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ㆍ카페 내 일회용품 사용 금지…갑작스러운 규제에 ‘혼란’
손님, 업주 간 갈등 빚어져…
배달용기 남발에도 해법 필요
코로나로 일회용품 사용량이 급증한 가운데 매장 내 일회용품 규제 정책이 시행돼 자영업자와 손님 간 실랑이가 벌어지는 등 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이달 1일부터 카페ㆍ식당 내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했다. 코로나 확산 방지를 목적으로 2020년 2월 일회용품 사용을 한시적으로 허용했으나 생활 폐기물이 빠르게 늘자 다시 규제에 들어간 것이다. 갑작스럽게 시작된 정책에 손님과 자영업자들 간에는 일회용품 사용 여부에 대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또 현실에서 정책의 실효성이 있을지 우려도 제기된다.
매장 내 일회용품을 줄여도 생활 속 일회용품이 줄어들지는 의문이다. 코로나 이후 대면을 최소화한 배달 서비스가 활성화되며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사용도 급증했다. 지난달 28일 한국소비자원 ‘배달음식 플라스틱 용기 실태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발생 이전과 비교해 서울 시민들의 배달ㆍ포장음식 이용률은 49.2% 증가했다. 또 국내 3대 배달앱 ‘배달의 민족’ ‘요기요’ ‘쿠팡이츠’의 전국 이용자들은 1인당 연평균 1341.6개(약 10.8kg)의 일회용품 용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이후 본격적으로 배달을 시작한 가게도 많다. 춘천시 한 카페는 코로나 확산세가 계속되자 2020년부터 배달 서비스를 도입했다. 배달을 하게 되면서 배달 고객에게는 비닐봉투와 일회용 포크를 따로 구매해 제공하고 있다. 또 원래는 고객 요청이 없는 경우 일회용 포크를 제공하지 않지만 배달의 민족 어플에 ‘일회용 수저포크 요청사항’ 선택란이 생긴 이후 오히려 일회용 포크를 찾는 손님이 늘었다.
이러다 보니 자영업자들과 손님들 간에 마찰이 생기기도 했다. 춘천시 후평동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이번 정책이 시행되고 난 뒤 일부 손님과 실랑이를 벌였다. 일회용품 규제 정책을 손님에게 안내했음에도 무리하게 일회용 컵 사용을 요구한 것.
그는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이 안 된다는 점을 모르는 고객이 대부분”이라며 “사용 규제에 대해 설명해 드려도 잠깐이면 먹고 나간다고 일회용 컵을 달라는 손님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쩔 수 없이 매장에서 먹고 난 후 음료를 포장해 드리겠다고 하면 기분 나빠하는 고객들도 있다”고 토로했다.
갑작스레 시작된 일회용품 규제 정책으로 일부 업소에서 혼란이 일고 있는 반면, 자체적으로 일회용 쓰레기를 줄이려는 업소도 있어 눈길을 끈다. 춘천시 석사동에 위치한 ‘제로웨이스트’ 상점 ‘어거스트’는 일회용 플라스틱을 줄일 수 있는 대체 제품을 판매한다. 일회용품 대신 친환경 수세미와 다회용 빨대, 옥수수 치실 등 친환경ㆍ다회용 제품을 사용하는 것도 일상 속 일회용품을 줄이는 방법이다.
스스로 일회용품을 줄이기에 동참하는 시민들도 있다. 점심시간 춘천시 내 카페에서는 직접 텀블러를 가져온 손님들을 볼 수 있었다. 텀블러에 음료를 주문한 이주연(25)씨는 “매장에서 일회용품을 쓰지 않아도 테이크아웃을 하면 일회용품이 나온다”며 “번거롭지만 텀블러를 쓰면 일회용 컵과 빨대가 나오지 않아서 좋다”고 말했다.
이지현 대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