이 제각각 경계 있거니, 조세인들 어찌 규정이 없으랴?
* 황화(皇華): 詩經之篇名
* 올(兀): 위태로운 모양. 안정되지 않은 모양.
孔氏는 罕言利하고 孟子는 惡交征이라
時當春雨後라 布穀閒關鳴이로다
공씨는 드물게 이(利)를 말했고, 맹자는 상하(上下)가 이(利) 구함을 미워하였다.
때마침 봄비 개인 뒤인지라, 뻐꾸기는 뻐꾹뻐꾹 우는구나.
* 포곡(布穀): 뻐꾸기[布穀鳥]는 봄에 곡식 심기를 재촉하여 포곡포곡 운다는 것이다.
* 간관(閒關):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아름답다.
不見田頭饁한데 誰從水際耕가
我欲買山去하여 鑿翠開風櫺이라
밭머리에 새참도 볼 수 없으니, 물가에서 밭 가는 이 누가 있겠는가?
나는 산을 하나 사서 이 세상 떠나 푸른산빛 들어오게 풍령(風櫺)을 열어 놓으리.
* 엽(饁): 점심밥. 들밥.
* 령(櫺): 격자창. 처마. 난간.
園中에 養松竹하고 門外엔 種稌秔이라
茂樹坐欝欝하고 淸泉飮泠泠이라
日讀洗心經하여 無令世故嬰이라
동산에는 소나무 대나무 기르고, 문 밖에는 찰벼와 메벼 심으리.
무성한 나무 그늘에 앉아도 보고, 시원한 맑은 샘물 마셔도 보고,
날마다 세심경을 읽으며, 세상살이에 얽혀 들지 않으리라.
* 도(稌): 찰벼.
* 갱(秔): 메벼.
* 울울(欝欝):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 매우 무성(茂盛)하다.
* 영(嬰): 갓끈. 두르다. 에워싸다. 껴안다.
尺地도 入金穴하니 何處安柴扃가
所以事奔走하여 終歲不得寧이라
좁은 땅도 돈구멍으로 들어가니, 어느 곳에 가시나무 사립문을 편안히 할꼬?
그러므로 분주히 돌아다니며, 해를 맞이하도록 안정을 얻지 못한다.
* 시경(柴扃): 가시나무 사립문
念我掌書郞은 靑衫倦送迎이라
此亦眼所見이요 彼亦耳所聆이라
知君常對此온 意氣何崢嶸가
생각하노니 우리 장서랑은 푸른 옷으로 송영에 지쳤으리라.
이것은 눈으로 본 것, 저것도 귀로 들은 것.
그대 항상 이런 것을 대할 터인데, 의기가 어찌 그리 높고 높은가?
* 청삼(靑衫): 푸른 적삼이라는 뜻으로, 품계가 낮은 관원의 복장을 가리킨다. 보통 실의에 빠진 하급 관리의 심정을 비유할 때 많이 쓰는데, 당나라 백거이(白居易)의 고사에서 연유한 것이다. 백거이가 강주(江州)의 사마(司馬)로 좌천되었을 때 지은 〈비파인(琵琶引)〉에 “좌석에서 제일 많이 운 사람이 누구인고, 강주 사마 푸른 적삼 눈물 젖어 축축하네.〔座中泣下誰最多 江州司馬靑衫濕〕”라는 구절이 나온다.
* 쟁영(崢嶸): 산(山)이 높고 가파르다.
君心一寸丹이요 君鬢十分靑하여
他年廟堂上하여 手調殷鼎羹에
吾詩儻不棄어든 以爲座右銘하시라<東文選 卷之四>
그대 마음은 一寸 단심이요 그대 귀밑은 한창 푸르르니,
다른 날 묘당 위에서 은나라 솥의 국을 손수 조화하리.
내 시를 혹시라도 버리지 않으면, 그것으로 座右銘을 삼으시라.
* 빈(鬢): 살쩍(관자놀이와 귀 사이에 난 머리털). 귀밑털.
* 수조은정갱(手調殷鼎羹): 재상의 지위에 올라 국정을 주도하는 것을 말한다. 《서경(書經)》 〈상서(商書) 열명 하(說命下)〉에 은나라 무정(武丁) 임금이 재상인 부열(傅說)에게 “여러 가지 양념을 넣고 국을 끓일 때면, 그대가 간을 맞출 소금과 매실이 되어 주오.〔若作和羹 爾惟鹽梅〕”라고 부탁하는 내용이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