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가정의 달 맞아 요양병원 면회 3주간 허용
기관·병원마다 제각각인 시스템, 면회간 방역 수칙은 ‘유명무실’하다
지난달 22일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전면 해제되며 요양병원 및 시설에 면회가 허용되어 면회 간 방역수칙이 제정됐지만, 병원 내부적으로 지켜지지 않아 돌파감염의 위험성이 제기되며 제도의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지난달 22일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금지되었던 요양병원·시설 대면 접촉면회를 4월 30일(토요일)부터 5월 22일(일요일)까지 3주간 한시적으로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중수본은 접촉 면회대상에 대해 미확진자 기준 면회객은 3차 접종 이상(17세 이하 2차 접종까지), 입원환자는 4차 접종을 마쳐야만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중수본에서는 자가격리 해제된지 3일에서 90일 사이인 인원은 접종과 상관없이 접촉 면회 대상자라고 덧붙였다.
면회 대상 제정과 함께, 중수본은 면회간 돌파감염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면회 수칙을 제정했다고 말했다.
중수본은 면회객은 접촉면회 당일 기준 48시간 이내에 PCR 또는 전문가 검수용 신속항원검사지를 지참해 음성임을 병원에 제출해야 하며, 면회 전 손 소독 및 체온계를 통한 발열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 1> 중대본에서는 지침을 통해 면회 간 방역 수칙을 강력하게 준수할 것을 권고했다.
이번 3주간 시행되는 요양병원·시설의 면회 여부는 필수가 아닌 시설 방침에 따라 결정되어, 면회를 시행하지 않는 병원도 존재했다.
중수본의 면회 수칙이 잘 이행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전주시 덕진구에 위치한 ‘ㅅ’ 요양병원에 방문했다.
병원 프런트 서무직원은 면회객들에게 출입자 명부 작성만 안내할 뿐, PCR 검사지나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지를 체크하지 않고 백신 접종 여부 확인 없이 면회장으로 안내하고 있다.
또한, 면회객들이 병원 1층에 있는 매점에서 구매한 건강 음료 박스를 들고 면회장으로 향하는데도, 병원 직원들이 막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3층에 있는 경증환자 병실로 올라갔을 때 손 소독제와 스프레이 등 소독 도구는 구비되어 있지만, 중대본 수칙에 지정된 병상 사이에 설치되어야 할 비닐 벽은 모두 분리되어 병동이 휑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병원장 박모씨(70)는 “코로나 때문에 병원 식구들 모두 고생하고 있다. 요양병원은 요양시설이 하는 일에 치료까지 병행하고 있다”며 “방역이 잘 안지켜진다고 보실 수 있는데, 주말이라 담당 직원들이 번갈아가며 당직을 맡고 있고 마침 점심 시간이라 인원들이 없는 것이지 면회 간 방역 준수에는 변함이 없다”고 정정했다. 박씨는 “중수본에서 면회를 재개한다는 발표 이후, 다음 날 질병청과 보건소 직원들이 방문해 시설 점검과 방역 절차를 면밀히 검토했고 이상없다고 했다. 중대본에서 코로나 초기에 약속했던 업무 지원이나 지원금은 제한적으로 들어오고 있어, 없는 살림에도 어르신들의 건강을 위해 저희도 애쓰고 있다”고 밝혔다.
병원 수간호사 이모씨(48)는 “비닐 벽은 어르신들이 덥다고 말씀하셔서 병원 내 회의를 통해 제거했다. 또한, 방역 수칙이 안 지켜지는 게 아닌 중대본과 중수본, 질병청의 방역 지침이 모두 달라 병원 내규를 따르고 있다.”며 “중대본 매뉴얼대로면 우리 병원은 면회 간 방역 수칙을 준수하고 있고, 면회객들이 음료수를 사들고 가는 것까지 우리가 일일이 대응하기 어렵다. 혹여나 제지하려고 하면 부모님 드실건데 왜 막느냐며 화부터 내셔서 어쩔수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프런트에서 있을 때 면회가 풀린다는 발표가 있던 해당일에 바로 주말부터 면회하겠다는 전화가 폭주했다.”며 “면회객들이 면회 도중에 갑자기 우리 간호사들을 불러서 갔는데, 환자의 환부에 보이는 멍 자국을 보고 병원에서 학대하는 거 아니냐고 따지시는 일이 있어서 당황했다. 노인분들은 면역이 약해서 주사 자국에도 쉽게 멍이 든다고 설명했지만 잘 이해하지 못하신다”며 “이번 면회를 위해 몇 달간 기다리신 가족분들 모두 지친 것은 이해한다만, 환자 케어에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사진 2> 병원 프런트에서 간단한 체온 체크와 출입자 명부만 작성할 뿐, pcr 검사나 백신 접종에 대해서는 일체의 검사도 하지 않고 면회객을 들여보내고 있다.
