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는 때로 천천히, 하지만 반드시 온다
표창원 저 / 한겨레 출판 / 2014년 2월
“그들은 합당한 죗값을 치렀는가?”
최고의 범죄수사전문가 표창원이
‘정의’의 프레임으로 살펴본 우리 사회 범죄와 범죄자들
국내 최초 프로파일러. ‘표창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이다.
그는 한국인 유일의 미국 프로파일링협회 회원이며, 경찰대 교수, 아시아경찰학회장, 경찰청 강력범죄분석팀 자문위원,
법무연수원 범죄학 및 범죄심리학 강사 등을 지낸 국내 최고의 범죄수사전문가다.
그런 그가 돌연 경찰대 교수직을 버리고, 거리로 나서 대중을 향해 ‘정의’를 부르짖고 있다.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국정원의 선거 개입 의혹이 커져 가는데 경찰은 소극적 수사로만 일관하고 있을 때,
그의 내면에서는 “이건 아니잖아요!”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을 것이다.
표창원은 지난 1년간 방송, 강연, 집필 등 왕성한 활동을 통해 ‘이건 아니다’라고 느낀 대중들에게 힘과 용기를 불어넣었다.
그런 과정에서 스스로도 범죄수사전문가를 넘어서 사회참여지식인이 되어갔다.
이 책 정의의 적들은 범죄수사전문가가 사회참여지식인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권력과 돈 앞에서 무력했던 정의
책은 신창원과 전두환, 지강헌과 전경환의 비교로부터 시작한다.
후배들과 함께 강도를 저지르다 공범이 피해자를 살해한 현장에 함께 있었다는 이유로 신창원은 무기징역을 선고받는다.
복역 중 탈옥하여 세상을 시끄럽게 한 뒤 다시 잡혀 무기징역에 22년 6개월의 형량을 추가로 받고 감옥으로 돌아갔다.
이번에는 12.12 군사 반란, 5.18 민간인 학살, 수천억 원 뇌물 수수와 국고 찬탈을 자행한 범죄자 전두환을 살펴보자.
그 역시 무기징역을 선고받는다. 하지만 그마저 결국은 특별사면되어 지금은 철통같은 경호를 받으며
대통령 취임식에 귀빈으로 초대받는 등 권력자의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500만원을 훔친 죄로 잡힌 지강헌은 징역 7년에 보호감호 10년, 총 17년의 격리?감금형을 받아야 했다.
같은 시기 수백억 원대의 횡령?탈세?뇌물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의 동생 전경환은 징역 7년형을 받고,
2년 반 만에 특별사면과 가석방을 통해 자유의 몸이 된다.
신창원과 지강헌을 두둔할 순 없지만,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지강헌의 외침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런 횡포는 지나간 일만이 아니다.
특별사면이라는 제도를 통해 자신의 측근을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 권력,
국정원이라는 국가기관을 권력 창출과 유지를 위해 사용하기 위해 골몰하는 권력의 모습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또한 자본을 가진 자들이 공공연히 법이 금하는 사적 보복을 가하고 사기와 도주를 일삼을 때,
일반시민에게 서슬 퍼런 공권력이 그 앞에서 무용지물이 되기 일쑤다.
정의는 때로 천천히, 하지만 반드시 온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제1부 권력과 돈 앞에서 무력했던 정의’에서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가진 자들의 횡포를 다루었다면,
‘제2부 정의는 천천히 온다’에서는 구체적 강력범죄들을 다루면서
우리 사회 절차적 정의가 더디지만 조금씩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확인한다.
‘제3부 우리 안에서 자라는 괴물’에서는 그렇게 천천히 오는 정의를 기다리다 지쳐 괴물이 되지 말 것을 당부한다.
저자는 ‘정의의 적들’을 세 층위로 구분한다.
가장 먼저 우리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살인, 성폭행, 강도, 절도, 사기 등을 저지른 범죄자다.
이들을 찾아내고 그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내리는 것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책무다.
다음으로는 수사기관의 ‘직무상 범죄’다.
범죄를 척결한다는 명분을 내세운 채 스스로 법을 어기고 고문을 행하고 증거를 조작하는,
이를 통해 사법피해자를 양산하고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중한 범죄다.
하지만 이들보다 훨씬 해악이 큰 ‘정의의 적들’이 바로 ‘권력형 범죄자’다.
국민에게 위임받은 국가권력을 통해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이들이야 말로 가장 극악한 ‘정의의 적들’이라는 것이다.
하여 권력형 범죄는 작은 단초에도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비록 지금 불의가 군림하는 세상이라 느껴지더라도, 정의는 반드시 온다는 게 저자의 믿음이다.
정의를 향한 싸움은 길고 지난하겠지만 그만큼 의미 있는 일이라고, 쉽게 지치지 말자고 다독인다.
“‘정의의 적들’과의 싸움은 결코 쉽지 않다.
여러 작은 패배와 작은 승리들이 교차하는 매우 길고 오랜 싸움이다.
하지만, 힘든 만큼 보람도 크다.
이 싸움은 수사기관 등 특정한 자격이나 권한을 가진 자만 할 수 있거나 해야 하는 싸움이 아니다.
우리 사회, 이 시대를 사는 모두가 ‘관심과 참여’라는 방법으로 함께하고 협력해야 한다.
이 책이 그 시작이 되길 바란다.” - 에필로그 중에서
- 출처 : Daum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