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빛과 페인트 표시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어요”...여성안심귀갓길 정비 요구
“과연 불빛이 있다고 안전한 걸까요? 없는 것보다는 낫긴 한데... CCTV가 더 있었으면 좋겠어요”
중국어 공부를 위해 다니는 (강원대학교 후문에 위치한) 학원이 끝나고 10시쯤 귀가할 때 집으로 가는 직선 코스를 이용할 경우 10분이면 걸어가지만 큰길을 따라 한참을 돌아 30분을 더 걸어 집으로 간다. 직선 코스의 길은 가로등이 아예 없어 어두워 혼자 다니기 무섭기 때문이다.
춘천에서 대학을 다닌다는 함모(24·여)씨는 “여성안심귀갓길이라고 표시되어 있는데 그다지 안전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며 “페인트로 ‘안심 귀가’ 표시만 한다고 안전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 오후 9시에 방문한 춘천시 석사동 춘천교대 인근 여성안심귀갓길(왼) 도로 중반부터 ‘안심귀갓길’이라는 단어가 보이지만 도로 초입(오)에는 가로등이 없어 ‘안심귀가’라는 단어가 무색하다.
여성 안심 귀갓길은 춘천경찰서가 관할 지구대별로 범죄가 많이 늘어났거나, 112 신고 건 수, 범죄 발생 수를 복합적으로 고려해 자치 위원회에서 심의·선정해 지정하고 있다.
◆ 강원도가 18년도에 발표한 ‘안심동행보안관 서비스’ 중단 발표도 없이 중단돼
강원도는 심야 귀가 여성을 대상으로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서비스를 신청한 여학생을 대상으로 집 앞까지 동행하는 ‘여성안심귀가 보안관 동행 서비스’를 운영했다. 20년에는 코로나19로 운영조차 하지 못했다.
기자가 직접 ‘안심동행보안관’ 서비스를 이용해보려고 하니,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강원 1366 여성긴급전화에서는 “현재 사업이 중단되었다”는 말만 전해들을 수 있었다.
2018년부터 운영한 ‘안심동행보안관’ 서비스가 중단된 이유에 대해 도청과 시청 모두에서 정확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도청에선 “시에서 하는 일은 시청에 문의”하라며, 시청으로 전화를 돌렸고, 시청에선 오히려 기자가 ‘안심동행보안관’ 서비스에 대해 설명해야 했다.
◆ 여성의 귀갓길을 책임지겠다는 ‘올밤이존’ 근데 실체는 ‘깜깜이 존’?
춘천 경찰서는 2020년 범죄예방디자인 캐릭터 ‘올밤이(allbam)’를 개발해 여성이 밤거리를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여성 범죄 예방 인프라를 구축했다. 춘천교대 앞 주택단지에 올밤타운, 신사우동파출소 부근에 올밤이존 등을 설치했다.
그러나 정책에 대한 홍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올밤타운, 올밤이존 등 여성 안심 귀갓길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모르는 시민들도 있었다.
올밤이존을 산책하던 박모(50대)씨는 “이 부근이 올밤이존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며 “올밤이존이 무엇이냐”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여성 안심 귀갓길 위치를 찾는 방법도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춘천 경찰서 사이트의 ‘여성안심귀갓길’ 메뉴를 들어갔으나 ‘올밤이존’, ‘올밤타운’의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었다.
‘올밤이존’이 신사우동 파출소 부근에 설치되었다는 기사를 보고 기자가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소양강 인근을 방문했다. 소양2교에서부터 소양1교까지 걸어가고 나서야 SOS 비상벨과 올밤이존 표지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인근 아파트 단지 담장에 붙어 있는 올밤이존을 안내하는 표지판에 불이 켜져 있지 않았다. 올밤이존 앞에는 위급할 때 사용하라고 SOS 비상벨 하나가 설치됐으나 불법 주차된 차량들에 가로 막혀 비상상황에서도 접근이 용이하지 않아 보였다.
경찰서 관계자는 “보안등이 들어오는 저녁 6시부터 새벽 5시까지 켜지도록 타이머를 설정해 놨다”며 “타이머가 고장 나거나, 아파트에서 보안등을 켜지 않으면 불이 들어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시민들은 CCTV나 가로등를 추가 설치하거나, 여성 안심 귀갓길을 안내하는 정책의 필요성 등의 의견을 내놓았다.
경찰서 관계자는 “예산이 부족해 모든 곳에 CCTV를 설치하긴 어렵다”며 “지속적으로 범죄 건 수를 분석해 수가 줄어든 곳은 해제를 하거나, 새롭게 생긴 취약 지역에 여성 안심 귀갓길을 증설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언론 홍보를 하고 있으나,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는 사이트나 sns 등시민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춘천 경찰서에 따르면 여성안심귀갓길로 지정된 노선은 총 12개로 백령스포츠센터 횡단보도~홍현빌딩, 춘천교대 여기숙사 후문~강원도개발공사 후문, 빅힐모텔~태영전기조명, 영화어린이집~칠전서길 30, NH농협중앙회~대림오토바이, 대구정밀~청와아파트 후문, 삼정노인회관~미래건업, 춘천청소년수련관~동산빌라, 삼일카오디오~동산카센터, 동서프랜차이즈~성실유통, 삼성아파트~동부아파트 제방도, 낙원약국~두미르아파트 후문이다.
춘천 경찰서가 밝힌 22년도 여성안심귀갓길에 설치된 CCTV는 총 12개, 보안등은 45개, 반사경은 7개, 비상벨은 1개이다.
백다혜 대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