이처럼 지방에 있는 요양 시설은 기관별로 지침이 제각각이거나, 인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방역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면회 간 생길 수 있는 돌파 감염의 위험성을 방지하기 위해, 중대본에서 제정한 수칙보다 더욱 강력하게 방역을 하는 요양 병원도 존재했다.
춘천시 석사동 부근에 위치한 ㅊ 요양병원 직원 A씨는 13일 전화통화로 “우리 병원은 이번에는 면회를 시행하지 않는다. 자세한 이유를 말해주기 어려우나, 면회객들의 방문으로 인한 돌파 감염을 예방하기 위함이고, 이에 환자 분들과 보호자에게도 양해를 구해 다들 이해해 주셨다. 대신 어버이날 입원해 계신 어르신들께 의사·간호사들이 조촐하게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는 것으로 대체했다. 확진자가 점점 감소하는 추세라서 곧 요양시설 면회가 전면 허용될 분위기다”고 밝혔다.
또한, 춘천시 동면에 위치한 ㅎ 요양병원에서도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면회객을 들여보내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문 밖 현관에는 방역복을 입은 관계자들이 줄을 선 면회객들의 체온을 재고 PCR검사지가 확인된 면회객들만 입장시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한, 검사자 옆에 있는 테이블에는 자가진단 키트가 구비되어 있었는데, 중수본 지침에 따르면 면회 전 사전 검사를 받지 못한 인원에 한해, pcr 검사지 대신 자가 진단 키트의 음성를 대용으로 하여 키트에서 음성이 확인되면 들어갈 수 있었기에 ㅎ 병원측에서 자가진단 키트를 구비해 이를 챙겨오지 못한 면회객에게 배부하고 있었다.
현관 앞에서는 방문객 중에서 백신 접종단계를 충족하지 못한 인원들이 발길을 돌리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주차장에서 만난 면회객 양모씨(56)는 “2년만에 어머니 얼굴 뵈려고 출근하는 날짜도 바꿔가면서 5시간 걸려 왔더니만, 부스터샷(3차 백신) 미접종자라고 돌아가란다. 전화로 사전예약 할때 미리 고지한 적도 없는데, 병원 측 실수로 인한 피해를 왜 우리 가족들이 봐야하는지 이해가 안간다. 2차 접종 이후로 부작용이 심해서 직장에 사정을 얘기하고 3차는 안 맞았는데, 백신 안맞으면 다음 면회때까지 또 기다려야 된다. 회사에서도 아무 말 없었는데, 방역 때문이라지만 잠깐 보는데 너무 까다롭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사진 3> 병원 앞에서 면회객에게 방역 수칙을 철저히 이행하는 춘천 ㅎ 요양병원이다.
중대본 방침에 따라 대면 접촉면회는 이번 주 일요일까지로, 평일·주말 상관없이 요양병원과 시설에는 부모님을 뵈려는 면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보건복지부는 역학조사 수치가 완전히 나오지는 않았지만 전달과 비교했을 때, 5월 요양병원·시설 집단감염 확진자 수가 4월 대비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접촉면회 기간 연장을 논의하고 있다고 19일 오전 발표했다.
다만, 접촉면회 간 방역수칙으로 중수본의 지침을 따르지 않고, 감시의 허점을 피해 자체적인 수칙으로 면회객을 안내하는 지방의 요양병원·시설이 존재함에 따라, 코로나19에 취약한 노년 입소자의 돌파 감염 방지를 위해 정부 산하 방역 기관들이 접촉면회 간 방역 수칙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시급성이 제기된다.
강재혁 대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