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가 알려지기보다 이웃의 도움이 중요하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코로나19에 확진된 103세 노인을 위해 방역복을 입은 상태로 식사를 지원하고 약 복용을 확인하는 등 3일간 간호한 두 공무원의 헌신이 지역 사회에 감동을 전했다.
강원 춘천 효자 1동 행정복지센터 소속 김도아 방문복지담당과 황수미 주무관은 지난 3월 24일, 보건소의 요청을 받고 관할지역의 한 가정을 방문했다. 이곳에 거주하던 이모(103)할머니는 당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상태였고, 고령에 청각 장애까지 가지고 있어 건강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김 담당과 황 주무관은 그런 이 할머니를 간호하기 위해 방역복을 입은 채로 3일간 식사 지원과 처방 약 복용 확인 등 건강 상태를 직접 챙겼고, 덕분에 할머니는 격리기간을 무사히 지낼 수 있었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공무원들의 노력이 돋보인 순간이었다. 또 해당 노인이 기존에 센터에서 관리하던 대상이었던 점도 중요했다. 황 주무관은 “원래 코로나 확진을 받을 경우, 보건소에서 재택치료자들에게 직접 연락해 약 처방 및 복용 여부 등을 확인하지만, 해당 어르신의 경우 약 처방 기록이 존재하지 않고, 연락도 되지 않는 상태였다. 자녀분도 입원 등의 이유로 올 수 없는 상태였고 어르신이 청각 장애까지 가지고 계신 터라 걱정이 되어 직접 방문하게 됐다.”라고 처음 방문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김 담당은 “청각 장애에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이 추위와 배고픔을 호소해 곧바로 식사를 지원하고 보일러 등 방한 대책을 강구했다. 어르신이 보청기를 착용하셨지만 듣는 게 많이 불편하셔서 손동작 등을 이용해 주로 소통했다.”라고 방문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또 “미연의 방지를 위해 방역복을 착용하고 방문하다 보니 복장 때문에 동작이 부자연스러웠다. 그런데 도착해보니 어르신이 아무것도 드시지 못한 상태였다. 그래서 방역복을 입은 상태로 식사를 챙겨드리기 위해 직접 밥과 반찬을 요리해 드렸다. 덥고 시야 확보도 잘되지 않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방역복을 온종일 입고 지내는 의료진의 고통을 알 것 같았다. 처음엔 페이스쉴드도 없어서 겁나기도 했다.”라며 겪었던 어려움을 전하기도 했다.
혼자 생활하며 사람을 그리워하는 노인의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담당은 “독거노인 가정이다 보니 매일 요양보호사가 방문한다. 하지만 어르신이 확진되셔서 며칠간 보호사가 방문하지 못했고, 본인이 코로나에 확진됐다는 걸 인식하지 못한 어르신이 ‘왜 (요즘) 사람이 안 오나, 왜 아들이 안 오나, 연락이 없나.’ 등 설명을 해드려도 이해를 잘 못하거나 아쉬워하시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라고 전했다.
이어 황 주무관은 “하루아침에 사람의 발길이 끊겨 의아해하시던 와중에 우리가 방문하자 정말 반가워하셨다. ‘용돈 하라’고 자꾸 5천 원짜리 지폐를 손에 쥐어 주시기도 했다.”라며 할머니와의 일화를 얘기했다. 사람을 그리워하고, 자신을 보러와 준 이들에게 아낌없이 베풀고 싶었던 이 할머니의 따뜻한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결국 할머니는 무사히 격리기간을 마쳤고, 두 사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두 사람은 사회복지 공무원으로서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그들의 도움으로 어려운 이웃의 문제가 개선됐을 땐 뿌듯함보다는 안도감이 든다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지역의 취약 계층과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위한 당부를 전했다. 김도아 담당은 “어려운 상황에 놓여도 어떻게 할지, 어디로 갈지 모르거나 창피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꼭 주변 행정복지센터 등 시설을 방문해 무슨 말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 그래야 어떻게 해서든 도움을 드릴 수 있으니 언제든 방문해서 본인이나 주변 이웃의 힘든 상황을 얘기해주길 바란다. 혼자 고민하지 마시라.”라며 망설이지 말고 언제든 도움의 문을 열어 주기를 강조했다.
황수미 주무관은 “도움을 청할 방법조차 모르는 분들을 위해 이웃의 도움이 정말 필요하다. 그래서 현재 복지 사각지대 발굴을 위한 홍보물을 제작하고, 동네 통장이나 주민들에게 홍보하고 있지만 효과가 미비하다. 복지 사각지대 발굴은 복지 대상자보다 이웃 주민들에게 알리는 게 목적이다. 주변에 어려운 사람이 있다면 꼭 주민센터에 알려달라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라며 취약 계층의 발굴과 지원에 이웃의 역할이 가장 중요함을 강조했다. 이어 “행정복지센터는 가장 문턱이 낮은 공공기관이다. 그렇지만 그 문턱을 넘길 어려워하는 분들이 많다.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이웃은 없는지 돌아보거나, 있다면 꼭 발굴해주시길 바란다.”라고 재차 당부를 전했다.
복지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일들이 하루가 멀다고 들려오고 있다. 우리의 생각보다 더 가까운 곳에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웃이 있진 않은지 관심이 필요하다. 어려움에 처한 할머니를 돕기 위해 위험을 마다하지 않았던 두 사람의 선례가 소외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에 중요한 귀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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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9일 금요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