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 토네이도를 따라 미친듯이 추격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노을이 완전히 그 빛을 잃을까봐 허둥지둥 달려가는 내 모습이 그랬다.
찜통더위에 갇혀서 꼼짝 못하기를 여러 날.
그날은 오후 6시가 지나면서 베란다문으로 살랑거리며 불어오는 바람결의 온도가 다르게 느껴졌다.
이럴 때 나가지 않으면 아쉬움으로 나머지 밤 시간이 불편할 것 같아 급하게 나섰다.
노을에 물들기 전의 설렘으로 옅은 흰구름들이 분방하게 흩어져 있다.
발걸음이 빨라졌다.
익숙한 산책로를 지나쳐 처음 발길이 닿은 그 장소에서 맞닥트린 강머리 하늘은
마지막 노을빛이 장엄하게 물들고 있었고 지상의 모든 사물은 실루엣으로 남는다.
강변 데크 끝 계단 위에 앉은 여인은 미동도 하지 않고 하늘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다.
진심으로 풍경을 사랑하고 동화되어야 한다면
이렇게 카메라를 들이대며 토네이도 사냥꾼처럼 부산을 떨면 안된다.
저처럼 집중해야 하는 것을....
갑자기 부끄러워진다.
항상 그랬다.
자연이 아름다워 가슴으로 흥이 차오르면 그냥 오롯이 즐겨야 하는데
그것을 내것으로 하고 싶어 안달이 나는 것이다.
그러다 막상 놓치고 마는 그 진정한 아름다움.
굳이 핑계를 대자면 스마트폰 때문이라고 하고 싶지만
그것도 일종의 욕심일 뿐이다.
아니면 늘 채워지지 않은 어떤 갈증이 나를 지배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내 삶에서 유일하게 내 것으로 만들어 잡아두고 즐거워하는 그런 순간.
덕분에 늘 감정에 들떴을 뿐 심중의 깊은 울림, 그래서 샘물처럼 솟아나는 창조적인 생각
그런 것들을 챙기지 못했다.
알면서도 제 버릇 개 주지 못하고 언제까지 이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