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이 조용합니다. 아침을 잘 챙기고 있나 싶어 둘러보니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아침 모임을 마치고 공양간에 가보니 동무들이 아침을 먹고 나옵니다.
여기 음식 누가 해 뒀어요?
아마도 우렁각시가 아침을 챙겨두고 가셨나보네~
동무들은 늦잠을 잤다 합니다. 푹 잤으니 잘 했다 마음 토닥입니다. 지난밤 비바람에도 푹 잘 잤다니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울 뿐입니다.
아침 산책, 처음에는 바람이 시원하더니 곧이어 끈적이며 더워집니다. 어제 등교했던 초등 전교생이 어제 밤 경원이네서 기숙을 하고 저 멀리서 함께 오십니다. 날씨와 달리 명랑한 발걸음이 참말로 뽀송뽀송하다 싶었는데, 민재가 급히 화장실을 찾습니다. 민혁이도 따라 화장실을 갑니다. 당황했을텐데 차분하게 대처하는 모습이 의젓합니다.
오전에는 천지인과 마을인생학교 동무들이 모여 기후변화에 관한 <차이나는 클라스> 조천호박사님의 강의 영상을 보았습니다. 환히도 동민이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봅니다. 초등 수업을 마친 시우와 제인도 함께 합니다. 코로나와 함께 살려면 코로나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알아야겠다 싶습니다. 그리하여 삶을 이해하고 다루는 배움이 되길 바랍니다. 기후변화를 이해한 첫 번째 세대이자, 기후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마지막 세대라는 마지막 말씀이 마음에 남습니다. 막중한 책임이 주어진만큼 굉장한 창조를 경험할 당사자들과 함께 보니 마음이 뭉클합니다.
점심공양 시간이 되면, 한 집 사람들이 조용히 모여들어 공손하게 밥을 모십니다. 콩나물국을 보니 혜리의 콩나물국을 맛나게 먹던 동무가 떠오릅니다. 보고 싶은 마음도 함께 삼킵니다.
오후에는 초등동무들과 천지동무들이 유천의 안내에 따라 리코더를 함께 붑니다. 만나야 할 수 있는 또 한 가지가 합주고 합창이겠다 싶습니다. 밴드 석형샘이 오시니 배움터에 소리가 가득합니다. 한 사람의 기운이 참 대단합니다. 멀리서 와 준 석형샘이 참 고맙습니다.
두더지는 순례를 앞두고 짐정리도 하시고, 청년들과도 만나 말씀을 나누십니다. 현동과 언연도 도서관 서류를 챙기며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언연 밭에서 자란 자주찰옥수수를 나눠먹습니다. 모두 제 자리에서 자기 일 하며 또 하루만큼 삽니다.
밴드하러 가는 예온이가 신이 나서 가기에 너는 참 좋겠다.하고 말을 겁넵니다. 왜요? 하고 묻습니다. 하고 싶은 것 하잖아. 그럼 우림은 하고 싶은 것 안 하고 있나? 아니. 나도 하고 싶은 것 하지. 몇 년 전 기후위기에 대한 데이터를 접하고서는 앓이를 했지요. 그러다 만난 가슴의 소리, 아이들 곁으로 가자. 그래요. 저는 제 가슴의 소리를 따라 살고 있네요. 쓸고 닦고 서류를 챙기면서 마음이 흐뭇한 이유겠지요. 어디서든 누구나 가슴의 소리를 따라 살면, 코로나도 기후위기도 좋은 선물이 되겠지요? 그 믿음으로 내일을 열어두고 오늘만 살아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