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 앞에서 밤 새 제 할일을 다한 선풍기가 쉴 틈 없이 돌고 있다. 한 번 쯤 과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다독거리며 써야 하는데 ᆢ그래 욕조에 몸을 맡길 때 휴식을 줘야지 생각한다. 별 이유없이 자고나면 어깨가 부드럽지 않다. 일어나자마자 찜팩과 더불어 시원한 냉팩을 얼굴에 두루고 대자리가 깔아져 있는 침대에 딩굴며 하루를 계획한다. 동이 튼지 얼마나 되었다고 기온이 오르기 전에 일 하려는 누군가가 바쁘게 일 시작한다는 기계 소리들이 여기저기 들려온다. 디룽디룽디룽 디리리리~~~ 익숙한 멜로디가 청소차가 움직인다는 걸 알 수 있다. 2330 세대가 어질러 놓은 생활 쓰레기와 수거물들이 이 분들의 수고가 있기에 깨끗함과 편리한 생활을 유지시켜준다. 그저 고맙기만 하다. 얼마전엔 해충박멸을 위한 단지내 소독을 한다고 떠들썩 하더니 오늘은 잔디밭 다듬기를 하나보다. 딩굴고 있는 내 코끝에도 진한 풀내음이 들어온다. 잔디 깍는 기계소리와 과장님 반장님 찾는 젊은 청년의 목소리도 내 귀에 앉는다. 특별 아침반 어린이집 찬가? 어머님~~~안녕하세요? 옥타브 높게 상냥한 보육교사 목소리와 안녕, 빠빠이 소리가 뒤섞여 크게도 작게도 울려 퍼진다. 수 개월째 진행중인 도로건너 커피체인점 인테리어 공사 소리도 뚝딱뚝딱 부지런히 들린다. 누군가의 귀한 자식이자 가장과 아빠로서 소중한 일터에서의 진한 땀방울을 흘리고 있겠지.~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탱자탱자 더이상 딩굴고 있기에 죄의식 마저 들게한다. 더위를 모를 집 안에서 뭐라도 해야 싶지 하는 생각을 하게하는 순간이다. 그저께 순천에서 큰아주버님 딸의 결혼식장에 들러 내친김에 여수 바닷가 구경 갔다가 사온 멸치를 다듬기로 한다. 곡성지나 순천가는 길에 진분홍, 연분홍, 보라빛 짙은 녹음 속 곱게 차려입고 얼굴을 내밀고 있던 배롱나무가 떠오른다. 모래놀이 하다말고 밥 먹으란 엄마 소리에 흩어져 들어가는 어릴적 놀이터 기억처럼 맑고 푸른하늘에 하얀 구름들이 펼쳐져 있다. 언젠가 한아가 배롱나무는 분홍 립스틱 펴 바르고 껌을짝짝 씹으며 유혹하는 다방 아가씨가 떠올려 진다는 걸 생각하며 끝없이 눈길을 주며 스쳐지나 왔었다. 한아는 표현과 느낌을 맑고 선한 빛으로 건네주는 감수성이 풍부한 님이라 되뇌이며 한 줌의 멸치를 다듬고 있을 무렵 핸드폰이 울린다. 어느 때 보다 또랑또랑 목소리로 언니~하며 부른다. 애교스럽고 사랑스럽다. 코로나로 서로 누구든지 만남 대신 비대면 생활을 하다 보니 들리는 목소리들은 참 반갑기 그지 없다. 더군다나 잘 챙겨주지도 못한다고 미안해져 있을 때 먼저 묻는 일상 전화는 더 반가운 것 같다. 한 참 웃고 떠들고 수다를 떨고 보니 덕분에 좋은 시간 가졌다며 서로 고마워 했다. 가만히 생각 해 보면 주위 인연들의 의해 내가 만들어지고 변할 수 있다는 걸 알게된다. 