Ωᛯᛯᛯᛯᛯᛯᛯᛯᛯᛯ 김기홍시인의 무지개 영상편지 ᛯᛯᛯᛯᛯᛯᛯᛯᛯᛯΩ
이원규 시집『강물도 목이 마르다』중에서 ---
♤♠♤ 2009년 3월 12일 목요일♤♠♤ |
사진:이원규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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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족필(足筆) ♣
詩 이 원 규
노숙자 아니고선 함부로
저 풀꽃을 넘볼 수 없으리
바람 불면
투명한 바람의 이불을 덮고
꽃이 피면 파르르
꽃잎 위에 무정처의 숙박계를 쓰는
세상 도처의 저 꽃들은
슬픈 나의 여인숙
걸어서
만 리 길을 가본 자만이
겨우 알 수 있으리
발바닥이 곧 날개이자
한 자루 필생의 붓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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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귀꽃 /순천시 야생화님 촬영
아이들에게 고로쇠물을 먹이고
어제 저녁밥상을 차리고 아이들과 막 숟가락을 드는 순간 전화기가 울렸습니다.
함께 일하기도 하며 시를 쓰는 친구가 고로쇠물이 순천 상사면 공작예식장 꽃뜨락에 와 있으니 함께 마시자고 했습니다. 고마움에 간단히 밥을 먹고 가겠다고 대답을 하고 나서 생각하니 갈등이 생겼습니다. 그곳이 아주 멀지는 않으나 시내버스는 너무 드물고, 걷기엔 시간이 많이 걸리는 거리이기에 택시를 이용해야 하는데 그 지역은 면 단위라 택시비 기본이 3천 원이 넘으니 오고 갈 걸 계산하면 교통비만 1만 원이나 되었습니다. 하지만 전북 장수에 사는 그의 지인에게 주문해서 온 것을 같이 먹자는 것인데 아무리 어려운 시기라 해도 그 고마움이 더욱 값지기에 재차 전화를 받고 그곳으로 갔습니다.
▲노루귀꽃 - 순천시 야생화님 촬영
꽃뜨락에 가니 주인과 친구, 그리고 염색하는 분이 벌써 자리를 폈고, 뒤따라 그곳의 식물을 가꾸고 운영했던 친구 광배가 낙안에서 조경일을 했던 일행과 함께 오고, 이어서 자연 사진을 찍으며 인터넷신문 기사를 쓰기도 하는 동부지역사회연구소의 김학수와 그 일행이 함께 오니 꽃뜨락에서 꽃을 피우는 식물들과 함께 즐거운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습니다.
▲노루귀꽃 - 순천시 야생화님 촬영 -
고로쇠물은 마실 때는 온몸에 순환이 되도록 마셔야 하기 때문에 싸우나나 혹은 따뜻한 방에서 고기를 먹으며 마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제도 그렇게 하기로 하고 장소를 옮기는데 저는 제 몸을 생각해서도 일찍 누워야 하지만 감기에 걸린 두 아들 생각에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작은 통에 담아준 고로쇠 수액을 가져와 아이들에게 마시게 하고 누워서 곰곰히 생각에 빠졌습니다. 겨우네 눈보라 찬바람을 견뎌내고 이제 봄이 되어 새 잎을 밀어올리고, 가지를 더 키워 새로운 가지에서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어 씨앗도 뿌려야 하기에 뿌리마다 영양분을 빨아올리는데 그것을 몸뚱이에 구멍을 내서 호스를 꽂아 뺏어 먹다니. 그리고 즐거워 하다니. 갑자기 내 몸에 무엇인가 빨대를 꽂고 피를 빼가는 것 같았습니다. 소름이 돋았습니다. 순간 아이들을 쳐다봤습니다.
순하디 순한 어머니가 자식을 위해서는 밤낮으로 일하시고, 어울리지 않게 닭도 잡아서 먹이시지 않던가. 어느 누구라 할 것 없이 부모들은 그러하셨습니다. 현제가 많다 해도 우리집 형제들처럼 명절에도 닭이라곤 죽일 줄 모르는 집에서 어머니의 역할은 참으로 컸습니다. 아버지도 살생을 안 하시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그 맑고 따스하고 순수한 한 여인 속엔 지아비와 자식을 위해 때로는 잔인함도 보였던 것입니다. 그게 어머니의 헌신적인 사랑이 아니겠습니까.
고로쇠단풍나무에 대한 미안함과 친구에 대한 고마움을 생각하며 아이들에게 고로쇠물을 많이 마시도록 했습니다. 자신이 먹고 싶은 욕망을 참으며 자식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먹였던 어머니처럼. 애비 노릇도 중요하지만 어미가 없는 자리에 어미 노릇도 중요했습니다. 아이들의 불만과 우울과 탈선은 부모의 지속적인 관심과 헌신적인 사랑이 부족할 때 외로움을 느끼면서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사랑을 받고 자라는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사람을 사랑하고 모든 자연의 생명체들을 아끼고 존중할 줄 알기 때문입니다.
▲노루귀꽃 - 사랑방님 촬영
작년에 겨울을 앞두고 화재로 집을 잃었던 소설가 강기희님은 겨울을 어떻게 보냈는지 걱정과 미안함만이 앞섭니다.
오늘 하루도 건강과 함께 보람이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2009. 3. 12. 김기홍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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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김기홍 시인의 꿈과 희망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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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우울한 시대에 만들어지는 우울한 詩들이여...
오늘은 춘분날, 오랜만에 시집 한권 사서 읽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