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에 떠밀리 듯 점심은 자동 냉콩물국수다. 사실 지난 번 내가 좋아하는 물냉면을 먹었기에 이번엔 신랑이 좋아하는 냉콩물국수로 양보를 한다. 말이 점심 외식이지 정확히 집에서 도착 해 먹고 나오기 까지 30분이면 다 된다. 그래서 바로 들어오기 허전해 늘 가까운 무등산 산장 드라이브를 하고 온다. 말하지 않아도 다람쥐 쳇바퀴 도는 일정이 된다. 맑디 맑은 짙은 녹음 속에서 카톡이 울린 이 때 까지도 우리에게 큰 기쁨을 줄 단초가 될쭐은 몰랐었다. 작년 이 맘 때 내 손에 들어 온 내 애마가 1주년 고객 사은을 한다며 챙기라 보내준 메세지이다. 키 밧데리도 갈아주고 네비게이션 업그레이드와 가족사진 촬영권에 액자까지 포함 시켜 준다는 내용이다. 사실 지난 4월에 둘째가 휴가 나왔을 때 가족사진을 찍으려 했었었다. 그래서 어렵게 스케줄 까지 맞춰 놀았었는데 둘째가 코로나로 급히 복귀 연락을 받고 아쉽게 다음으로 미뤄 졌었다. 그런 참에 다시 공짜 가족사진 촬영 쿠폰은 달콤한 유혹 처럼 반가웠다. 가족도 되지만 2인 촬영도 된다고 적혀있다. 그럼 우리 둘만 찍자는 생각에 다다르자 전화를 해 상담을 했다. 띠르르르~띠르르르 전화기 넘어 들리는 응대 직원 분의 높고 경쾌한 목소리는 호감이 가기에 충분했다. 말인즉슨 부부가 찍을시에는 리마인드 웨딩촬영을 조건으로 찍어야 한다고 했다. 이벤트 없는 무료한 생활 중 해 보고 싶다는 강한 충동심이 스파크를 일으키는 순간이다. 속전속결 바로 내일 5시 촬영으로 예약을 했다. 생각지도 못한 리마인드웨딩 촬영이라 우리 신랑 두둥 ᆢ 아무 표정이 없다. "여보~너무 잘됬는데요? 30주년 되면 한번 씩 해 두고 기념 한다는데 너무 좋다~이건 무조건 해야 되~~알았죠?" 일단 내가 무조건 신나하고 좋아해서 해야 본가 싶은 생각이 들게 해야 한다. "근단가? 알아서 하소~" 앗싸!~ "사진으로 남을 중요한 사진이니 여보 내 머리는 미용실서 하고 찍을께요~" 예상치도 않았지만 가슴이 두근두근 심쿵하는게 얼마만인가! 찍을때 웨딩복을 입혀서도 찍어주네 참 감동을 주는 이벤트를 계획했어 역시 삼성이네 하고 생각 할 즈음 전화가 걸려온다. 낯익은 톤의 그 목소리다. "어머니~메이크업도 하셔야죠? 예약 해 드릴까요? 비용은 10 만원 따로 들어갑니다.~" ᆢ ᆢ ᆢ "아ᆢ그죠? 메이크업을 해야 더 이쁘죠? 제가 머리는 아는데서 할려구 했었는데 ᆢ" "그럼요~어머니 메이크업 하고 머리 하시면 아버님 메이크업은 그냥 해 드려요~" "아 그래요? 그럼 거기서 해야 겠네요~ 우리 그렇게 해 주세요~" "네네~한시간 일찍 오시면 되니깐 예약 해 드릴께요." 순식간에 도깨비에 홀린 것처럼 엮여졌다. 암튼 재밌는 일이다. '다 공짜로 해 주면 되겠어요. 자기들도 수입 창출이 있어야죠.' 신랑 들으라 혼잣말 처럼 중얼 거려본다. '10 만원 정도야 기분 좋게 투자한다.' 연신 혼잣말을 띄우며 일방 결정이 아닌 쌍방 결정을 위해 빠르게 신랑 태도를 관찰 한다. 아무 댓구가 없다는 건 수락의 의미로 알려진 우리 부부의 룰이다. 이튿날 예약 시간이 되어 깨끗한 민낯으로 문을 두드렸을 때 코로나 시대 예약 시간대 별로 착착착 잘 돌아가는 팀원들의 바쁜 움직임이 예사 사진관이 아님을 짐작하게 했다. 이름 확인 후 바로 메이크업 코너쪽으로 안내하더니 먼저 웨딩복 먼저 골라보자고 제안한다. 다시 돌아와서는 전문가의 손길이 현란하게 움직인 덕분에 또 다른 내가 거울 속에 앉아 있다. 곧이어 바로 옆 의자에서 얌전히 얼굴 내주고 있는 우리 신랑과 눈 마주침이 일어난다. 서로 젊어 졌다며 호탕한 웃음을 남기고 각자 웨딩복을 입으로 사뿐한 걸음을 재촉 한다. 애초에 리마인드 웨딩은 내 색을 지우고 또 다른 내가 되어보기로 했기에 여러벌의 드레스가 있었지만 전문가의 추천 복으로 말 잘 듣는 모법생 아이가 되어본다. 촤르르 소리와 꽃을 찾아 날아 든 벌 처럼 살짝 파티션 밀치고 엿보는 신랑 목에 앙증맞은 나비 넥타이가 웃음짓게 한다. 어제부터 줄 곧 심장이 쫄깃거리는 구름 위 시간들이다. 촬영 내내 참 즐겁고 신나고 재미있다. 