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요금의 3.7%를 떼내 적립하는 전력산업기반기금(전력기금)이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의 대규모 적자로 전기 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정부는 이 기금을 취약 계층 지원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정작 재원이 고갈하고 있는 것이다.
20일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실에 따르면 전력기금 잔액은 올해 말 1조9995억원에서 내년에는 8000억원대로 급감할 전망이다. 전력기금은 2020년 4조513억원, 지난해 3조7770억원으로 통상 4조원 안팎을 유지해왔지만 내년엔 4분의 1 이하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과거 정부에서 전력기금을 신재생에너지 지원에 과도하게 사용하면서 기금 고갈 우려를 낳았다고 지적한다. 2016년 전체 사업비 1조7600억원 중 47.7%였던 신재생에너지 사업 비율은 올해 2조7200억원 중 61.7%까지 늘었다. 신재생 사업비 외에도 에너지 특별 회계로 나가는 자금도 신재생에너지 보급 지원에 주로 쓰이고, 기후대응기금도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라 설치된 것을 감안하면 연간 지출의 3분의 2 이상을 신재생 관련 사업에 쓰는 셈이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취약 계층 지원을 위해 전력기금을 활용하는 방안이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한전은 현재 장애인·국가유공자·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 계층에게 제공하는 전기 요금 복지 할인에 연 7000억원을 쓰고 있다. 정부가 한전의 경영 개선을 위해 내년에는 기금에서 이를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기금 잔액이 8000억원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지원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사업자가 복지 할인을 부담하는 게 원칙이지만 전기를 팔면 팔수록 적자가 쌓이는 상황에서 한전이 다 부담할 수 없다”며 “전력 산업의 지속 발전이라는 취지나 해외 사례를 봤을 때 앞으로 기금으로 취약 계층을 지원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