한아로 인해 자연의 무한 사랑을 배우며 하나하나의 이름을 불러보게 되고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 다결언니를 옆에 두면서 그 모양 그대로 사랑을 주는법을 배웠고 은현언니를 두고서 나누는 평화로움을 알았다. 정선언니는 열마디 말보다 한가지 행동에 의연함을 알게 해 주었고 순희언니는 촤르르 한 말 추임보다 새색시 웃음처럼 수줍게 웃는 웃음의 위력을 알게했다. 또 우리 소언 언니 평균치 체온 처럼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편안한 안정감을 배우게 했고 경은언니는 화룡점정 테이블 위 꽃 같은 아름다움을 가지게 해 주었다. 준비된 몸짓과 노래와 상냥한 목소리로 당당함을 배우게 해 준 옥숙이 언니. 다방면 재밌게 정보교환을 해 주며 친근감을 가르쳐 준 명숙이 언니. 또 아란언니의 포인트 살려 뒤쳐진 님들 없도록 두루두루 살펴보는 넉넉한 안목을 배우며 산다. 꽃을 싸멘 종이 꽃향기 나고 생선 싸멘 종이 생선비린내 나니 갖가지 특색으로 향내 피우는 우리 하하님들과의 소중한 인연에 더욱 더 튼실한 향내를 지닌 내가 되어야지 다짐도 한다. 이런저런 님들 그리며 멸치 한 박스를 이제야 다 다듬고 휘청 주섬주섬 일어난다. 뒤꿈치 까치발 올려 두 손 깍지져 머리 위로 높게 늘어 뜨리며 탁주 한 사발 들이키고 잘 쉬고 발 길 돌리는 나그네 처럼 오늘 하루도 접으렵니다.
폭염 속 오도가도 못 하는 찜통 더위를 나는데는 아기편지 만 한게 없다는 생각도 하면서 별다르지 않는 글들을 자주 올려봅니다. 아무쪼록 이쁘게 읽어 봐 주시고 남은 오후도 건강히 보내세요.^^🥰
첫댓글 코로나와 더위로 우울할 사람들도 있을 텐데, 온갖 꽃들이 주변,세상을 밝게 정화시키 듯 화사한 이야기들 기운 북돋우지요.여수 바닷가 멸치..더 맛있겠어요. 쏴아~푸른 파도소리에 햇볕 이글이글 젊음처럼 이겨내는 모래들 반짝. 그 맛들이 우러나옵니다.재밌게 잘 읽었어요.
ㅎㅎ
재밌게 읽어주는 독자? 가 있으니 부지런히 올리나 보네요.^^
써 놓으면 맨 먼저 쏙 올라오는 바닷가 뻘밭에 사는 쏙 처럼 쏙 올라와 물어주는 카페 지킴이 날아 언니가 있어 저도 재밌어요^^~🎀
짙푸른 산속의 녹음처럼 세담님의 가슴에 사랑이 울창합니다.
모든 것을 인정어림으로 바라보시는 세담님의 측은지심,
세담님의 향내가 하하에 그득합니다.
더 많은 하하님과 통하고 싶은데 ᆢ님들께서 아니 노십니다.^^
애독 하시고 이쁜댓글에 그저 감사하지요.^^👍
언니~~ 한아가 누구래요? 걔는 참 좋겠네~♡♡
아기편지에서 오미자차처럼 새콤상큼달달 시원한 맛이 나는 듯합니다^^
ㅎㅎ
달달한 애 있어?
😘
글만 읽어봐도 세담의 표정과 몸짓이 그대로 전해지는듯한 편한 글.
한사람 한사람씩 느낌의 표현들이 어쩜 그리 딱 들어맞는지.
예쁘고 귀여움이 뚝뚝 묻어나는 재미난 글,
잘 읽었고 고마워요~
언니~제가 이 맛에 칭찬 받을려고 쓰네요.^^
근데 글의 등장인물들 미동도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