애쓰지 않아도 자동 입꼬리가 올라 가고 자꾸만 지그시 신랑 만 바라 봐 진다. 곳곳에 테마 장식을 해 놓고 사진기사의 포즈 요청이 요란하다. 이건 분명 비싼 앨범 찍는 걸 꺼야. 표정을 보니 우리 신랑도 내가 신나게 즐기며 찍는거 같으니 아무소리도 안하는거 같았다. 연신 아이구 좋습니다~좋습니다~ 의문 들어 물어 볼까 어르고 달래는 소리처럼 들린다. 연신 빠르게 누른 카메라 셔터 소리에 에라 이쁘게라도 찍자 어떻게 되겠지하며 자꾸만 자꾸만 웃었다. 어느 가수의 노랫가사 처렴 이 나이에 못 할게 두려울게 없다는 심상으로 그렇게 내 임무라 여기고 취해버렸다. 얼마 후 수고하셨다는 말과 잠시 차 한잔 드시고 있으면 오늘 찍은 사진을 보여주겠다며 홀연 꿈에서 깬 듯 어디론가 사진기사는 사라졌다. 차 한잔 한 우리 부부 각자 속으로 해냈 던 생각들을 소곤소곤 내 뱉는다. 무뚝뚝하지만 늘 내가 하고싶고 한다고 하는 건 허락을 해주는 신랑이다. 내가 신나서 하도 이쁘게 잘 찍고 있어서 그냥 자기도 따라 찍었다고 얘기 해 줄 무렵 드디어 우리 모습을 확인하러 들어 오란다. 처음으로 높고 경쾌한 목소리로 나를 달달하게 유혹했던 주인공이 우리를 맞이한다. 어찌나 기분좋게 응대 하던지 노련한 책임자의 포스를 풍기며 비용 얘기 안하고 시작한 괘씸죄를 물어볼 여유 조차 없이 자연스레 액자와 앨범을 하게끔 만드는 숙련된 기술자였다. 전체적으로 마음에 들 정도로 깨끗하고 담백한 21장의 사진들이 4주 후 앨범으로 만들어 진단다. 예상치 못한 비용발생 이지만 기분좋게 더 이상의 에누리도 필요없이 만족하며 하기로 했다. 수정없이 오늘 찍은 사진들을 톡으로 보내 준다는 말과 함께 공연 마치고 무대에서 내려오는 배우처럼 되돌아왔다. 이삼일 뒤 다시 한 번 높고 경쾌한 목소리의 매니저는 우리 부부에게 좋은 추억을 가져다 주었다. 우리 부부 사진을 홍보용으로 걸어 놓고 싶다면서 또 다른 액자를 선물로 주겠다고 제안을 한다. 이팔청춘 꽃 시절도 아닌데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날 저녁 부터 우리 부부 옥신각신 트러블 조짐이 보일 때 마다 모델부인 모델신랑 호칭으로 신경전도 알록달록 물감 풀어지듯 희석되어 가라 앉는다. 표현에 인색한 것 같지만 우리신랑 손이 근질근질 한가보다. 아직 수정도 안 한 사진을 카톡에 올려 누님분과 몇지인의 관심을 받고 재밌어 한다. 얼른 내려 주라는 내 말에 핸드폰 뺏길까 자리 뜨는 개구쟁이가 되었다. 이렇게 무더운 폭염 속 잊지못할 심쿵날들이 추억이 되어 저물어 간다.
우리 하하님들께도 수정 안 된 신랑 톡에서 내린 사진 보여드릴께요.~ 이쁘게 봐 주시고 행복한 밤 보내세요.^^🤗
첫댓글 산중의 호젓한 밤. 풀벌레 소리만큼 멋진 편지입니다. 우리 현경이에게 💐 전해주고픈 마음입니다. 내 꽃도 받아줘. 아름답고 행복한 허니문되세요. 잘 어울리는 멋진 신랑도 개봉하시고. ^^
리마인드가 전혀 아닌 과년한 총각처녀의 웨딩화보같아요. 자연스럽고 평안한 분위기가 참 좋아요. 30년차 주부라고 믿겨지지않는 세담씨의 아름다운 자태와 모습, 주부모델에 도전해 보시면 어떨까요~~
리마인드웨딩! 한 번 해보고 싶어져요.
언니! 형부가 프사에서 안 내리실 만하네요. 완전 여신입니다^^
진짜 모델 하셔도 되겠어요.(인사가 아니라 진심 ❤) 형부도 완전 훈남^^ 두 분 짱입니다. 너무 멋져요!!
와우~~
연예인 부부 프로필 사진 같으다.
우리 현경이랑 신랑 너무
멋지네.
30 여년 세월이 영글어 완성된 작품이네.
앞으로도 더 행복하고 더 건강하기를 빌어요.
살아온 날들에 행복 참 큰 선물이네요.!^^
성실하시고 곧은 남편분의 포즈 어색해 했을 미소와 콕 찍은 신발 코 귀염귀염~^^
우와~
이렇게 예뻐도 되는거임?
무보정 사진이니 사진발은 아닐테고.
참 아름답고 보기좋다~~
리마인드가 아니고 애정이 샘솟는 살짝 늦은 결혼식 같아~
재미나게 알콩달콩 사는 모습이 예쁘다~
세담인 좋겠다.
좋아라 이뻐라 해 주시니 참 기분이 좋네요.^^
댓글 주신 님들 아끼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