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가을 이맘때
그녀는 작은 카드와 쿠키를 들고 찾아왔다.
누군지 얼굴도 모르는 나를 그냥 찾아와 주었다.
2013년 다시 그자리에서 동네할아버지들의 서예전시회에
들러리로 납작 엎드린 , 고개를 숙이거나
쭈그려 앉아야 만 겨우 볼 수 있는 꽃놀이를 펼쳤다.
-길에서 주운 판자에 박물관 마당에서 주운 후박잎(슬픔)-
꽃꽂이로 입문한 꽃길에 꽃꽂이 전시회는 반드시 해야 하는 꽃쟁이의 의무였다.
화려하고 멋지게 전시회를 하고 멋져요 좋아요 이뻐요를 하고 집에돌아오면
더 침침하게 느껴지는 불빛과 쌓인 설겆이.. 나의 이중생활이 이십오년째다
봄부터 버려지는 장미잎을 철사에 꿰어 말렸다.
둥글게 말아올리고 태. 생명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친구는 곱창같다고 했다.
탯줄과 곱창이 일맥
추석연휴,
이천 해강박물관 마당에 꺽여 버려진 목련가지가 담박에 눈에 들어왔다.
.
낡아서 빛나는 것들이
있다
낡음속에 오랜 슬픔이
차곡차곡 쌓여서
만지면 물이 흐를 것 같은
것들이 있다
첫 푸르름을 잊지 않아서
낡아
오래 오래 지나도
푸르게 빛나는
것들이 있다.
- 낡음에게 바침- 보스리
여름휴가 때 친척 아재집 마당에 버려지는 녹두껍질을 챙겼다
구질스럽게 콩껍대기나 탐내는 찌질한 버릇이 못마땅해 집으로 그냥 왔는데
아짐이 비닐봉다리에 넣어서 가져다 주신다..이거 필요하다믄서..
순박한 아짐의 마음씨와 사그락거리는 콩깍지
산수유와 종이꽃
찔레와 천일홍.
수직적인 서예에 다소곳이 누운 나무껍질위에 놓인 콩깍지
사람들은 바닥에 널부러진 듯 버려진듯 펼쳐진 꽃신세를 안타까워 했다
.
들러리가 나쁜건가. 슬픈건가 . 속이 없는건가.
그니가 없었다면 탱자를 구할 수 있었을까?
채집을 부탁하면 짬을 내주고
탱자털이에, 이끼덮인 돌맹이를 찾아주고 기다려주고
.
진심으로 고맙다고 했더니
속이 없어서라고 했다 .
속이 있고 없음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니는 정말 속이 없을까?
나도 어지간히 속이 없긴 하다.
연잎을 붙들고 씨름을 하다가 연잎을 뒤집었더니 발레리나가 되어주었다.
반드시 담아야 하고 세워야 하는건 아님에도 ...
잎맥과 질감에 취하다.
고목은 항아리에 앉히는게 꽃쟁이의 상식이다
고전의 전통인양.
고목위에 현대적인 도자기를 흐르게 배치하고 연잎을 흐르는대로
.
연잎아래 까만 연밥씨 몇개 놓아두고..
들여다보고 ...ㅎㅎ
시간이 흐를후록 형태를 달리하고 쓰러지는 연잎을 수직으로 세우며
스무번도 더 바라보았지
한문은 모르니..본둥만둥
니나에게 바치는 추일서정.
첫댓글 꽃쟁이가 아니라 무엇인지는 잘모르겠으나 설명을 읽고나면 조금은 이해가 가듯합니다
제일 중요한것은 오랜시간 말려서 작업한다는것을 배웠답니다. 살았을때에 제모습을
돋보이게하는 기술이 바로 묘미 아닐까 생각합니다. 넘넘 좋은 감상했습ㄴ다...
오래된 것들.. 낡아져 시선에서 멀어지는 사물과 자연이 좋아져서 자꾸 들여다 보게 됩니다.
감사해요 ^^
덕분에 시간여행했습니다.
살짝 건너오라시던 말씀 놓치고보니 후회막급입니다.
감기가 제대로 걸렸습니다..ㅜㅜ
자신이 없어서 선뜻 오셔서 보세요..라는 말을 못합니다.
자신있는 날을 위하여 열심히 꽃길을 가야죠.
시간여행이라는 표현 넘 좋아요. ^^
대단하세요!^^삶이 녹아있는 작품!!!그래서 더 빛을 발하네요! 무언가 다시 시작하려는 마음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시는 글과 작품 감사합니다.^^
독특한 먹표현과 감각을 흠모합니다. 뵙고 싶어요^^
몇해전 발효식품엑스포에서 샘처럼 갖가지 소품과 고물(?)로 연출해서 마감 작업했던 생각이 새록새록 나네요.
그때만해도 젊었었나봐요.
이젠 축제 행사하기가 별로가 돼버렸어요.
그나저나 참 표현도 잘하시고 예술성도 뛰어납니다.
고물.. ^^ 오래되고 낡아서 거들떠 보지 않는 사물이나 자연에 눈이가는 오래된 습관입니다
저도 고물이 되가고 있는 중이라서 신품과 고물이 더불어 사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