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남자기숙사 동무들의 아침이 늦네요. 세탁기에 탈수가 되지 않아 서로 잡고 꽉 짜서 널고 오느라 시간이 걸렸다네요. 비가 올 듯 말 듯 하여 빨래건조대를 안에 두고 왔다며, 잘 한 것 같다고 뿌듯해합니다. 씨리얼에 우유 한 병을 나눠먹으며 서로 더 먹으라고 챙깁니다. 보는 것만으로 흐뭇합니다. 우애 좋은 형제간을 보는 부모 마음이 이럴까 싶습니다.
산책길에서 후마 차를 만납니다. 차 안에 있는 동무들이 손을 흔듭니다. 2박 3일, 자가격리라는 새로운 경험을 마친 후마네 가족들이 더 너른 집으로 나오셨네요. 반갑고 고마울 뿐입니다. 선민이, 혜민이 그리고 해랑이가 오니 드디어 남학교에서 남녀공학이 되었다며 우스게 소리를 합니다. 존재로 충분하다는 말이 바로 이런 뜻인가 봅니다. 그러고보니 민재가 새로운 마스크를 쓰고 계시네요. 이제 마스크도 입고 있는 옷처럼 느껴집니다.
오전은 가족별로 흩어져 함께 그리고 따로 어울려 놉니다. 점심 종을 치니 민혁이가 먼저 2층에서 총총총 걸어내려 옵니다. 날마다 함께 밥 먹으니 식구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말씀과 밥의 집에 식구가 그득하니 밥맛이 더 좋아요. 경원이의 동그란 눈동자도 말없이 웃고 있네요.
오전부터 도서관에서는 보리밥과 현동이 풍경소리 봉투작업을 하십니다. 밥 먹고 공양간 뒷정리를 한 뒤 예온이랑 발송작업에 함께 합니다. 시우와 제인, 유천, 이장로님, 민들레, 신난다, 후마, 목강이 어울려 묶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그런데 뭔가 삐걱삐걱... 오류가 발생하네요. 있던 손들이 없는 자리, 새 손들이 함께 한 자리이니 그럴 만도 하다 싶습니다. 그 때 재민이가 오더니 자신은 할 일이 없는지 살핍니다. 그리고는 풍경소리에 지난 달 발송작업했던 사람들 이름에서 자기 이름을 찾아보네요. 나름 이름 올리는 재미가 있나봅니다.
오후에는 생활지기 이야기, 가족회의, 배움지기 한 주 마무리 모임 등이 이어집니다. 동무들은 각각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친구들이 없어서 심심할 줄 알았는데 재밌었다고 하네요. 그래도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을 것 같다 합니다. 그러게요. 마음 편안하게 만날 수 있는 날을 기다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마음이겠지요. 오붓하게 지내는 지금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을 먼저 잘 누려봐야겠다 싶습니다.
오늘 남자기숙사 형제들은 생활지기인 목강과 함께 풍성한 저녁을 드시고는 우림네로 밤마실을 오셨네요. 몇 일 전부터 환히가 보고 싶어 했던 영화 <증인>을 함께 봤습니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라고 묻는 주인공 목소리가 가슴에 남습니다. 환히가 왜 함께 보고 싶어했는지 알 것 같네요.
환한 달빛이 돌아가는 동무들을 비춥니다. 바람도 좋습니다. 배웅하며 골목길에서 한참을 달을 보고 집으로 돌아와 창문을 닫으려고 보니 그 새 구름이 달을 가렸네요. 한 치 앞도 모른다는 말처럼, 지난 한 주가 그랬다 싶습니다. 깊은 강물처럼 변화 속에서도 고요를 살았던 한 주이기도 했습니다.
두더지는 아침 모임을 하시며 그동안 배움터에서의 삶을 회고하듯 이야기 하십니다. 완벽했던 지난 날들이라 하시며 다시 이곳으로 올지 모를 일이지만 할 일은 다 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말씀하십니다. 새 걸음으로 나아가시는 두더지에게 고마움과 응원을 보냅니다. 새로운 걸음으로 새롭게 다시 만나길 염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