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8년 몹시도 추운 어느 겨울 저녁
어둠이 내리고 찬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며 눈발이 휘날리는데
서산 천장암 부엌에서 소란스러운 있었습니다.
이 절의 주지이신 경허스님은 상좌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 너무 춥고 배가고파 죽을 것만 같습니다. 그러니 밥을 좀 주십시요."라고 간청을 하고 있었다.
상좌는 스님 부처님께 드릴 공양인데 어찌 저런 거지에게 먼저 주겠습니까? 그리고 나환자가 불경스럽게
사찰에 찾아와서 이렇게 행패를 부리니 내쫒아야 한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러나, 경허스님은 그 여인을 방에 들여라고 하였습니다.
경허스님은 그 여인을 방에 들였습니다.
여인을 보니 몸이 썩어가고 있었으며, 몸이 얼어 있었습니다.
스님은 자신의 따스한 몸으로 여인을 안고 몸을 녹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이부자리에 그 여인을 눕혀 잠자게 하였습니다.
이 광경을 목격한 어린 동자승은 놀라 만공스님에게 달려가
방금 자신의 눈으로 본 것을 사실대로 알렸습니다.
"그게 사실이더냐? 설마하니 조실스님이 여색을 탐하시겠느냐?"
그러자 동자승은
"못 믿겠으면 직접 가서 확인해 보십시요!"라고 말을 하자
만공스님이 경허의 방문 앞에 가 보니 동자승이 말한 것이 모두 사실이었다.
기가 막히고 하늘이 무너질 일이었다.
"수행자는 여자를 가까이 하지 말아라. 색을 멀리해야 한다. 계율을 잘 지켜야 한다."는
그스승님의 말씀이 지금 젊디 젊은 여자와 한 방에서 잠을 자고, 몸을 부대끼고 같이 밥을 먹고,
그 누구도 방안을 기웃거리거나 아무도 이 방에 들어오지 말라하니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결국 사부대중들은 경허스님과 여인을 천장암에서 내쫓기로 결정하고 문밖에 모여들어
경허스님은 천장암에서 나가라고하자 드디어 방문이 열리고
보자기로 얼굴을 감싼 여인이 모습을 드러내었습니다.
그 여인은 잠시 후 보자기를 싼 자신의 얼굴을 보이자 사람들은 아연 실색을 하였습니다.
그 여인의 모습은 온몸과 얼굴이 군데군데 썩어짓무러져 있었고,
입은 옷에는 고름이 덕지덕지 묻어있었습니다.
그리고 손가락이 떨어져 나가고 없었습니다. 나환자였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무시하고 천대한 그 여인을 경허스님은 방에 들이고 짓무른 몸을 닦아주며,
스님의 체온으로 나환자의 몸을 따뜻이 데워주고, 밥을 먹여 주었던 것입니다.
여인은 조용히 뒤돌아서서 경허스님에게 큰 절을 하고는
"죽어도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하며 눈물을 흘리면서 천장암을 떠났습니다.
이후 경허스님은 몸이 짓무르는 질병을 얻어 소주에 닭똥을 담근 민간약을 잠수시었다가
나중엔 술 중독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여자를 가까이 하지 말라는 계율을 지키는 것보다, 더 소중한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파계하는 고승의 높은 경지를 우리는 이해하지 못하고 오해를 했던 것입니다.
남을 평가할 때는 자신의 수준과 상황에서 평가하기 보다는 좀더 깊은 주의와 배려로
남에 대한 평가를 하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